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화성, 김정현 기자) 당분간 '병수볼'은 없다.
김병수 수원 삼성 신임 감독은 자신의 색깔 대신 모든 걸 생존에 맞춰 선수단은 운영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8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내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원은 지난 4일 제8대 감독으로 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4년 12월 말까지다.
본인 만의 축구 스타일을 갖고 있는 김 감독은 여기에 더해 선수단 소통, 경기 대응 능력 등에서 수원이 정한 가장 적합한 후보군에 포함됐다.
김 감독은 고심 끝에 수원 감독직을 수락했다. 최하위로 위기에 빠진 수원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수원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울 수 있다"면서도 "그런 상황을 먼저 인지하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물론 팀이 단기간 변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조금씩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K리그1 12개팀이 정확히 한 경기씩 붙어본 가운데 수원은 1승 2무 8패, 승점 5로 최하위다. 다행히 직전 경기인 지난 5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수원의 시즌 첫 승이 나왔다.
간신히 첫 승을 신고했지만, 여전히 꼴찌다. 11위와 격차도 승점 4점차로, 한 경기 이상이다.
당연히 김 감독의 첫 과제는 당장 승점을 쌓는 것이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선 적어도 생존권인 9위 인천(승점 12)과의 격차부터 좁혀 나가야 한다.
현재 위기를 타개할 비책이 있냐는 질문에 김 감독도 답답한 듯 "세상에 그런 비책이 있다면 직접 가서 배우고 싶다"고 받아칠 만큼 현재 상황은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건 없다. 빠르게 성과가 나오는 것도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일단 분위기를 잘 만드는 데 집중해야지 결과에 집중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강조한 건 선수단 분위기였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연이은 성적 부진으로 인해 젖여있는 패배의식을 지우고 즐거운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끌고 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드시 이기기 위한 것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이 부담감 없이 뛸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그 부분이 잘 이루어지면 선수들이 경기에 더 몰입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흔히 김 감독 하면 떠오르는 '병수볼'도 당장 기대할 수 없다. 김 감독이 영남대 시절부터 보여준 패스를 통한 볼 소유로 지배적인 경기 운영을 하며 상대 진영에서 공간을 찾아 마무리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특징적이다.
'병수볼'은 K리그1에서도 꽃을 피운 경험이 있다. 강원에서 김 감독은 2018시즌 강원에 중도 부임한 뒤 2019시즌 2년 차에 강원을 파이널A로 이끌었다.
병수볼을 수원에서도 펼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동계 훈련부터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며 '병수볼'에 친숙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중도 부임이며 친숙도를 높일 시간조차 없다. 당장 필요한 승점 3점을 위해 어떤 축구라도 시도해야 한다.
김 감독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미련스럽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한다면 기회를 엿볼 수 있지만, 지금은 선수들한테 어울리지 않는데 강요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며 '병수볼'로 표현되는 볼간수 위주의 아기자기한 축구도 중요하지만, 생존을 위한 변화부터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번에 모든 게 바뀌진 않는다. 경기력도 지금 해오던 경기력이 있을 것인데 이런 것도 바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훈련 분위기는 단번에 바꿀 수 있다. 이를 노력해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전술적으로 크게 변화는 없지만, 스타일을 만드는 데는 가능할 수 있다. 볼을 갖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시작해 봐야 안다. 해보면서 방법을 찾겠다"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