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오재일이 결정적인 순간 침묵을 깨고 팀의 주중 3연전 위닝 시리즈와 연승을 견인했다. 스스로도 마음의 짐을 털어내고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의미 있는 한방이었다.
삼성은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2차전에서 7-6으로 이겼다. 2연승과 함께 9위에서 8위로 올라서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이날 3-6으로 뒤진 7회말 2사 만루에서 오재일이 해결사로 나섰다. 오재일은 두산 셋업맨 정철원을 상대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는 그랜드 슬램을 작렬시켜 스코어를 7-6으로 만들었다.
쓰리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정철원의 5구째 148km짜리 직구를 완벽한 스윙으로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4m의 타구를 쏘아 올렸다.
시즌 2호 홈런이자 두산 시절이던 개인 통산 6번째 만루 홈런의 기쁨을 맛봤다. 오재일의 정규리그 만루 홈런은 2019년 8월 22일 삼성 원태인을 상대로 기록한 이후 1344일 만이다.
삼성은 오재일의 만루포로 역전에 성공한 뒤 8회초 우완 이승현, 9회초 이적생 김동준이 두산의 추격을 실점 없이 잠재우고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따냈다.
오재일 개인으로서도 3회말 2사 2루 찬스를 놓친 것을 비롯해 시즌 타율 0.176(68타수 12안타)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상황에서 한층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오재일은 경기 후 "카운트가 나에게 유리했기 때문에 무조건 직구가 올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투가 와서 홈런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며 "3회말에 내가 찬스를 못 살려서 동료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홈런 타석에 들어갈 때는 내가 꼭 해결해 보자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타구가 나와서 미안함을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박한이 타격코치님이 못 쳐도 되니까 그냥 편하게 치라고 하시더라. 살짝 포기하신 것 같았다"고 농담을 던진 뒤 "타격 페이스가 올라와야 하는데 제자리여서 걱정이 됐다. 그래도 오늘 좋은 타구가 나왔으니까 점점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유의 슬로 스타터 스타일에 대해서는 자신도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오재일은 2019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시즌 동안 정규리그 3~4월 타율이 0.205(47경기 166타수 34안타)에 불과하다. 이 기간 동안 512경기에서 타율 0.290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유독 시즌 초반에 방망이가 잘 맞지 않는다.
오재일은 "나도 운동량을 정말 많이 가져가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올해는 중요한 순간에 안타가 하나씩 나오고 있어서 (예년보다는) 빨리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