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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극' 유승호·고준희→이효정·이유진 父子, 소수자들의 이야기 (엔젤스 인 아메리카)[종합]

기사입력 2024.07.24 17:03 / 기사수정 2024.07.24 17:50



(엑스포츠뉴스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김현정 기자)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기대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라인업으로 관객과 만난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한다.

1991년 초연한 토니 커쉬너(Tony Kushner)의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새 밀레니엄을 앞둔 세기말의 혼돈과 공포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서사로 빚어낸 작품이다. 1993년 브로드웨이 초연 시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받았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종교, 인종, 성향, 정치 등 각종 사회 문제와 다양성을 다룬다. 차별과 편견의 표적이 되기 쉬웠던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 5명의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 정혜인, 이태빈, 정경훈, 이유진, 양지원, 이효정, 김주호, 전국향, 방주란, 태항호, 민진웅, 권은혜가 출연한다. 연극 '와이프', '그을린 사랑',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의 신유청 연출이 지휘한다. 황석희 번역가가 작업에 참여했다.

신유청 연출은 24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연습실에서 진행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실 공개에서 "대단히 긴 작품이다. 물리적으로 문제가 많았는데 번역가님이 변역한 대본을 읽으니 이전보다 더 압축된 느낌을 받았다. 그 대본을 갖고 배우들이 쉴 새 없이 달려왔고 관객이 무사히 귀가하도록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신 연출은 "극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현실의 시간과 다른 것 같다. 30분을 해도 지루할 때가 있지만 3시간을 해도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지?'라는 생각이 들 수가 있다. (후자 같은) 그런 마음이 들도록 공연하겠다"라며 각오를 전했다.



작품의 큰 줄기를 이어 나가는 백인 와스프 출신 게이 남성이자 에이즈 환자인 프라이어 월터 역에는 유승호, 손호준이 캐스팅됐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통해 연극에 처음 도전하는 유승호는 “어떤 이유가 있던 건 아니고 홀린 듯이 하겠다고 말이 나왔다. 여전히 정확히 이것 때문이라고는 모르겠지만, 아직 첫 공연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왜 이 작품을 하고 싶었을까를 고민하면서 공연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에서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영화를 많이 찾아보고 성경 창세기 부분도 읽고 매니큐어나 액세서리를 많이 했다. 연출님이 소수자들에 대한 시선들을 배우가 직접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이렇게 해 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분들의 진심에까지 다가갈 수는 없겠지만 가까워지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호준은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손호준은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극을 선택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어 왔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많이 배우면서 너무 즐겁게 연습하며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호준은 "정말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배우들끼리 모여서 연출님과 같이 연구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배우들만 따로 하는 게 아니라 다같이 드랙퀸 공연도 봤고 프라이어 같은 성향의 사람들을 다룬 유튜브나 자료도 많이 찾았다.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라며 캐릭터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언급했다.



조셉 피트의 아내이자 약물에 중독된 여인 하퍼 피트 역에는 고준희와 정혜인이 함께한다.

2019년 드라마 '빙의' 이후로 첫 연극인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통해 오랜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하는 고준희는 "신유청 감독님이 연출한다고 하고 승호가 먼저 캐스팅돼 있어서 하게 됐다. 다른 배우들, 선배들과 하는 연극을 처음 도전하게 됐다. 나도 아직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도전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정혜인도 데뷔 첫 연극에 도전한다.

정혜인은 "중학교 때 한 연극을 보며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 언젠가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손을 내밀어줘 잡았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관객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멋진 무대를 만들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악마의 변호사’이자 보수주의 정치계 유력인사인 로이 콘 역에는 이효정과 김주호가 캐스팅됐다.

드라마에 출연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효정은 조셉 피트 역을 맡은 이유진과 부자 관계로 각각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맡아 한 무대에 선다.

이효정은 "연극 무대에 선 게 25년 전이다. 25년 만에 서는데 그 계기가 아들이 데뷔하니까 응원을 해주겠다고 시작한 게 오히려 내게 더 좋은 선물이 됐다. 아주 감사하다"라며 감회를 들려줬다.

이에 이유진은 "내가 알기로는 되게 욕심을 냈다"라며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효정은 "아들이 이런 자리 경험이 많이 없어서. 원래 MSG를 좀 깔고 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위를 웃겼다.



이효정은 "연극 내내 함께하는 주요 상대 배우가 아들이 맡고 있는 조셉이다. 대한민국에 이런 경우가 없었다. 부자 지간에 이런 캐릭터들로 상대 역을 맡은 전례가 없어서 인간적으로 고민했다. 내 아들이 내 눈을 쳐다보며 할 수 있을까 걱정했고 나 역시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의외로 괜찮더라. 아주 재밌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가 대충 그렇지 않냐. 일주일에 한 두마디 말 섞으면 다행인데 잃어버린 아들을 다시 찾은 기분이다. 매일 만나서 매일 한끼 이상 밥을 먹고 있다. 연극으로도 얻는 기쁨이 크지만 아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는 게 기쁨이다. 아들이 똑같이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라며 좋아했다.



