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논현동, 윤승재 기자) “시상식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박한이 삼성 라이온즈 코치가 오랜만에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 시절 꾸준함의 대명사로 안타왕(2003)과 득점왕(2006), 골든글러브 두 차례(2004, 2006) 등으로 여러 차례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냈던 박한이는 커리어 막판 아쉬운 일로 조기 은퇴하며 시상식과는 더 이상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선수가 아닌 코치로서 처음으로 시상식에 등장했다. 8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코치상'을 수상하며 코치로서의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 후 만난 박한이 코치는 “얼떨떨하다. 시상대에 올라가기 전에 소감을 준비는 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아무 생각이 나질 않더라”면서 “코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삼성은 이번 시즌을 팀 타율 2위(0.270)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박한이 코치가 있었다. 박한이 코치가 1군 코치로 부임한 8월 30일 이전까지도 삼성은 팀 타율 3위(0.262)로 순항했으나, 박한이 코치 부임 이후 시즌 끝까지 삼성은 타율 3할, 1위(0.301)를 기록하며 더 폭발했다.
특히 시즌 중반까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던 구자욱은 9월 타율 0.359 맹타를 휘두르며 부활했고, 2군에서부터 지도했던 강한울은 박진만 감독대행체제에서 만개하며 타율 커리어하이 시즌(0.323)을 찍었다. 이원석과 강민호도 9월 이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부활했다. 모두 박한이 코치가 1군 타격코치로 부임한 이후의 일들이다.
하지만 박한이 코치는 이 성적이 자신의 공로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팀에 자신뿐만 아니라 이영수 타격코치도 있었고, 무엇보다 그는 “선수들에게 자신감만 심어줬을 뿐 나는 한 것이 없다”라며 자신을 낮췄다. “선수들과의 소통은 자신 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준 덕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선수들이 고맙다”라고 시즌 중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박한이 코치는 이러한 마음을 시상식 소감을 통해 밝혔다. 이날 시상대에 오른 박 코치는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사장님, 단장님, 감독님, 프런트 직원들과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한동안) 조금 많이 힘들었는데 이 자리를 빛낼 수 있어 감사하다”라면서 “제일 기억 남는 건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이 자리에 오지 않았나.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시상식 후에도 박한이 코치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신 분들이 많다. 저분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런 좋은 상을 받을 수 있었겠나”라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제가 힘든 시기에 옆에 있어줬던 아내와 딸에게 정말 감사하고, 뭐니뭐니해도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만들어주신 분들은 팬들이다. 팬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린다”라며 못다한 소감을 전했다.
수상의 기쁨은 잠시. 박한이 코치는 “이제 시작이다”라고 전했다. 새 시즌엔 처음으로 시즌 준비를 1군에서 시작한다. 그 시작으로 박 코치는 지난 11월에 열린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어린 선수들의 훈련과 성장을 도왔다. 그는 ‘지옥훈련’이라 악명이 높았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지켜봤다고 이야기했다.
박한이 코치는 “젊은 선수들이 고된 훈련에도 불만 없이 즐겁게 잘 따라와줬다. 한 달 동안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부상 없이 잘 버틴 선수들이 너무 고맙고, 내년에 정말 기대가 되는 선수들이 여럿 보였다”라며 캠프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박 코치의 내년 시즌 목표는 역시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박 코치는 “이번 시즌 후반기 막판에 많은 선수가 가능성을 보여줬고 희망을 갖게 해줬다. 이 기억과 마무리캠프의 노력을 잘 살려 내년엔 상위권을 노려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상을 받은 내 체면도 설 것 같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있었을 땐 그래도 우승도 많이 하곤 했는데..”라며 웃은 그는 “이제 다시 한 번 만들어보겠다”라며 환한 미소와 함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논현동 박지영 기자,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