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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포조선은 K리거 양성소?

기사입력 2005.04.01 05:23 / 기사수정 2005.04.01 05:23

이상규 기자
K리그에는 실업팀 출신을 비롯한 K2리그 출신 선수들이 여럿있다. K리그의 명문 수원의 원년멤버이자 1996년 신인왕을 수상한 박건하(34. 전 이랜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주역이자 현재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에서 활약중인 이을용(30. 전 철도청)은 K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것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 펼친 대표적인 실업팀 출신 선수들이다. 그 외에도 대구의 진순진(31. 전 할렐루야), 수원의 김진우(30. 전 주택은행) 등과 같은 K리그 정상급 선수들도 실업팀 출신이다.

그러나 K2리그 선수가 K리그로 진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수에 비해 성장 가능성, 장래성 등에서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K리그 팀들이 용병을 제외한 신입 선수를 영입할 때는 K2리그 선수들 보다는 학원 축구에 몸담고 있는 젊은 선수들에 대한 영입 폭이 더 넓다. K리그의 선수 영입 기준에서, K2리그는 학원 축구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K리그에서 활약하는 K리거들을 살펴보면, 얼마전 대통령배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K2리그의 울산현대 미포조선(이하 미포조선) 출신 선수들이 여럿 있다. 이전에 K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미포조선 출신 선수까지 합하면 10명은 충분히 넘는다. K2리그 선수들이 K리그에서 활약하는 폭이 좁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K2리그 팀들에 비해 많은 경우에 속한다.

지난해 시즌에는 김철웅과 김준협이 울산, 윤용구가 부천, 민영기가 대구로 이적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전상욱과 박재현이 각각 성남과 인천으로 이적했다.

▲ 수원 미드필더 김대의
ⓒ2005 수원삼성 블루윙즈
미포조선에서 활약한 경력이 있는 대표적인 K리거는, 2002년 K리그 MVP를 차지한 수원의 공격형 미드필더 김대의(31)다. 김대의는 고려대 졸업 이후에 K리그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실업축구팀인 한일은행을 거쳐 1997년에 일본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로 이적했다. 그러나 일본 소속팀에서 적응 실패하여 1999년에 다시 국내로 복귀했다. 국내 복귀팀이 바로 미포조선이다.

김대의가 미포조선으로 팀을 옮긴 이유는, 당시 드래프트를 거부하면 3년간 K리그에서 활약할 수 없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규정대로 라면 2000년부터 K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다. 그래서 1년 동안 미포조선에 몸을 담아 감각을 유지했던 것이다. 지금은 신인 선수 영입시의 드래프트가 없지만, 당시에는 드래프트가 K리그에 있었다. 결국, 규정 기간이 끝난 2000년부터 성남 드래프트 1순위의 '중고 신인' 선수로서 K리그에서 활약했다.

김대의는 2001년까지 성남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2002년에 샤샤와 함께 성남 공격을 주도하여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 해에 MVP에 선정 되었고, 국가대표팀에도 다시 발탁 되었다. 지난해에는 이적팀 수원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끄는 큰 역할을 했다. K리그가 배출한 대표적인 선수이지만, 미포조선에서 K리그 팀으로 옮긴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대전의 왼쪽 풀백을 맡는 주승진(30)도 미포조선 출신 선수다. 27세의 '중고 신인'으로서 첫 해를 보낸 2003년 정규리그 초반부터 대전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아, K리그에서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높였다. 어려운 재정난으로 타팀에 비해 선수 영입 조건이 좋지 않은 대전으로서, 2003년 1월에 입단한 주승진의 맹활약은 반갑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K리그 통산 69경기에 출전하여 1골 5도움을 기록한 주승진은, 올 시즌 전경기(5경기) 출전했다.

울산 수비수 장상원(28)은 2000년 12월까지 미포조선에서 활약한 뒤에, 울산으로 이적했다. 2003년에 9경기에 출전한 장상원은, 2004년에 14경기에 출전하여 1골을 넣었다. 올 시즌에는 2경기 출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철웅(26)은 지난해 14경기에 출전했고, 함께 울산에 입단했던 공격수 김준협(27)은 올해초 대전 이적 소식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다시 미포조선으로 돌아왔다.

전남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효일(27)은 2003년 2월까지 미포조선 선수로 활약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3시즌 동안 40경기에 출전했고, 팀의 주축 이었던 김남일이 수원으로 떠난 올 시즌에는 전경기(5경기) 출전했다.

▲ 대구 수비수 민영기
ⓒ2005 대구FC
현재 대구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중에는, 미포조선 출신 선수가 3명 있다. 2003년 초에 대구로 이적한 골키퍼 김진식(28)은 2003년에 22경기에 출전하여 김태진과 함께 주전 경쟁을 펼친 경험이 있고, 비슷한 시기에 대구로 이적한 공격수 고봉현(26)은 K리그 통산 31경기에 출전하여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현재 대구의 조커로 활약 중이다. 2004년초에 대구로 이적한 수비수 민영기(29)는 울산과 미포조선을 거쳐 2004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에서 활약 중이다. 전경기인 5경기 출전한 민영기는, 대구의 주전 수비수 자리를 굳혔다.

현재 K리그 등록명단에는 없지만, 윤용구(28. 전 부천)와 안선진(30. 전 포항) 등도 미포조선 출신이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미포조선 출신의 전상욱(26)과 박재현(25)이 각각 성남과 인천에서 활약 중이다. 특히 공격수 박재현은 2003년에 대구에서 3경기 출전한 경력이 있는 선수다. 지난해 미포조선에서 몸담았지만, 올 시즌에 다시 K리그로 진출 했다. 올 시즌 2경기 출전하여, 이근호 등과 함께 번갈아 가면서 최태욱이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로 떠난 공백을 메꾸고 있다.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중에서 미포조선 출신 선수들이 여럿 있는 이유는, 조동현 미포조선 감독의 지도력과 연관이 깊다. 조동현 감독은 선수의 기량을 끌어 올리는 지도력이 탁월하기로 잘 알려져 왔다. 일부 무명 선수를 K리거로 발돋움 시켜왔다. 그리고 고양 국민은행 등과 함께 K2리그의 강자 자리를 다투고 있는 요소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주전 골키퍼 김태진(28) 등과 같은 고양 국민은행 출신 K리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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