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21:06
사회

[함께 나눠요] 팔십노모·장애 아빠…집나간 엄마

기사입력 2011.10.12 02:58 / 기사수정 2011.10.12 02:59

엄진옥 기자

[엑스포츠뉴스=엄진옥 기자]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지난여름 끝자락, 목포에 사는 명자(가명, 80세) 씨는 잠투정하는 손자를 업어 재우고 있었다. 호진이(가명, 9세)가 꾸벅 배꼽인사를 한다. 여름내 곰팡이와 싸우느라 어른도 아이들도 지쳐보셨다. 아이들 엄마의 가출은 1년이 넘었다.

 두 아이 돌보는 팔순 노모

 "둘째가 태어났다고 해서 산바라지 해주려고 한걸음에 왔어요"

작년 2월 둘째 호영(가명, 2세)가 태어났을 때 명자 씨는 아들 내외가 마음잡고 잘 살겠거니 안도했다. 가출했던 며느리가 다시 집에 들어온 것이 기특해 뭐라고 나무라 지도 않았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죄인이지 하는 심정으로 산바라지를 해주었다.

"며늘애가 PC방으로 아르바이트 가겠다며 고집을 부려서 부부 싸움이 끊이질 않았어요"

아침 6시부터 밤 8시까지 용접 일을 하는 아들과 아르바이트하는 며느리의 낮과 밤이 엇갈리는 일이었다. 심하게 다투고 며느리는 호진이와 젖먹이 호영이를 두고 집을 나갔다.

기계에 말려들어 간 아들의 손

"아들이 기계에 한쪽 손이 말려들어가서 넷째 손가락을 빼고 손목 아래가 절단 되었어요"

 긴 법정소송, 밥줄이 달린 예민한 문제였고 현장에 있던 사람 모두 증인이 되길 주저했다. 결국, 패소, 명자 씨의 남편은 이듬해 장애를 얻은 자식과 위로금 한 푼 받지 못 한데 화병으로 죽었다. 가세가 기울어 명자 씨는 식당과 들일을 나가 아들을 뒷바라지했고 10년간 고된 일을 하느라 허리디스크와 뇌경색을 얻었다.

"2년간 술독에 빠져 사는 아들이 불쌍했어요. 불행 중 다행으로 그런 아들과 결혼하겠다는 여자가 생겼지요. 식당에서 일한 80만 원 월급을 봉투 채 넘겨줬어요. 밑천 삼아 뭐라도 하며 열심히 살길 바랐어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아들 내외는 철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임신한 채 컴퓨터 게임에 몰두할 정도로 정신력이 나약했다. 텃밭에서 식당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노모의 수고를 알지 못했다. 참다못해 생활비를 끊자 며느리가 첫 번째 가출을 했다.

장애 4급 용접일로 60만 원, 네 가족 생활비

뒤늦게 정신 차린 아들 한규(가명, 39세) 씨가 취직을 하겠다고 기술 자격증을 6개나 땄다. 하지만, 아무도 한규 씨를 고용하지 않았다. 명자 씨는 자식들 먹이겠다고 현장에 나가 용접 일을 배우기 시작한 한규 씨 모습이 듬직하기만 하다.

용접 한달 수입 60만 원, 명자 씨 앞으로 나오는 노령연금 7만 원이 현재 네 가족의 생활비 전부다. 호영이 분유와 기저귀, 노모 약값이 나가서 한 달 부식비는 15만 원 남짓.

옷을 덧대고, 벽지를 덧대고, 희망을 덧대고

먹고 싶은 과자를 할머니 허락이 떨어지길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호진이, 아이는 말이 느린 대신 생각이 깊다. 순한 성격 때문에 친구들에게 번번이 맞고 들어온다.

"할머니가 먼저 싸움 붙이지 말고 때리지 말라고 하셨어요. 가끔은 저도 때려요. 엄마요? 안 보고 싶어요."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들에게 새옷 입힐 형편이 안 된다. 명자 씨는 호진이가 돌 때 입던 옷에 천을 덧대어 팔 길이를 늘여 입힌다. 옷뿐이 아니다. 방 구석구석 곰팡이를 가리기 위해 폐지를 깨끗하게 오려 테이프로 붙여놓았다. 옷은 박스에 넣어 벽에서 떨어뜨려 놓는다. 깨끗한 살림과 태도에 노모의 성정이 보인다.

불편한 몸으로 가족을 위해 재기 중인 한규 씨에게 응원이 필요하다. 계절 구분없이 습한 곳, 겨울에 따뜻한 물이 안 나오는 곳, 팔순 명자 씨와 젖먹이 아이에게 위생적이고 쾌적한 생활환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후원금 전액 호진이네 보금자리 마련에 사용된다.

※ 호진이(전남 목포)네 가족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 나누리> 를 통해 온라인후원을 하거나, <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온라인뉴스팀 press@xportsnews.com  



엄진옥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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