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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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에서의 '타이거 마스크'

기사입력 2006.05.14 04:39 / 기사수정 2006.05.14 04:39

김종수 기자
            '전설을 포효한다' 타이거 마스크(2)








▲ 애니메이션 중에서 어린이의, 어린이에, 어린이를 위한


요즘의 시선으로 봐도 잔인할 정도로 '타이거마스크'는 폭력성이 농후한 만화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스토리는 당시 유행하던 전형적인 공식을 상당부분 따라하고 있다.


어차피 만화라는 것이, 특히 당시의 만화라하면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주타켓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러려면 주인공 편에 어린이들이 항상 상당수 끼어있어야 하고,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나름대로의 철학(?) 역시 밑바탕에 확실하게 깔고있어야 할 것이다.거기에 가난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이 양념으로 첨가된다면 금상첨화.


이런 식의 큰 틀은 '타이거마스크' 뿐만아니라 다른 만화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고 특히 스포츠물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 하겠다.


선과 악의 대칭구도가 유달리 뚜렷했던 과거에는 만화든 스포츠건 간에 그 선을 확실히 긋는 편이었고, 특히 그런 부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건 어린이들이었다.






▲ '소년중앙'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타이거 마스크' 한국판(사진은 71년 5월호) ⓒ 한국만화자료원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게 다음과 같다.


고아원 출신인 주인공(타이거 마스크)은 악의 레슬러를 양산하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 레슬링을 배운다.원래 '호랑이 굴'에서는 대전료의 50%를 걷어가게 되어 있는데 고아원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것을 본 주인공은 이를 전액 고아원에 주고 만다.규칙을 어긴 주인공의 행동에 '호랑이 굴'은 크게 분노하고 속속 악의 레슬러들을 보내 그를 응징하려든다.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바깥세상의 레슬러들, 그리고 '호랑이 굴'의 레슬러들과 수 없는 싸움을 벌인다.


줄거리의 틀은 단순할지 모르지만 실제선수와 가상선수들이 혼합이 된 수많은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프로레슬링차원을 넘어선 수많은 실전승부는 지금 봐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다.주로 정통보다는 비 정통형식으로 싸우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은연중에 일본정서가 많이 포함되었는지라 국내에 소개될 때는 국내만화가들이 일부분을 수정한 채 따로 그렸다고 한다.어느 정도는 한국식으로 바꾸면서 말이다.


'타이거마스크'를 한국식으로 약간씩 수정해서 베껴 그렸던 대표적인 만화가중 한명이 바로 '머털도사' '장독대'등으로 유명한 인기토속만화가 이두호씨이다.하지만 그때 당시는 대부분의 국내만화가들이 이런 식으로 해외만화를 베껴 그리던, 그려야만했던 시절인지라 독창성 등 다른 문젯거리를 화두로 삼기는 어려울 듯 싶고 그래서도 안될 듯 하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이두호씨를 다룬 특집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는데, 이두호씨 역시 이때를 감추고 싶은 기억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 예나 지금이나 태권도는 우리의 자랑스런 정통무술이다.사진은 국가대표의 산실중 한곳인 김제시청 태권도팀 여자선수들 ⓒ 디지털김제시대


태권도! 태권도! 태권도!


앞서도 언급했듯이 '타이거 마스크'는 국내에 소개될 때 국내만화가들에 의해 상당부분을 한국적인 스타일로 수정되어야만 했다.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 등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전혀 엉뚱한 부분에까지 메스를 들이대는 바람에 내용이 이상하게 변형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작에서는 소년을 구하고 차에 치여죽는 것으로 끝나는 타이거마스크(1세)를 한국판에서는 대한민국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위해 군 입대를 하는 것으로 끝맺음하는가 하면, 얼음을 깨고 들어가 수련을 하는 장면도 군대에서 특수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등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물론 지금의 시각으로 보니까 그런 점이 눈에 많이 띌 뿐, 다른 만화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던 당시의 시대상에서는 직접적으로 느끼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특히 한국판 타이거 마스크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습 중 하나가 태권도 장면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다보면 흰 도복에 검은 띠를 메고 정권 지르기와 발 차기를 뻗어내는 신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타이거 마스크'라는 만화 자체가 일본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여기에 나오는 무술은 태권도가 아닌 가라데일 확률이 무척 높다.더군다나 시대가 시대인지라 당시의 사회상황에서 가라데를 액면그대로 가라데로 쓰는 것은 심의자체에서 통과가 어렵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최영의씨의 일대기를 다뤘던 고우영 화백의 만화 '대야망'에서도 주인공이 쓰는 무술이 극진가라데가 아닌 태권도로 나오지 않는가…?


이두호씨가 옮겨 그린 한국판 '타이거 마스크'에 나오는 캐릭터 중 미스터 번개라는 인물이 있다.프랑스 지하 격투장에서 만난 한국인(? 일본인)으로 도복하의에 검은 띠를 질끈 동여 메고 복면을 둘러쓴 격투레슬러이다.벽돌도 부셔버리는 강력한 수도에 일격필살의 발차기가 돋보이는 가라데(한국판에서는 태권도) 고수다.


'타이거 마스크'에게 공포감을 안겨줄 정도로 강한 상대였으나 어렵사리 이긴 후 우정을 나누는 좋은 친구가 된다.


악인의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선인이자 주인공의 친구로 되어 가는 모습에서 당시 가라데(태권도)의 한·일 양국에서의 높은 위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무술 태권도, 하지만 '타이거 마스크' 한국판에서처럼 가라데라는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 둔갑되어 나타나 버렸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계속)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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