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나연 기자) 박미옥 전 형사가 여성 형사로서 일하며 겪었던 고충을 고백했다.
21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이하 '옥문아들')에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 강력계 반장 박미옥 전 형사가 출연했다.
이날 박 전 형사는 "어린 여자로 보이기 싫어서 술을 배웠다"며 "'언젠가는 선배들에게 말 못 한 것을 나한테 하게 하리라'라는 (마음으로 일을 했다)"고 밝혔다.
박 전 형사는 여자 형사로서 받은 차별에 대해 "'여자가'라는 말은 기본, (여성 경찰로서) 결정적으로 뒤통수, 앞통수를 맞은 게 탈주범 신창원 사건을 수사했을 때"라고 전했다.
이어 "경력 6년 차에 특별수사본부 지원 인력으로 갔는데 한 남성 형사가 '냄비가 왜 왔냐'고 하더라. 굉장히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인데 순간적으로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똑같이 주방 도구를 찾았다. '주전자는 가만이 계시라'라고 받아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팀장님이 놀라서 우리 둘을 말리더라. 그 팀장님이 전국 수사를 돌면서 외로운 이야기(를 해주고) 형사들이 지쳐서 넋을 놓고 있다고 말해줬다. 팀장님의 말씀과 함께 태세 전환을 수사로 (돌렸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박 전 형사가 2011년 여성 강력계장에 부임했을 때 한 기자가 "립스틱 정책이냐"며 "여자 강력계장이 오면 강남 비리가 사라지느냐"고 비아냥대기도 했다고.
당시 박 전 형사는 해당 기자에 "제가 수사 경력이 짧다거나 저의 수사가 별로 실력이 없다거나 서울 시내에서 강력 계장을 해본 적이 없다거나 뭐라도 걸린다면 받아들이겠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여성 비하 발언을 한 것이다"라고 대응했고, 결국 다음 날 기사 타이틀이 오로지 성과와 실적으로만 평가받은 것으로 바뀌었다고.
그런가 하면 박 전 형사는 '최초'라는 타이틀에 대해 "사실 이건 밖에서 만들었다. 내가 최초인 줄 알았을까"라며 "또 외로운 단어다. 평이해지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사건을 하다 보니 그 자리에 갔고 그 자리에서 해내다 보니 다음 자리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너무 외롭다 보니까 여성 형사들이 오면 기회를 주고 싶다. '제발 살아남아라', '오래 해달라'라는 말을 하면서 최초 이후 보편화되게 만들어 달라고 한다"며 웃었다.
한편 박 전 형사는 명예 퇴직 후의 삶을 언급하기도.
그는 "지금은 적극적으로 제주도라는 지역을 선택해 거주지를 옮겼고 공간을 만들었다"며 "사람들이 나를 만나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같이 하고 있는데 주제는 주로 '감정'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감정이 터진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봤고 우리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잘 말하지 않았다. 나 또한 공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박 전 형사는 "형사 생활 중 가장 범인을 잘 잡았던 때가 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시점이었다"며 "이제는 진짜 여행자처럼 인생을 살아보자 싶더라"라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사진=KBS 2TV 방송화면
김나연 기자 letter9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