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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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소설] 링의 하이에나 - 8화 ’공수’

기사입력 2005.07.10 06:08 / 기사수정 2005.07.10 06:08

전민승 기자

-공수-

백호의 왼다리를 강타하는 히라쿠의 로우킥.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다리를 들어 로우킥을 방어한 백호.하지만 로우킥의 파괴력은 방어했음에도 그대로 다리에 강렬하게 전해져 들어왔다.

'크윽,강하군...'

링 코너에서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강성 역시 히라쿠의 로우킥의 파괴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들어 알고 있었다.풀 컨택 가라데 대회에서의 로우킥은 무에타이의 그것보다 포인트를 훨씬 높게 주기 때문에 가라데가들은 더욱 그것을 단련한다는 것을.풀컨택 가라데의 로우킥은 그야말로 흉기이다.

이어 히라쿠에게 접근해 펀치를 먹이려는 백호.그러나 순간 섬광과도 같은 것이 백호의 얼굴을 빠르게 때리고 지나갔다.

'!?"

잽.엄청난 속도의 히라쿠의 잽이 백호의 얼굴을 때리더니 곧 그와 히라쿠와의 거리를 벌려놓았다.다시 몸을 좌우로 흔들며 파고들어가 보는 백호지만 이번에도 히라쿠의 잽에 걸려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제길,상당한 복싱스킬!'

과연 안면타격을 금지하는 극진과는 달리 글러브 룰에 익숙한 정도회관다운 복싱스킬이었다.그렇게 1라운드가 1분정도 흘러가고 있을때쯤,강성이 백호에게 외쳤다.

"뭐하는거야!옆으로 흘려내고 목을 잡아!"
"......!"

강성의 말의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시한번 날아드는 히라쿠의 잽.순간,백호가 몸을 옆으로 틀며 히라쿠의 펀치를 손으로 튕겨낸뒤 안으로 빨려들듯 파고들어갔다.

'이자식이....!'

그대로 무방비 상태의 히라쿠의 앞에 선 백호.그는 히라쿠의 목을 잡은 뒤 있는 힘껏 무릎으로 히라쿠의 복부를 찍어대었다(TA-1에서는 2번까지 클린치후 무릎공격이 허용된다).고통스러워하는 히라쿠.그러나 막을 길이 없었다.가라데가들은 낙무아이의 클린치후 무릎공격(빰 탱카우)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수밖에는 없었다.

'이걸로 끝이다!!'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서 최후의 무릎지옥을 선사하려는 백호.그러나 마지막 공격이 들어가려던 찰나,심판이 백호와 히라쿠 사이에 끼어들어서 백호를 제지했다.

"브레이크!"
"어째서,어째서입니까?아직 한번밖에 공격을 못했는데요?"

그러나 계속 경기를 속행시키는 심판.백호는 어쩔 수 없이 심판에게 복종해야만 했다.이를 보고 있는 강성은 굳게 입을 다문채 생각했다.

'TA-1에서의 노라싱 타이다의 선전,TA-1 MAX에서의 사마트 수라시앙의 우승 등 계속되는 무에타이의 침공에 무에타이를 적대시하는 일몬 격투계는 점점 무에타이를 견제하기 시작했다.한 일례로 TA-1 MAX(TA-1의 중량급 대회)에서는 클린치후 무릎공격을 1회로 축소하는 해괴한 룰 변경을 하기에 이르렀고,클린치후 브레이크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졌다.하지만....이건 너무나도 노골적이군."

다시 경기를 시작한 둘.이번에는 다소 기가 꺾인 백호를 향해 히라쿠가 공세로 나가기 시작했다.원투에 이은 로우.이번에는 적중했다.고통스러워하는 백호.

'크윽!'
"맞으면 안돼!제때제때 끊어!"

이어 안면부위에 날아드는 히라쿠의 펀치세례.백호는 가드를 올려 방어했지만 그중 여러개가 측두부에 수차례 명중했다.

'어떠냐,무에타이쟁이.전 복싱 웰터급 동양챔피언 이토 마츠시마로부터 전수받은 나의 복싱실력이!'

비틀거리며 자리에 주저앉는 백호.그러자 심판은 둘을 떼어내 히라쿠를 중립 코너로 보낸뒤 백호를 향해 카운트를 세었다.

"원,투,스리,포,파이브,식스,세븐,에이트...."
"그만...할수 있습니다."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백호.심판은 백호를 보더니 경기를 다시 속행시켰다.

'역시 이정도로 끝내긴 무리였나...역시 극진의 일격이 정도회관에는 없나보군.복싱스킬은 좋을지 몰라도 말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정희는 관중석에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백호 저저식 뭐하는 거야....8강에서 탈락하면 어쩔 생각이야?'

창진은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손바닥으로 탁 쳤다.

"왜그래요?"
"아,아냐.아무것도..."

경기가 재개된 후에도 히라쿠의 펀치와 킥 공격에 계속해서 밀리는 백호.그런 그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그 자신이 아닌 라운드종료를 알리는 공이었다.

'땡-'

공이 울리고 세컨드 진영으로 간 백호는 마우스피스를 벗고 몸을 최대한 세컨드들에게 맡겼다.한편,강성은 휴식을 취하는 백호의 곁에 가서 말을 건넸다.

