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7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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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모상기에 열광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1.06.25 09:39 / 기사수정 2011.06.25 09:39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삼성 모상기(24)는 24일 대구 넥센전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26일 현재 23타수 6안타 타율 0.261 3홈런 7타점의 평범한 성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요즘 모상기에 열광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삼성에 가장 필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6안타 중 홈런이 3개, 2루타가 3개다. 단타는 아직 단 1개도 없다. 삼성이 그렇게도 원하던 우타 거포 갈증을 요즘 씻어주고 있는 선수가 모상기다.

▲ 등잔 밑이 어둡다

모상기는 신일고를 졸업하고 2006년 2차 47번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그러나 올 시즌 전까지 1군 출장은 2008년 단 2경기뿐이었다. 2군에서도 시원찮은 성적을 냈었고 지난 2년간 상무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야말로 철저한 무명 선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 2군서 15홈런을 때리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큰 체구를 바탕으로 제법 힘 있는 스윙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모상기를 1군서 쓸 수 없었다. 그의 동 포지션에는 외국인 타자 가코가 있었다. 1군 주전은 꼭 100% 실력으로만 되는 건 아니다. 실력 못지않게 이름값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비슷한 성적이면 신인보다 고참을 우선 쓰는 팀이 많다. 하물며 비싼 돈 지불하고 '모셔온' 외국인 타자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연봉 2400만원의 모상기와 공식 바표 30만달러의 가코는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모상기는 지금 가코보다 1군서 뛴 기간은 적어도 가코보다 더 큰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가코에게 그토록 바랐던 장타를 모상기가 펑펑 때려주고 있다. 메기 효과인가. 다른 선수들도 덩덜아 힘을 내고 있다. 비록 24일 대구 넥센전서 팀 타선이 다소 주춤했지만, 삼성 타선은 모상기의 등장으로 분명 건강한 경쟁 효과를 보고 있다. 외국인 타자에게 바랐던 역할을 1군 경력 12경기짜리의 무명이 해내고 있다. 물론 모상기의 돌풍은 한 순간 바람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볼 때 가코는 잠깐 동안의 돌풍조차 일으키지 못했던 그저 그런 외국인 타자였다. 게다가 부상을 입어 다시 1군에 올라올 일은 0%에 가깝다고 봐도 된다. 

▲ 용병 쿼터 확대

지난 21일 KBO는 이사회를 열고 9구단 NC 다이노스의 선수 수급 방안에 대해 1차적으로 논의를 했다. 여기엔 외국인 선수 쿼터 확대도 포함돼 있었다. NC는 4명 등록 3명 출장 가능하다. 그런데 정작 눈에 띄는 건 기존 8개 구단도 2013시즌부터 슬그머니 3명 등록 2명 출장으로 기존의 2명 등록 2명 출장을 깨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대로 최종 확정 및 시행될 공산이 크다.

어쨌든 선수들 입장에서는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늘어나는 걸 반기지 않는다. 자기 자신들의 밥그릇이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 선수가 1군 엔트리에 1명 더 들어옴으로 인해서 동포지션 유망주 선수 2~3명이 자리를 잃는다. 8개 구단으로 확대해보면 꽤 무시 못할 수치다. 1군 엔트리를 26명 25인 출장서 27인 26인 출장으로 늘린다고 해도 결국 외국인 선수 1자리 신설을 위한 것일 뿐이다.

사실 성적만 난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외국인 선수 쿼터 증가로 인한 고비용도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 선수가 국내무대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마이너리그 상위급 수준의 선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지, 국내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설령 그런 초특급 선수를 모셔와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모든 마이너리그 선수가 코리언드림을 꿈꿀 만큼 한국프로야구는 그리 만만한 리그가 아니다.

다시 모상기의 사례로 돌아가자. 모상기가 좋은 선수로 인정받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부진한 가코를 계속 1군서 기용했다면 삼성은 모상기의 가능성조차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울러 모상기가 촉발한 최소한의 몇 경기 상승세 효과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무작정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만 준다고 리빌딩과 세대교체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밑천이 드러난 외국인 선수를 몸값이 비싸고 용병이라는 이유로 또 다른 동 포지션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건 어쩌면 다양한 선수의 사연 많은 스토리를 원하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성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모상기의 힘 있는 타구는 외국인 선수 확대 조치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무언의 시위라고 할 수 있다.

[사진=삼성 젊은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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