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화성, 김지수 기자)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고예림이 길고 길었던 재활을 마치고 코트 위로 돌아왔다.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팀 승리에 힘을 보태면서 한층 자신감을 갖고 잔여 시즌을 뛰게 됐다.
현대건설은 27일 경기도 화성종합스포츠타운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2-25 25-20 26-24 25-17)로 이겼다.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시즌 14승 5패, 승점 44점으로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흥국생명(14승 4패, 승점 39)과 격차를 승점 5점으로 벌리는데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4일 IBK기업은행과의 3라운드 최종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17-25 16-25 25-20 25-23 5-15)으로 패하면서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연승 행진도 '9'에서 멈추면서 아쉬움이 컸다.
현대건설은 사흘 만에 성사된 IBK기업은행과의 리턴 매치에서 멋지게 설욕에 성공했다. 주포 모마가 양 팀 최다 35득점으로 공격의 중심을 잡아줬고, '블로퀸' 양효진이 16득점, 이다현 13득점 등 주축 선수들이 나란히 제 몫을 해냈다.
1세트 중반부터 투입된 고예림도 좋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정지윤을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기용했지만 정지윤이 리시브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고예림 카드를 빼들었다.
강성형 감독은 경기 전 "정지윤 쪽이 역시 문제다. 게임 초반에는 리시브를 잘 버티다가도 안 좋을 때가 있다. 요즘에는 많이 흔들린다"며 "우리가 전력구성상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지만 고예림이 컨디션을 회복해 리시브 쪽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예림은 사령탑이 기대했던 부분을 코트에서 확실하게 보여줬다. 특유의 안정된 리시브 능력을 바탕으로 현대건설 수비에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현대건설은 모마를 비롯해 위파위 등 공격수들은 물론 두 미들 블로커 양효진, 이다현의 공격력까지 극대화됐다.
강성형 감독은 승장 인터뷰에서 "고예림이 공격력은 아직 떨어지지만 수비는 괜찮다"며 "고예림이 코트에 있으면 옆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안정감을 찾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예림이 V리그 공식경기를 뛴 건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이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을 참고 뛰었지만 결국 4월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자신과의 싸움인 재활에 돌입했고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해가 바뀌기 전에 복귀할 수 있었다.
고예림은 경기 종료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많이 뛸 줄 몰랐다. 갑작스럽게 뛰게 됐다"고 웃은 뒤 "오랜만에 게임을 뛰는 거라서 그런지 놀랐고 긴장도 됐다. 그래도 코트에서 뛰니까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오늘 내 경기력을 평가하면 100점 만점에 50점이다. 정신없이 경기가 흘러갔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무릎 상태는 70%까지 올라왔다. 훈련량도 많이 가져가고 있지 않은데 재활과 잘 병행해서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예림은 재활 기간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선수 커리어 내내 크고 작은 잔부상을 달고 살았지만 이번처럼 반년 넘게 운동을 하지 못했던 건 처음이었다.
고예림은 동료, 가족, 지인들의 위로 속에 마음을 다잡았다. 성실하게 재활에 몰두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복귀가 가능해졌다. 3라운드 때부터 선수단과 동행했고 4라운드부터 투입됐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도 고예림의 합류로 1위 수성에 큰 힘을 얻게 됐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탄탄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 가운데 확실하게 수비를 강화할 수 있는 고예림이라는 옵션을 추가했다.
고예림은 "배구를 시작하고 이렇게 오래 쉰 건 처음이었다. 운동을 안 하고 재활만 하니까 힘들었다"며 "훈련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저런 공을 받고 때렸나' 생각도 들었는데 팀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셨고 나도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성공적으로 (재활을)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게 사실이다. 고예림은 "아직 불안한 단계다. '또 아프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 때문에 소극적으로 하는 게 없지 않아서 이겨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고예림은 공교롭게도 복귀전에서 절친한 선배 IBK기업은행 황민경도 코트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시즌까지 현대건설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황민경이 IBK기업은행으로 FA(자유계약) 이적하면서 경기 중에는 '적'이 됐다.
고예림은 "솔직히 오늘 내가 게임에 뛸 줄 몰랐다. 황민경 언니랑 만나서 내가 뛰게 되면 언니한테 서브를 계속 넣을 거라고 장난쳤다. 서로 잘 하라는 격려는 안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팀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도 전했다. 현대건설은 1라운드 초반 난조를 딛고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멈췄던 봄배구 여정을 올 시즌에는 반드시 챔피언결정전까지 이어간다는 각오다.
고예림은 "팀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고마웠다. 나도 마음이 조급했는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더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늦게 왔지만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