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창원, 김지수 기자) KT 위즈 불펜의 핵 박영현의 '강철 멘탈'은 올 시즌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한층 더 강해졌다. 특유의 배짱투로 팀 승리를 지켜내고 가을의 가장 높은 무대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KT는 지난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승제, NC 2승) 3차전 NC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승부를 3일 4차전까지 끌고 가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영현은 이날 KT가 3-0으로 앞선 8회말 투입됐다. 선두타자 서호철을 중견수 뜬공으로 가볍게 처리한 뒤 김형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빠르게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다.
2사 후 김주원에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올 시즌 정규리그 타격왕 손아섭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종료시켰다. KT는 9회말 마운드를 넘겨받은 마무리 김재윤이 NC의 마지막 저항을 깔끔하게 잠재우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영현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KT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차전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2차전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3차전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잠재웠다.
플레이오프 준비 기간 팀 내 자체 연습경기에서 예상치 못했던 구속 저하로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막상 시리즈가 시작되자 빠르게 구위를 되찾았다.
박영현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휴식기 동안 구속이 안 나올 때도 그냥 이 공으로 타자를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행히 등판할수록 스피드도 올라오고 느낌이 좋아졌다. 특히 제춘모 코치님께서 저를 혼내시기도 하고 훈련 루틴도 잡아 주시면서 컨디션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박영현은 마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당차다. 2003년생으로 이제 프로 2년차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타자와 정면 승부를 펼치는 '강심장'이 그 자체로 엄청난 재능이다.
포스트시즌 데뷔 무대였던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4경기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86으로 제 몫을 해줬고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서도 핵심으로 활약했다.
박영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4경기에서 5⅓이닝 3피안타 8탈삼진 1볼넷 무실점 2홀드 1세이브로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한국 야구의 사활이 걸렸던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 세이브의 투혼을 발휘했다. 무사 1·2루에서 실점 없이 일본 타선을 막아낸 장면이 백미였다.
대만과 결승전에서도 박영현의 피칭은 빛났다. 한국이 2-0으로 앞선 8회말 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홀드를 따내고 한국 야구의 4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영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게 내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대표팀에서 형들에게 운동법도 많이 배웠다"며 "대회 기간에 공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또 "류중일 감독님, 최일언 투수코치님께서 주자 있는 상황에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셔서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며 "나는 위기 상황을 막는 게 짜릿하고 좋아서 등판하는 걸 즐긴 것 같다. 워낙 큰 경기를 좋아하고 재밌게 해야 결과도 좋게 나오니까 주자가 있을 때 잘 던지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분명 NC보다 불리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박영현은 "지금 컨디션이 너무 좋다. 페이스가 완전히 올라온 느낌이라서 재미있을 것 같다"며 "일단 매 경기 완벽하게 틀어막아야 우리가 승산이 있기 때문에 투수로서 내 임무를 다하고 KT의 승리를 위해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KT는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4차전에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내세웠다. 쿠에바스는 지난 30일 1차전에서 3이닝 6피안타 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4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쿠에바스의 3일 휴식 후 선발등판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사진=창원,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