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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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람 평균자책점 1위의 이면과 불편한 진실

기사입력 2011.06.13 11:46 / 기사수정 2011.06.13 11:46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자고 일어나니 1위가 바뀐다.

요즘 평균자책점 부문이 그렇다. 올 시즌 이 부문은 줄곧 김선우 니퍼트(이상 두산) 로페즈(KIA) 글로버(SK) 등이 주도했으며 11일 목동 넥센전 후 삼성 카도쿠라가 2.28로 1위에 오르며 야구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런데 12일 경기 후 이날 잠실 두산전서 1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정우람(SK)이 0.98로 평균자책점 부문 깜짝 선두에 등극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 평균자책점에 숨은 이면

평균자책점은 쉽게 말해 어떤 투수가 9이닝을 던진다면 평균적으로 몇 점의 자책을 기록하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공식은 총자책점*9/투구 이닝이다. 그런데 모든 선수의 평균자책점을 구한다고 해서 그 수치가 그 투수의 능력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쉽게 말해서 1년 내내 단 1경기에 나서 완봉승으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고 해서 시즌 내내 출장해 평균 6이닝 3자책점, 즉 평균자책점 4.50 정도를 기록한 선수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그래서 모든 투수에겐 '규정 이닝'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기록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이닝 이상 던진 투수에 한해 진정한 평균자책점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규정이닝은 그 팀이 치른 경기 수와 같다.

이럴 경우 결국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선발 투수가 좀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흔히 구원 투수가 대접을 못 받는다고 서러워하는 이유도 일년 내내 쉬지 않고 출장해봤자 규정이닝을 채우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구원 투수가 아무리 자주 나오더라도 매일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133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기는 상당히 힘이 든다.

그래서 전문 구원 투수 정우람의 평균자책점 1위 등극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날 SK가 55경기째를 치렀고, 정우람은 1⅓이닝을 던지며 정확하게 55이닝을 채웠기 때문에 규정 이닝에 진입해 단숨에 평균자책점 1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그 자체로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것이다. 감독이 아무리 구원 투수를 자주 기용하더라도 투수 본인이 클러치 상황서 실점을 하게 되면 자연히 감독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우람의 경우 거의 매 경기 박빙 상황서 투입됐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팀 리드를 지키며 또 다른 구원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주는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혹사 논란도 있지만 김성근 감독은 실제 투수를 굉장히 치밀하게 관리하는 편이다.  

▲ 불편한 진실  

그런데 한 편으로 여기엔 불편한 진실도 숨어 있다. 구원 투수 정우람이 1위를 하는데 그보다 좋은 조건에서 등판하는 선발 투수가 왜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느냐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사실 구원 투수의 성향 상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정우람은 또 다시 규정 이닝 밖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래서 정우람의 평균자책점 1위는 1일 천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구원 투수가 이렇게 많은 이닝을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군 엔트리 26명 중 대개 12명 정도를 투수가 차지한다. 12명에서 5명뿐인 선발 투수를 제외하면 7명은 결국 불펜 투수라는 소리다. 선발보다 불펜 투수가 더 많은 셈이다. 그런데 7명중 흔히 말하는 마무리 투수를 포함한 '필승 계투조' 2~3인을 제외한 4명의 보직은 애매하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들이 있는 반면, 왼손 타자 전문 원포인트 릴리프도 있다. 결국, 나머지 1~2명은 한 경기 희비에 따라 2군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운명의 '패전 처리'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최근 순위 싸움이 뜨거워지면서 한 두점 지는 경기서 여차하면 필승조가 투입된다. 감독들은 무리시킨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불펜 투수들 사이의 구위 차이는 꽤 심각하다. 어차피 구위가 좋은 선수는 선발로 가는 경우가 많아 어느 팀이든 구원 투수들의 구위 편차는 심하다. 각팀 불펜 에이스들의 이닝 소화는 입지가 애매한 불펜 투수들에 비해 현격히 많은 게 현실이다. 어쨌든 경기서 이기려면 가장 좋은 구위의 구원 투수를 계속 기용하지 않을 감독은 아무도 없다. 정우람뿐 아니라 정재훈(두산) 손영민(KIA)도 어느덧 41⅓이닝, 40⅔이닝 등 40이닝을 돌파했다.

심지어 필승 계투조도 심심찮게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는 등 불펜 불신의 시대로 접어드는 게 최근의 트렌드다. 그만큼 타자보다 투수의 기술 발전 속도가 늦고, 최근 몇 년간 특히 불펜에선 두각을 드러내는 뉴 페이스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정우람의 호투와 김성근 감독의 믿음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난다. 정우람이 잘 던지는 건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정우람이 계속 나와야 할 정도로 각 팀 불펜 사정이 썩 좋지 않다는 건 한번쯤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정우람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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