"어떤것 같나?"
"저자식...생각했던것 이상이에요.복싱스킬이 너무 좋아요."
"으음...어쩔수 없군....빳(튕겨내기.일종의 패링)이나 위빙으로 피한 다음에 근접해서 공격해라.너의 주특기는
근접전이잖나?
"하지만 심판의 브레이크가 너무 빠릅니다.빰(목잡기)만으로는 불리할것 같아요."
"하지만 녀석은 목잡기에는 절대 약해.계속 복부에 충격이 쌓이면 녀석도 어쩔수 없을거다."
"네."

이어 세컨아웃 사인이 들어오고 강성은 링에서 나왔다.다시 경기를 진행시키는 심판.

"라운드2,파이트!"

경기 시작하자마자 미들킥으로 거세게 백호를 밀어붙이는 히라쿠.그러나 미들킥을 방어한 백호는 그대로 빈틈을 발견,쏜살같이 파고들어가 상대의 목을 잡고 중심을 기울인뒤 또다시 무릎으로 복부를 강타했다.

'먹어라!'
'푸욱'

이번에도 무방비 상태로 복부를 얻어맞는 히라쿠.순간 히라쿠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환호하는 강성.

'그렇지!가라데가들도 TA-1에 진출할때는 어느정도 무릎공격을 대비하긴 하지만 그래도 낙무아이의 그것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지.그대로 밀고붙여라.백호야!'

"브레이크!"

떨어진뒤 다시 진행되는 경기.이번에는 백호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히라쿠의 잽이 날아들었다.그러나 백호는 포인트를 잃을 각오를 하고 이를 어느정도 몸으로 때우며 다시 안으로 파고들어가 또다시 히라쿠의 목을 잡았다.

'걸렸다!'
'이 무에타이쟁이!어서 떨어져!'

또다시 무릎공격을 시도하는 백호.이번에는 심판의 브레이크 선언이 있기전 속사포같이 2연타로 무릎공격을 먹일 각오를 했다.

'하아앗!'

그대로 연타로 꽂혀들어가는 백호의 무릎.그와 동시에 히라쿠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지,백호야!"

카운트를 다 세기전 간신히 배를 움켜쥐며 일어나는 히라쿠.그러나 숨은 이전보다 훨씬 가빠져 있었다.강성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백호의 빰 탱카우(클린치후 니킥)가 히라쿠 녀석의 내장기관,특히 신장을 정확히 가격한 모양이야.이제부터는 숨쉬는것조차도 쉽지 않겠지.아마 회복되지 않을거다.'

경기 재개후 원투 로우킥으로 백호를 공격하는 히라쿠.그러나 펀치,그리고 로우킥의 위력과 스피드는 이전보다 훨씬 떨어져 있었다.간단하게 방어하는 백호.

'이번엔 내차례다!'

히라쿠의 얼굴을 노린 백호의 펀치 연타가 들어갔다.겨우 이것을 가드해내는 히라쿠.그러나 계속 가드를 올린 히라쿠의 목을 또다시 백호가 단단히 잡았다.

'이번에는 확실히 끝장을 내주겠다!"

혼신의 힘을 다한 백호의 무릎 공격이 들어갔다.그대로 인정사정없이 히라쿠의 복부에 박혀들어가는 백호의 니킥.

'끝이다!'
"크악!"

비명을 토하며 쓰러지는 히라쿠.당황한 심판은 히라쿠에게 다가가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원,투,스리,포,파이브,식스,세븐,에이트,나인,텐....노크아웃!!!"

경기종료를 선언하는 심판.그와 동시에 백호는 주먹을 하늘높이 치켜들어 승리를 자축했다.링으로 올라오는 강성과 세컨드진.

"정말 잘했다.백호야.정말 잘했어."
"뭘요.처음 다운됐을땐 질까봐 초조했습니다."

한편,쓰러진 히라쿠에게 다가간 닥터는 한참을 고통스러워하며 일어나지 않는 그를 보더니 들것을 지시했다.

"조심해요.내장이 파열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광경을 보던 창진은 옆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정희를 보더니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넌 즐겁지 않아?"
"네?즈,즐거워요."

이렇게 말한 정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후,역시 정도회관....극진의 일격이 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아.무에타이를 꺾을 자격이란 그들에게는 없군.곧 보게 될거다.우리 극진의 선봉장 카를로스 페레이라의 힘을....'

.
.
.

"자 기대하라구요.이번에 카를로스의 슈퍼파이트니까."
"카를로스?네가 말한 그 극진가라데 선수 말인가?
"네.극진가라데 세계대회 우승,100인조수 달성 등 극진의 괴물로 불리우는 남자.그 실력을 여기서 보게 될 거에요."

정희는 웃으며 선수 입장 게이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곧이어 TA-1서울대회 슈퍼파이트 제 1경기가 시작됩니다.블루 게이트.더글러스 스콜 선수의 입장!"
"더글러스 스콜?"

의문을 가지는 창진에게 정희는 천천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더글러스 스콜은 킥복싱 프로전적 30승 30승 27KO의 전적을 가진 TA-1첫 데뷔의 킥복서에요.전적상으론 놀랍지만......뭐,카를로스의 상대는 될수가 없죠."

더글러스의 입장이 끝난뒤,사회자는 다음 선수를 소개했다.

"레드 게이트.카를로스 페레이라 선수의 입장!"

Puff Daddy의 I'll be missing you가 흘러나오면서 게이트에서 등장하는 남자.'극진회'의 한문이 씌여진 도복을 입고 등장하는 남미계의 사나이.

"저사람이....카를로스...."

창진은 엄청난 위압감에 조금도 움직일수 없었다.저 장대한 기골의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알수없는 기운.그것이 모든 격투기의 종류를 망라하고 꿰뚫는 입식타격의 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전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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