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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딜레마 Part 3. "비장의 한수 득.점.력"

기사입력 2006.03.14 21:07 / 기사수정 2006.03.14 21:07

이철규 기자

대표팀은 최근 수비조직의 안정을 통한 화끈한 공격축구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밝혔던 정삼각형 미드필드 형태와 이운재가 이끄는 수비조직은 눈에 띄게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데 여전히 공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 지 현재 대표팀의 공격유형과 문제점을 집어보자.

대표팀의 주 공격방법으로는 측면 수비수의 적극적인 공격가담과 좀 더 중앙지향적으로 변한 측면 공격수들의 득점이 그 첫 번째로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앙에서의 2선 침투, 세 번째가 셋피스로 볼 수 있는데 많은 시도에 비해 결과물이 없는 것은 왜일까?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 불쌍한 이동국

현재 대표팀의 모습은 기존의 골문 근처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몸싸움하며 시원스런 골을 터뜨리는 최전방 공격수를 원하지 않는다. 대표팀의 주 공격방식은 끝없는 활동량으로 최전방의 선수와 주변 선수들이 상대 수비를 끌고 내려오는 틈새에 다른 선수가 득점하는 것. 현 대표팀의 위치로 보면 득점하기 가장 좋은 곳은 왼쪽 측면이고, 도리어 최전방 공격수는 미드필드의 힘싸움에 가담해야 한다.

공격수의 첫 번째 임무가 골을 넣는 것이었다면, 대표팀의 경우에 한해서는 첫 번째 임무는 수비조직교란과 미드필드의 힘싸움 가담을 통한 공수연결이다. 이 부분에 있어 중장거리 육상선수스타일의 이동국은 팬들이 열광하며 기대했던 기존의 ‘타겟형 스트라이커’모습에서 탈피, 많은 활동량과 예전부터 인정 받던 패스와 넓은 시야로 훌륭히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충분히 적응하고 있지 못한 팬들과 측면 공격수들. 한국이 상대할 유럽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한 명의 중앙공격수가 무리하게 골을 뽑아내기보다, 이런 모습이 대표팀에 잘 어울리는 것은 머리로는 수긍하지만 가슴으로는 수긍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팬들의 반응이다.

측면 공격수들 역시 예전의 크로스에 주력하던 모습에서 이동국을 비롯한 최전방 공격수들과 중앙 미드필더들의 짧고 빠른 패스가 만들어 주는 중앙의 틈새를 치고 들어가는 데 익숙지 않아 하고 있고, 대표팀의 중앙미드필더들도 슈팅이 정확한 편이 아니다. 이렇게 선수들이 중앙이 아닌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경기를 조율하는 것이나 새로운 임무에 120% 적응하기 쉽지 않아 하는 모습.

측면에서 빠르게 빈틈을 찾아 들어가는 빠른 정경호와 뛰어난 득점감각의 박주영, 유럽에서 통하는 드리블러 설기현이 주전을 다투는 모양새고, 이들이 득점하기 바래야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이들의 적응이 완료될 때, 우리는 화끈한 공격축구의 완결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 ‘한국의 고질병, 골문 앞의 소심증’

한국의 선수들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90분 내내 정열적으로 미드필드를 뛰어 다니며, 한국 특유의 근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미드필드에서의 모습이 골문 근처에서도 그런가? 유난히 골문 근처에만 가면 한 없이 작아지는 선수들의 골문 쇄도는 날카로움도, 저돌적이지도 않다. 골문 앞에만 가면 사라지는 근성, 왜인가?

이런 소심증은 ‘저돌적인 골문 쇄도’를 없애버리고, 이런 골문 쇄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골도 함께 없애버렸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이유를 댈 수 있을 것이다. 체계화되지 않은 공격수 양성, 승부에 집착한 학원축구의 폐해로 들은 나쁜 버릇, 공격수들의 자질문제 등 그 원인을 여러 곳에서 찾으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분명 팬들의 자질부족, 즉 무분별한 비난일 것이다.

너무 격차가 나는 선수들을 비교하는 것보다 한국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예를 들자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과 미국의 경기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은 무척 단순한 전술로 세계 8강에 올랐다. 그 공격전술이란 다름 아닌 측면의 빠른 공격을 통한 낮은 크로스와 이를 득점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저돌적인 골문 쇄도였다. 이런 저돌적인 골문 쇄도는 한국의 선수들이 다른 국가 선수들과의 차이점으로 꼽는 것 가운데 하나인데, 가장 쉽고 정확한 득점 공식 가운데 하나인 이것을 왜 한국은 시도조차 못할까?