모르몬교도 출신의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 수석 서기관인 조셉 피트 역에는 이유진과 양지원이 출연한다.

이유진은 아버지 이효정과 함께하는 것에 대해 "내게 물어봐주셨다. 아버지에게 제안을 드리고 싶은데 혹시 불편하지 않겠냐고 하더라. 사실 불편한 지점이 있다. 그런데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드렸다. 아빠도 배우로서 욕심이 날 수 있지 않냐. 그거에 집중해서 선택하시길 바랐다. 아빠에게 똑같이 전달드렸고 욕심이 나서 참여를 하신 거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연기를 굉장히 오랫동안 하고 잘한다고 들었다. 난 아빠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다. 내가 어릴 때 왕성하게 활동하셨고 성인 됐을 때는 쉬셨다. 그리고 내 취향이라는 게 있지 않냐. 따로 챙겨보진 않았다"라고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가 배우들을 폭소하게 했다.

이유진은 "첫 리딩을 하면서 모두가 놀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셨다. 없던, 아니 원래 있던 존경심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하는지 여쭤보고 싶어서 본집을 갔다. 술도 잘 안 먹는데 술을 사들고 가서 아버지께 비법을 전수받으려고 했다. 소중한 기회이고 감사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부자지간이 돈독했는데 더 돈독해졌다"라고 고백했다.

더블캐스팅된 양지원은 "전혀 질투는 안 한다. 오히려 중간에서 내가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거들었다.

그러자 이효정은 "유진이가 역차별 받고 있다. 내가 드러내놓고 뭘 하지는 못하니 오히려 지원에게 더 많이 이야기해준다"라며 웃었다. 이유진은 "두 사람이 내 눈앞에서 연습해서 서운하긴 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태빈과 정경훈은 프라이어 월터의 연인이자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의 유대인 사무직원인 루이스 아이언슨 역에 낙점됐다.

이태빈은 "너무 훌륭한 공연에 막내로 참여해 행복하다. 대극장 연극이 부담스러웠는데 형, 누나,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부담감을 떨치고 잘하고 있고 더 노력하겠다. 루이스의 선택들이 어떻게 보면 비겁하고 누군가에게는 현실적이다. 어떻게 하면 잘 소화할까 했는데 나만의 풋풋함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경훈 형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라며 고마워했다.

정경훈은 "여러 영상이나 액세서리, 의상 등을 많이 활용했는데 가장 참고한 건 결국 대본이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말투라든지 억양이라든지 대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헷갈리거나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대본을 들여다본다. 이 인물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계속 생각한다. 아직도 찾아가고 있는 중이지만 최대한 루이스를 알아가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전국향과 방주란은 조셉 피트의 어머니인 한나 피트로 열연한다.

전국향은 "연극은 아직도 힘든 작업이다. 하면 할 수록 어렵고 아직도 찾아가는 중이다. 완성이라는 건 없다.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계속 찾아가겠다"라고 밝혔다.

방주란은 "헨리가 로이 콘에게 에이즈라는 나쁜 소식을 전하는 신이 있다. 의학 용어들이 평소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두 달 넘게 같이 연습했고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어느날 대본을 보는데 의학 용어들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번역이 제대로 있을 곳에 있구나 싶었다. 이것 자체를 심플하게 구현한다면 되겠더라. 연습 방향을 잡아가면서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항호와 민진웅이 흑인 혼혈의 전직 드래그퀸이자 현재는 간호사인 벨리즈를 연기한다.

태항호는 "많이 헤매고 있는데 분명한 건 재밌을 거다. 그래야 한다"라며 웃었다. 태항호는 "연출부와 같이 공부도 하게 됐고 흑인, 성소수자의 슬픔 아픔도 겪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민진웅은 "초연 때 너무 재밌게 본 작품이고 연출님도 전부터 알고 있어서 작업을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다른 역할로 제안 받았다가 이 역할로 하는 것도 괜찮다 싶어서 작업을 하게 됐다. 남자 배우로서 한 번 쯤은 도전할 만한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좋은 기회에 도전하게 돼 좋다. 다양성과 행복, 곳곳에 숨어 있는 가치에 대한 공연을 하게 돼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신의 계시를 전하는 ‘천사’ 역은 '스카팽', '앨리스 인 배드' 등에 참여한 권은혜가 합류했다.

권은혜는 "띄엄띄엄 나오는 역할이다. 스토리를 이어가는 캐릭터들이 날 만날 때 적재적소에서 알맞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어떤 뜻을 갖고 한마디 한마디를 던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천사 캐릭터는 정해지지 않아서 어떻게 목소리를 만들고 구현할지 초점을 맞춰 연습한다"고 말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오는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한다.

사진= 고아라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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