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첼시의 황금기를 열어젖힌 조세 무리뉴 감독은 '억울한 누명'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그 누명은 현재 세계 축구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두 선수인 모하메드 살라와 케빈 더브라위너를 팔아치워 형편없는 안목을 가졌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무리뉴는 두 선수를 절대 첼시에서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며 선택은 온전히 선수들 개인의 몫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18일(한국시간) 첼시 시절 애제자 존 오비 미켈의 팟캐스트 '오비 원 팟캐스트'에 출연해 당시의 사정을 설명한 뒤 누명을 벗으려고 노력했다.
무리뉴는 살라와 더브라위너의 이탈에 대해 "솔직히 말해 두 선수는 (첼시에서)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 떠난 것"이라며 "기다리기가 싫었기 때문에 나갔다"고 밝혔다.
살라는 지난 2014년 1월 스위스 1부리그 바젤에서 첼시로 이적했지만 당시 첼시엔 경쟁자들이 너무 많았다.
'런던의 왕'으로 불렸던 에덴 아자르를 비롯해 최근 위르겐 클롭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고 윙어라고 극찬했던 윌리안,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멤버 안드레 쉬얼레 등이 포진해 살라 입장에선 출전 기회를 좀처럼 잡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살라는 첼시에서 단 19경기만 뛰며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 1년 만에 팀을 떠나 이탈리아로 임대를 떠났다.
더브라위너 또한 지난 2012년 1월 벨기에 리그 KRC 헹크를 떠나 첼시에 합류했다. 2012/13시즌 독일의 베르더 브레멘에서 활약하며 주전으로 뛰었으나 2013/14시즌 첼시로 돌아온 뒤엔 살라와 같은 경쟁자를 두는 바람에 출전 기회가 매우 적을 수밖에 없었다.
선발은 커녕 교체로 근근히 시즌을 보내야했던 셈이다. 결국 더브라위너는 2014년 1월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완전 이적하며 커리어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결국 두 선수는 각자 첼시를 떠나면서 선수 생활 전성기를 맞았다.
살라는 이탈리아 AS로마에서 각광받는 윙어로 떠오르며 2016/17시즌 41경기 19골 13도움을 기록했다. 더브라위너는 볼프스부르크에서 2014/15시즌에만 51경기 16골 27도움을 기록했다. '역대급' 선수의 등장에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각각 손을 내밀었다. 현재 두 선수는 소속팀에서 빠질 수 없는 부동의 핵심 공격 자원이 됐다.
첼시를 이탈한 후 크게 성장한 그들의 모습에 제일 아쉬운 것은 다름아닌 첼시 팬들이다. 죽 쒀서 남을 준 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리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유망주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리뉴는 이러한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팟캐스트에서 "사람들은 내가 살라를 팔았다고 하지만 정반대다. 내가 살라를 사자고 처음부터 제안했다"며 "원래 그는 바젤을 떠나 리버풀을 간다고 했는데, 그때 난 전쟁을 치렀다. 첼시로 반드시 데려와야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첼시 같은 대형 구단에서 유망주에게 매번 출전기회를 양보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무리뉴는 "첼시에서는 활약하던지 기다리던지 두 가지 중 하나"라며 "살라는 기다려야했지만 참을성이 부족해 임대를 가고 싶어했다"고 했다.
이 때 오히려 첼시에서 살라를 매각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무리뉴는 "내가 살라의 판매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며 "만약 그가 매 경기 풀타임 출전을 원한다면 임대는 가도 된다고 허락했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더브라위너도 똑같은 경우다. 무리뉴는 "살라와 매우 비슷하다"며 "더브라위너가 독일로의 임대를 원했다"고 전했다. 무리뉴는 당연히 결사반대했다. 그는 "구단에게 절대 임대를 보내선 안된다고, 나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브라위너는 프리미어리그 시즌을 선발로 시작하게 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더브라위너의 참을성은 매우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즌 개막 첫 경기 이후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결승전에서 결장하자 곧바로 팀을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무리뉴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결승전에서 출전하지 않자 더브라위너는 팀을 떠나고 싶어했다"며 "그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서도 후반전 교체로 몇분 뛰게 했다. 그 것 또한 만족스럽지 못해 이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다르게 무리뉴가 그들을 내친 것이 아니라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원했다는 얘기다.
무리뉴는 "그들이 (이적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출전을)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거나, 좋은 타이밍을 기다리는 자제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결정은 가끔 커리어를 빗나가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첼시에서는 가고 싶을 때 떠나라"며 "어차피 대체자는 곧 들어온다"고도 했다.
물론 살라와 더브라위너의 커리어가 망가지지 않았다는 점도 짚은 무리뉴다.
그는 "(지금까지의) 역사가 그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며 "두 선수는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고 누가 봐도 좋은 커리어를 쌓았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다른 선수들은 내가 내쳤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살라와 더브라위너는 내가 내보낸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