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한 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경력에 겨울 이적시장에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 경신했다. 또다른 한 명은 단순히 이적료 입찰 경쟁으로 잉글랜드 내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한 선수가 됐다.
첼시는 두 선수를 모두 보유한 팀이 되며 미국 자본의 힘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14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첼시가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 미드필더 모이세스 카이세도 영입에 합의했다고 전하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히어 위 고(Here we go)'를 띄웠다.
기자는 "양 구단이 합의했고 이를 확정했다. 카이세도의 이적료는 영국 최고 이적료 기록이 된다"라며 "1억 1500만파운드(약 1945억원)에 브라이턴이 셀온 조항도 포함시켰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메디컬 테스트가 예약된 상황이다. 그는 2031년 여름까지 8년 계약을 앞두고 있고 1년 연장 옵션도 포함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카이세도는 21세의 어린 미드필더로 지난 2021년 2월, 인디펜디엔테(에콰도르)에서 브라이턴으로 직행해 촉망받는 유망주로 유럽에 건너왔다. 2021/22시즌 절반을 비르쇼(벨기에)에서 임대 생활을 보낸 그는 지난해 1월 브라이턴으로 복귀해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2022/23시즌 카이세도의 진가가 발휘됐다. 그는 알렉시스 맥알리스터(리버풀)와 함께 브라이턴의 중원을 맡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 보호와 빠른 공격 전환의 시발점 역할을 한 그는 프리미어리그 37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도약했고 브라이턴의 유럽대항전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런 그에게 많은 빅클럽들이 관심을 보였다.
카이세도는 에콰도르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그는 조별리그 3경기에 출전했다. 비록 팀은 토너먼트 단계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카이세도는 세네갈과의 최종전에 동점골을 넣으며 희망을 안기기도 했다.
카이세도의 이번 여름 이적 사가는 독특했다. 그는 리버풀과 먼저 합의에 도달한 듯 보였다. 대대적인 중원 개편에 나선 리버풀에게 카이세도는 적합한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글로벌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 리버풀 담당 기자 제임스 피어스는 지난 11일 "리버풀이 1억 1천만파운드(약 1860억원)의 영국 최고 이적료로 카이세도를 영입하기 위해 브라이턴과 합의했다. 리버풀이 최고 입찰자였다"라며 "첼시의 비드 금액은 1억 파운드(약 1691억원)였다"라고 전했다.
카이세도는 다만 개인 합의는 하지 않았다. 그는 먼저 리버풀 이적을 확정 지었던 브라이턴 전 동료 알렉시스 맥알리스터와 재결합하는 듯 보였다.
아직 개인 합의에 도달하지 않은 사이, 첼시가 다시 적극적으로 카이세도 구애에 나섰다. 같은 날,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카이세도가 리버풀 이적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라며 리버풀 이적 절차가 멈췄음을 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마노가 같은 날 새벽 "카이세도가 자신이 오직 첼시에 입단하길 원한다고 알렸다"라며 "카이세도는 지난 5월 말에 이미 첼시와 개인 합의를 마친 상태였고 오직 첼시의 제안만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첼시는 브라이턴과 거래를 위해 다시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지 보도들에 따르면, 첼시가 리버풀보다 더 높은 주급을 제안하면서 카이세도의 마음을 움직였다. 여기에 토드 볼리와 데다드 에그발리가 직접 카이세도 이적 협상에 나섰다. 이적 관련 담당자였던 폴 윈스탠리가 지난 3개월간 카이세도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보드진이 직접 참여하면서 사실상 카이세도에게 올인했다.
결과적으로 첼시는 카이세도 확보에 성공하면서 역대 가장 비싼 미드필더진 구성에 성공한다. 현재 첼시의 중원에는 엔소 페르난데스, 코너 갤러거, 루이스 홀, 그리고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합류한 안드리 산투스, 레슬리 우고추쿠 등이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선수를 고려하면 엔소와 카이세도의 3선 배치를 예상할 수 있다. 첼시는 2023년 1월 이적시장엔 엔소를, 그리고 여름엔 카이세도를 영입하는 셈이 된다.
엔소가 첼시에 입단할 당시 그의 이적료는 카이세도보다 낮지만, 1억 6800만파운드(약 1805억원)에 달한다. 이적시장 마감시한을 몇 분 남겨두고 첼시는 엔소를 영입하면서 간신히 그의 이적료를 할부로 분할지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첼시는 당시에도 엔소를 영입하며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 신기록을 경신했다.
엔소의 활약은 눈부셨다. 지난 시즌 흔들리던 첼시 중원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으며 탈압박과 빠른 공격 전환을 시도했고 수비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빛났다.
새로운 시즌에서도 엔소의 영향력은 이어졌다. 리버풀전에 선발 출장한 그는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총 17번의 파이널 서드 지역으로 향하는 패스(양팀 최다), 10번의 상대 박스 침투(양팀 최다), 기회 창출 2회 등을 기록하며 첼시의 엔진 역할을 담당했다.
무엇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엔소는 더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을 주며 앞으로의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이러한 엔소의 활약에 더해 수비 성향을 더 갖춘 카이세도까지, 잉글랜드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운 미드필더 듀오가 구축되면서 첼시 구단주 토드 볼리 컨소시엄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확인하게 됐다.
단순히 계산해 3700억원은 한 구단의 한 시즌 운영비와 같은 규모다. 그런 금액을 두 명의 선수에게 투자한다는 건 큰 의리믈 지닌다. 물론 두 선수의 계약 기간이 8년으로 아주 길고 이적료를 분할지급한다는 점에서 구단의 현금 유동성은 확보가 되지만, 한 선수의 이적료로 2천억 가까이 찍히는 게 두 번의 이적시장에 연달아 발생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유럽 축구계를 진두지휘하는 중동 자본의 경우,굵직한 선수에게 두 번의 이적시장에 연속해서 선수 한 명에게 1천억원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 들어온 미국 자본, 특히 첼시는 혼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 하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 3억 2590만유로(약 4749억원)를 지출한 첼시는 2023년 1월 겨울 이적시장 지출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첼시 아래 5개 팀의 지출 규모를 모두 합쳐도 첼시의 지출에 조금 모자랐다.
혼자 다른 세계를 살며 첼시는 프리미어리그의 슈퍼리그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첼시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도 카이세도 영입이 확정된다면 현재 2억 3160만유로(약 3375억원)를 지출 중인 1위 아스널을 제치고 3억 4025만유로(약 4958억원)의 지출을 기록하며 또다시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사진=PA Wire,AP,EPA/연합뉴스, 로마노, 첼시,, 트위터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