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2007년 KBO리그 데뷔 후 어느덧 16년의 시간이 흘렀다. 3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는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위력을 뽐내고 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의 얘기다.
양현종은 21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6차전에 선발투수로 등판, 7이닝 8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다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를 달성하고도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시즌 첫 패전을 떠안았다.
1회초 세 타자를 모두 뜬공으로 잡아낸 양현종은 2회초부터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6회까지 실점 없이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2·3·6회에는 선두타자에 출루를 허용하고도 위기관리 능력을 뽐내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양현종 무실점 행진에 제동이 걸린 건 7회초였다. 선두타자 박찬혁의 볼넷과 김태진의 희생번트 이후 임지열이 내야안타로 출루해 1사 1, 3루로 연결됐다.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2개나 때려내며 양현종을 괴롭힌 이지영이 8구 승부 끝에 1타점 적시타를 쳤고, 팽팽했던 0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양현종은 1사 1, 2루에서 김휘집의 삼진 이후 이정후를 공 1개 만에 땅볼로 처리, 자신의 힘으로 7회초를 매듭지었다. 실점을 최소화한 양현종의 역투에 관중석을 메운 홈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양현종은 시즌 3승 도전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지만, 대신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2198⅔이닝이었던 양현종은 2200이닝을 돌파했고, 7회초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 '타이거즈 레전드' 이강철(2204⅔이닝·kt 위즈 감독)을 제치고 통산 이닝 3위에 등극했다.
KBO리그에서 통산 2200이닝을 돌파한 선수는 송진우(3003이닝·대덕대학교 야구부 기술위원장), 정민철(2394⅔이닝·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이강철, 양현종 단 네 명뿐이다.
10년 넘게 KIA 선발진의 한 축을 지켰던 양현종은 2020시즌을 끝으로 미국 무대 도전을 선언, 1년간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갔다. 누군가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던 선택이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KIA와 4년 최대 103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복귀 첫해 30경기 175⅓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3.85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국내 선수만 놓고 보면 안우진(196이닝·키움), 고영표(182⅓이닝·kt 위즈)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였다.
올핸 시즌 초반부터 페이스를 확 끌어올렸다. 7경기 44⅓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2.03으로, 득점 지원만 어느 정도 따라줬다면 충분히 승수를 더 챙길 수도 있었다. 평균자책점(4위), 탈삼진(8위) 등 주요 지표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통산 이닝 3위가 된 양현종은 앞으로 1승만 더 추가하면 정민철(161승)을 넘고 통산 다승 2위로 올라선다. 또한 통산 탈삼진 부문에서도 1위 송진우(2048개)와의 격차를 조금씩 좁혀나가는 중이다. 양현종의 탈삼진 개수는 1858개.
올 시즌을 제외하더라도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아있다. 지금처럼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며 공을 뿌릴 수만 있다면 양현종의 '기록 도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