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에서 한국이 가장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출신의 하인즈 위르겐 게데 우즈베키스탄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한국은 26일 세벽에 사우디 아라비아에게 0:2로 패하는 졸전을 펼쳤지만, 4일 뒤인 이번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에서는 사우디 아라비아전보다 훨씬 달라진 경기력을 펼쳐 2:1로 승리했다.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로 앞으로에 대한 자신감 성취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게데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은 30일 저녁 8시에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세번째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전반전에 무득점에 그친 한국은 후반 9분에 아크 중앙에 포진한 박지성에게 패스를 받은 이영표가 오른발로 날린 슈팅이 수비수 맞고 선취골로 이어졌다. 후반 17분에는 차두리에게 패스를 받았던 이동국이 오른쪽 논스톱슛으로 한국의 2번째 골을 성공 시켰다. 후반 33분에 제인리그 알렉산더에게 추격골을 허용했지만, 리드를 끝까지 잘 지켜 승리를 거두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전 졸전으로 그동안 본프레레 감독을 비롯한 국가대표팀의 여론이 좋지 않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로 악화되었던 여론이 회복 기미를 보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홈에서 상대하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경기 하루 전날에 귀국한 우즈베키스탄 보다는 한국이 컨디션 조건 등에서 일치감치 우위를 점했다. A조에서 2승1패를 기록하여 1위에 올라선 한국은, 이제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경기를 치르면 독일행을 바라보게 되었다.
공격력이 잘 풀리지 않았던 전반전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를 펼쳐 승리를 거두었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후반전에 2골을 넣으며 승리를 굳혔지만, 전반전 경기 내용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불안했던 곳은 다름아닌 오른쪽 윙백 이영표 쪽이다. 이영표가 후반전에 첫 골을 넣으며 승리의 결정적인 공신 역할을 했지만, 경기 초반 몸놀림이 무거웠다. 우즈베키스탄의 두터운 수비진을 뚫는데 버거운 모습을 드러냈고, 특유의 재치있는 돌파도 보이지 않았다. 왼쪽 윙백 김동진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펼치지 못한데다, 너무 수비에만 치우치는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왼쪽 윙 포워드를 본 설기현은 중앙과 왼쪽 측면을 넘나드는 부지런한 활동량을 과시 했지만, 공을 동료 선수들에게 연결할때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여러차례 패스미스를 범하자, 우즈베키스탄에게 역습 공격을 허용했다. 왕성한 움직임에 비하면, 비효율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그나마 오른쪽 윙 포워드 차두리가 빠른발과 위협적인 돌파력을 앞세워 우즈베키스탄의 견고한 수비진을 뚫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영표 등과 같은 동료 선수들이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측면에서 제대로된 공격이 터지지 않자, 최전방 공격수 이동국은 공을 많이 잡지 못할 정도로 우즈베키스탄의 두터운 중앙 수비에 꽁꽁 막혔다. 한국의 결정적인 중앙 공격 기회때 멋진 슈팅을 날려 봤지만 골운을 보지 못했다. 설기현과 차두리와의 간격이 넓자, 활발하고 유기적인 호흡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공격진을 향해 공격 기회를 열어 주는데 주력했지만, 중앙 보다는 측면쪽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 결국, 측면에서 제대로 풀리지 않았던 공격을 되풀이 하면서, 좋은 내용의 공격을 펼치지 못했던 것이다.
수비 지향적인 우즈베키스탄이 투톱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한국이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는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측면에서 공격이 풀리지 않아 중거리슛에 대한 빈도를 높여봤다. 하지만 전반전에는 11개의 슈팅 중에서 4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는 골 결정력 부진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 골키퍼 네스테로프 이그나티의 선방이 있었지만, 끝내 골운이 터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후반전부터 좋은 경기 펼쳤다전반전에 아쉽게 경기 운영을 펼쳤지만, 후반 초반부터 달라진 경기 운영을 펼쳤다. 사우디 아라비아전 졸전의 책임은, 후반전에 100% 갚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반전과는 다르게, 측면과 중앙에서 위협적인 공격력이 고루 발휘 되었다. 미드필드진과 공격진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부터, 공격력에 높은 활기를 얻게 되었다. 미드필드진에 포진한 박지성과 이영표 등이 후반 초반부터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우즈베키스탄 미드필드진을 손쉽게 장악했다. 미드필드진에서 공격이 잘 터지자, 공격진이 경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역시 박지성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미드필드진에서 시야를 넓히면서 동료 선수들을 향해 정확한 패싱력을 연결하면서, 여러차례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영표의 후반 9분 선취골이 터져 나왔다. 중앙과 측면을 골고루 섞어가면서 다채로운 공격 운영을 펼친 박지성은 부지런히 움직 이면서 한국의 공격력을 끌어 올렸다. 동료 선수들은 박지성의 맹활약에 힘입어 우즈베키스탄의 수비진을 적극 공략했다.
