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전설적인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가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맨유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 경기에서 튀르키예의 갈라타사라이 SK를 만나 3-3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13분까지만 해도 3-1로 크게 앞서고 있던 맨유였지만 연이은 수비수의 판단 실수로 두 골을 내리 허용하며 좋지못한 결과를 안게 됐다.
이런 성적에 맨유 레전드 수비수였던 퍼디낸드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현장서 해설자로 분석을 진행한 퍼디낸드는 스포츠 매체 'TNT 스포츠'의 방송에서 "맨유 수비의 가장 큰 문제는 미성숙하다는 것과 지루하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퍼디낸드는 "전반전서 맨유가 (골을 넣은 후) 걸어 잠그는 것은 매우 잘 해줬다"면서도 "후반전 들어서 미성숙한 판단을 저지르는 것인지, 아니면 지루해졌는지 갑자기 (수비 대형을 깨고) 뛰쳐나가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고 비판을 제기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간격을 촘촘히 해 갈라타사라이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 맞는 판단이었지만 성급하게 나섰다가 오히려 골을 허용했다는 평가다.
그는 "그럴 때 일수록 '수비라인으로 복귀하라'는 외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휘 능력이 뛰어나 수비진의 '대장'으로 군림한 퍼디낸드의 눈에는 현재의 맨유 수비들이 통제없이 뛰쳐나가는 모습이 좋게 보일 수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수비를 촘촘히 하면 역습을 감행할 때도 유리하다. 그는 "수비를 하다보면 역습 기회가 생긴다. 라스무스 회이룬은 역습에서 특히 치명적인 선수"라고 전했다. 또한 앙토니와 알레한드로 가르나초도 있다. 퍼디낸드는 "앙토니는 여러차례 상대 풀백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줬고 가르나초 또한 침투할 수 있는 선수"라며 "그러한 3명의 공격수가 역에 나설 수 있다면 라인을 뒤로 당기고 수비에 치중해도 된다"고 전달했다.
이번 경기서 맨유는 수비 뿐 아니라 골키퍼도 문제를 드러냈다.
수문장으로 나선 안드레 오나나는 후반 17분 갈라타사라이의 윙어 하킴 지예시가 찬 왼발 프리킥을 막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황당한 골을 헌납했다. 또한 과도하게 전진해 하프라인 근처까지 올라오는 위험천만한 위치선정도 보여줬다. 퍼디낸드는 오나나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내가 만약에 뛰고 있는데 골키퍼가 하프라인 근처까지 올라와서 맴돌고 있으면 괴성을 질렀을 것"이라며 "센터백만큼 공을 잘 배급하지만 슛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맨유는 이번 무승부로 인해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내달 열리는 6차전서 독일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무조건 승리함과 동시에 같은 날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와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야한다. 퍼디낸드는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 나서서 9골이나 넣고 승점을 1점만 거두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수비의 부진을 당면한 해결과제로 짚었다.
맨유는 지난 9월 1차전서 맞닥뜨린 뮌헨 원정경기를 3-4로 패했고 4차전 코펜하겐과의 경기에서도 3-4로 패했다. 이번 갈라타사라이전에서도 3-3 무승부를 거두며 화력에 무색한 '자동문'급 수비를 보여줬다.
퍼디낸드는 "팀의 공수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며 "기회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고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비에서 매번 실수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맨유가 수비 문제를 해결하고 6차전 뮌헨전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