공격수가 경기당 0.4골만을 기록해도 전세계 최고의 공격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외계인이라 불리는 선수들도 평균 득점 0.3골만 되도 세계 수위의 공격수인데, 이 정도 평균 득점을 위해 공격수들에게 요구되는 시도는 몇 번일까? 선수들의 특징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한 공을 받는 횟수만 따지더라도 평균 20번이 넘고, 평균적으로 10번의 유효슈팅가능지역에서 볼을 만진다. 즉, 3경기 최소 득점가능지역에서의 60번의 볼 터치와 그에 이은 슈팅이 있어야 1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

과연 한국의 공격수들이 몇 번이나 득점가능지역에서 골을 넣기 쉽게 패스를 받을까? 한번의 패스라도 제대로 된 슈팅에 연결시키기 못하면 죽일 듯 분노하는 소위 한국의 열혈팬들을 두고 감히 골문 근처에서 무슨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비난은 공격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과감한 시도의욕 자체를 막아버리고 있다. 우리가 골을 원하긴 원하는 걸까?




미드필드 패스의 ‘질’


결국 최전방 공격수가 만들어 준 틈새로 들어가는 측면 공격수들이 패스를 받을 때의 ‘질’이 높이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패스의 흐름을 보자면 과거에는 특정 선수의 창의성에 기댄 마법과도 같은 패스로 공격을 풀어 나갔고, 최근의 압박축구에서는 간결하게 반 박자 빠른 패스로 공간을 짜개 들어가고 있다. 특별히 창의성이나 특출난 능력보다는 안정된 기본을 바탕으로 빠르고 받기 편한 패스를 하는 것. 그것을 해줄 선수가 한국에 누가 있는가?

현재 가능성을 보인 백지훈이 있지만, 저런 양질의 패스를 90분 내내 보여주고 있지 못한 것은 K리그와 전지훈련에서의 경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의 나이만큼 미래가 촉망되는 기대주지만 현재로서는 한국 대표팀의 패스의 질을 확연히 높여줄 수 있는 선수로는 보기 어려웠다. 김남일이나 이호는 한번의 긴 패스로 수비와 미드필드의 사이를 벌릴 수는 있지만, 현재 득점을 위한 마지막 상황에 필요한 것은 공간을 찾아 빠르고 받기 쉽게 패스를 해주는 것은 그들의 몫이 아니다.

대표팀이 정삼각형 미드필드 형태를 구축하기 시작한 뒤로 현실적으로 공격의 물꼬와 최전방 공격수가 밑으로 내려왔을 때, 2선 침투를 해줄 선수의 역할은 삼각형의 꼭지점을 맡고 있는 선수가 되고 그 자리는 전지훈련 동안 백지훈과 김두현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두현의 경우 수비에 문제가 발생하고 백지훈은 그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에서 그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팬들의 결정력 부족에 대한 질타가 나오게 된 것.

이런 질타를 없앨 가능성이 있는 꼭지점에 뛸 수 있는 선수는 박지성과 이을용. 이천수가 계속 측면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주전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공격의 열쇠를 맡아주는 것은 박지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이 나왔을 때의 한국의 경기 모습과 그렇지 않았을 때의 모습은 앙골라와의 친선 경기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박지성을 굳이 측면이라는 공간에 묶어 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



남은 고민 ‘셋피스’와 가능성

대표팀의 초반 상승세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셋피스 때의 득점력이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것은 현재 대표팀의 주전경쟁으로 동료선수들이 계속 변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한 호흡문제로 볼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할 것이다.

대표팀의 공격이 문제라고 하지만 쳐진 공격수 ‘박주영’이 그 가능성을 보여줬고, 역시 박지성 역시 정삼각형의 꼭지점으로서 충분한 활약을 보여줬다. 이천수가 부진하거나 부상당한다면 언제든 박지성은 다시 측면으로 이을용은 꼭지점으로 갈 수 있는 안정감 역시 있다. 남은 것은 주전 경쟁 이후의 스코틀랜드에서 갈고 닦을 칼날이다.

검을 만들 때 수많은 망치질로 검의 모습을 만드는 것이 전지훈련과 K리그였다면, 결전에 임하기에 앞서 그 칼날을 예리하게 가는 것은 스코틀랜드에서의 훈련이 될 것이다. 완성된 공격축구는 지금이 아닌 독일에서 보여져야 그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고, 그것이 ‘한국 대표팀 비장의 수가’ 될 것이다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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