차두리의 진가는 후반전에서 빛을 더 발휘했다. 볼 터치가 전반전보다는 후반전에 많아 지면서, 빠른발과 폭발적인 돌파력을 앞세워 우즈베키스탄의 오른쪽 측면을 무력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오른쪽 윙백 이영표의 활동량이 증가하거나 박지성의 수준 높은 공격 연결까지 가세하면서, 차두리에 대한 공격 기회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오른쪽 측면을 쉽게 뚫으면서 우즈베키스탄 진영을 초토화 시키면서, 오른쪽 측면 기동력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독일에서 몸으로 배워왔던 것을 헛되이 하지 않고, 기량이 훨씬 성장했다는 것을 잘 말해 주었다.
박지성과 차두리 등이 맹활약하자 이동국의 활약도가 살아나더니, 드디어 후반 17분에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맛을 보게 되었다. 후반들어 움직임이 많아진 이동국은 박지성 등과 유기적인 호흡을 맞춰 가면서 중앙 공격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후반 30분에는 이동국이 교체되고 정경호가 투입되어 '정경호-설기현-차두리'의 3톱이 구성되면서, 후반 초반부터 앞서왔던 공격력의 주도권과 빠르기를 잃지 않았다. 전반전에 끝끈한 수비력을 앞세운 우즈베키스탄 수비진은, 끝내 후반전에서 한국의 짜임새 있는 공격에 의해 불안한 수비 운영을 펼치고 말았다.
유상철, 수비형 미드필더 전환 성공적그동안 수비수로서 부진했던 '국가대표팀의 맏형' 유상철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제 몫을 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 등과 같은 여러가지 포지션을 두루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진가를 높인 셈이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는 유상철의 주 포지션이기 때문에, 활약도를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비록 경고누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김남일을 대신하여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지만, 오히려 수비형 미드필더 포진으로 몸에 잘 맞는 옷을 입게 되었다.
중원에서 수비 지향적인 경기력을 펼치면서, 우즈베키스탄의 중앙 공격을 끊는데 주력했다. 무리하게 공격에 가담하지 않고 수비진과의 간격을 좁혀 가면서, 한국 진영으로 공격 펼치는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을 상대로 악착같은 몸싸움으로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간혹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 공격을 끊기 위해 몸을 내던지면서 상대팀 선수를 철저하게 방어했다. 오히려 수비수로 출전할 때보다 대인방어가 더 강화 되었다.
유상철 보다 더 위에 포진한 박지성이 공격쪽에서 맹활약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유상철이 중원을 튼튼히 지킨 것과 맥락이 깊다. 뒷쪽이 튼튼하면, 앞쪽이 뒷쪽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고 마음껏 공격을 발휘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상철이 우즈베키스탄 공격을 차단한 뒤에, 박지성이 뒷쪽에서 유상철에 의해 공을 잡으면서 동료 선수들 공격 기회를 지능적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잦았다. 유상철이 수비 지향적으로 움직이면서 박지성이 공격 지향적인 경기력을 뽐냈고, 박지성이 수비에 너무 치중을 둘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김진규-유경렬-박동혁'으로 짜인 3백 라인은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유상철이 김남일을 대신하여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고, 박재홍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지만, 여전히 수비 불안이 나타났다. 유경렬은 전반전에 몇차례 패스미스를 범하여 결정적인 위치 상황을 자초했고, 김진규는 대인방어를 마음껏 극대화 시키기에는 버거운 면모를 보였다. 유상철이 수비수를 맡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허점이 드러난 것은, 앞으로를 위해 반드시 짚고 가야 할 것이다.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