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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외야수의 '버티기 전략' 실패...벨린저, 3년 1066억에 컵스와 계약 합의

기사입력 2024.02.26 07:59 / 기사수정 2024.02.26 10:36

올겨울 FA 야수 최대어로 손꼽혔던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시카고 컵스와 3년 총액 8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AP 연합뉴스
올겨울 FA 야수 최대어로 손꼽혔던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시카고 컵스와 3년 총액 8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AP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올겨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FA(자유계약) 야수 최대어로 손꼽혔던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본인이 원했던 결말은 아니었다.

'ESPN'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은 25일(한국시간) "벨린저와 시카고 컵스가 3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66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구단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벨린저의 2024년과 2025년 연봉은 각각 3000만 달러로, 2026년 연봉은 2000만 달러다. 이번 계약엔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벨린저는 올 시즌과 2025시즌 이후 각각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 중 한 명인 벨린저는 LA 다저스 시절이었던 2017년 132경기 480타수 128안타 타율 0.267 39홈런 9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3으로 활약하면서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차지했다. 

상승세를 이어간 벨린저는 2019년 156경기 558타수 170안타 타율 0.305 47홈런 115타점 OPS 1.035로 맹타를 휘두르며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다.

올겨울 FA 야수 최대어로 손꼽혔던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시카고 컵스와 3년 총액 8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AP 연합뉴스
올겨울 FA 야수 최대어로 손꼽혔던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시카고 컵스와 3년 총액 8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AP 연합뉴스


하지만 이듬해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벨린저는 2020년 56경기 213타수 51안타 타율 0.239 12홈런 30타점 OPS 0.788, 2021년 95경기 315타수 52안타 타율 0.165 10홈런 36타점 OPS 0.542로 부진에 빠졌다. 2022년에도 144경기 504타수 106안타 타율 0.210 19홈런 68타점 OPS 0.654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2022시즌 이후 다저스에서 논텐더(조건 없는 방출)로 풀리게 됐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컵스와 손을 잡은 벨린저는 반등을 꿈꿨고, 보란듯이 1년 만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23시즌 130경기에 출전, 499타수 153안타 타율 0.307 26홈런 97타점 OPS 0.881을 기록하면서 2019년 이후 4년 만의 20홈런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그 덕에 리암 헨드릭스(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현 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지난 시즌 재기 선수상을 수상했다.

2023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한 벨린저는 '대박 계약'을 꿈꿨다.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만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벨린저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올겨울 FA 야수 최대어로 손꼽혔던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시카고 컵스와 3년 총액 8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AP 연합뉴스
올겨울 FA 야수 최대어로 손꼽혔던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시카고 컵스와 3년 총액 8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해 12월 FA 선수 상위 40인에 대해 소개하면서 벨린저에 대해 6년 총액 1억 6200만 달러(약 2158억원) 규모의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매체는 "벨린저는 컵스의 공격력을 끌어올린 핵심 선수였고, 2019년 MVP 시즌급 성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FA 선수들이 계약을 마무리한 것과 다르게 벨린저의 계약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더 불리해졌다. 지난달까지 그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고, 스프링캠프 시작까지 계약하지 못한 벨린저는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할 수 없게 됐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벨린저는 백기를 들었고, 예상보다 한참 낮은 액수를 받아들여야 했다. 디애슬레틱의 예상보다 절반이 깎인 금액으로,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계약에 합의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 약 1506억원)보다도 액수가 낮다. 벨린저의 '버티기 전략'은 실패였던 셈이다.

벨린저와 동행을 이어가게 된 컵스로선 지출을 줄이면서 전력 누수를 막았다. 반면 선택지가 줄어든 벨린저는 지난 시즌 혹은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옵트아웃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올겨울 FA 야수 최대어로 손꼽혔던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시카고 컵스와 3년 총액 8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AFP 연합뉴스
올겨울 FA 야수 최대어로 손꼽혔던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시카고 컵스와 3년 총액 8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AFP 연합뉴스


한편 벨린저의 계약으로 현재 FA 시장에 남은 선수들도 좋은 조건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특히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 내야수 맷 채프먼도 벨린저처럼 예상보다 저렴한 금액에 팀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벨린저, 스넬, 몽고메리, 채프먼 모두 보라스의 '고객'이다. '악마의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보라스는 올겨울 몇몇 선수의 협상에 있어서 '버티기 전략'을 세웠고, 최근 KBO리그 복귀를 택한 류현진(한화 이글스)도 마찬가지였다. 겨우내 전력 보강에 실패한 팀들이 2월 내로 영입을 위해 FA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약을 서두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많은 팀들이 FA 선수들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했고, 결과적으로 보라스의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사진=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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