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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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Q-로그] 1박 '27만원' 하지만 '최악'...카타르가 만든 '축구 난민촌'의 현실

기사입력 2022.12.05 13:00



(엑스포츠뉴스 도하, 김정현 기자) 야심 차게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컨테이너로 만든 '축구 난민촌'이 바로 그것이다.

기자의 지인이 팬 빌리지에 숙소를 잡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지난 22일(한국시간) 카타르에 입국한 지인은 팬 빌리지 체크인부터 난관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지인은 22일 체크인을 하기 위해 빌리지에 왔다. 지인은 그중 한 곳인 도하 라스 부 폰타스에 위치한 '팬 빌리지 캐빈스 프리 존'에 머물렀다.

조별리그가 지나고 난 뒤 팬 빌리지는 한산했다고 한다. 기자는 16강 경기가 있는 4일 팬 빌리지를 방문했다. 그 때문인지 빌리지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거리는 한산했고 뜨거운 햇빛은 아스팔트와 모래밭을 달구고 있었다. 사람들도 달궈지긴 마찬가지였다.



우버에서 내리자마자 든 생각은 "여기가 정말 1박에 740리얄(약 26만 원)을 할 곳인가"였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대회를 위해 준비한 전국의 팬 빌리지 숙소는 총 1만 3천 개로 2만 6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컨테이너 박스만 수천 개가 모여있는 빌리지가 총 세 군데가 있다.

지인은 체크인부터 애를 먹었다. 체크인에만 한 시간이 걸렸다. 행정 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려 체크인에 성공했지만, 이번엔 방이 잘못됐다. 이를 기다리는 데 또 시간을 허비했고 결국 기존 방을 받는 것이 아닌 기존 방에 당시 머물던 다른 팬과 방을 바꾸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이후에 바뀐 방을 인수인계 받지 못한 다른 봉사자가 지인에게 '왜 체크아웃을 하지 않는가'라고 무려 세 번이나 되물어 봤다고 했다. 인수인계가 없는 시스템에 지인은 계속 당황해야 했다.

약 6평 정도 돼 보이는 작은 방 안에 침대 2개, 그리고 화장실 한 개가 있다. 화장실이 방의 3분의 2 크기 정도를 차지해 쾌적한 느낌을 주지만, 그만큼 방의 크기가 작다. 



지인은 방을 구할 당시 내용 중 '에어컨'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에어 컨디셔닝이 제공된다는 카타르 숙박 에이전시 홈페이지의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실제로 모습을 보인 건 바닥에 있는 작은 냉풍기였다.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쐰다면 시원해지지만, 한 방향에 한정돼 있고 날개는 상하 회전만 가능했다. 심지어 냉풍기 아래 물까지 새 수건으로 바닥을 깔아야 그나마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넓은 화장실 안에 딸린 샤워실도 문제였다. 샤워실을 분리하기 위해 만든 부스 아래 실리콘 마감이 벗겨져 있었고 샤워를 하면 물이 밖으로 새 출입문까지 물이 흥건한 경우도 있었다. 

와이파이 역시 고쳐주지 않았다. 각 컨테이너에 와이파이가 한 대씩 제공되지만, 고장이 나면 고쳐주지 않았다. 지인은 봉사자로부터 다른 방의 와이파이를 잡아서 쓰라는 말을 들었다. 다른 방이 체크아웃을 해 방을 떠나자 그 와이파이마저 작동을 멈췄고 지인은 로밍을 해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시설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소프트웨어 역시 말썽이었다. 앞서 말한 체크인과 하우스키핑이 문제였다.

하우스키핑의 경우 홈페이지에 주 2회 청소를 공지했지만, 노동자들은 정해진 시기가 없었다. 지인은 입주 초반엔 저녁에 지나다니는 노동자들을 직접 불러서 청소해달라고 요청해야지 청소해준다고 푸념했다. 지금은 시기가 지난 뒤라 시스템이 조금씩 정착됐다고 전했다. 



닭장 같은 2주간의 거주를 위해 든 숙박비는 총 10,360리얄(약 368만원)이다. 축구를 위해 낭만을 포기할 수 없지만, 그에 비해 과하게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비용에 걸맞지 않은 시설과 서비스를 받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는 상당한 의문으로 남았다. 



물론 컨테이너 집들을 나와 길로 나오면 푸드트럭과 카페, 그리고 경기를 볼 수 있는 스크린과 좌석들이 비치돼 편의 시설의 구성은 괜찮은 편이었다. 마트나 식당 역시 깔끔했다. 그러나 당장 사는 곳은 그렇지 못했다. 

지인은 이 팬 빌리지를 '축구 난민촌'으로 표현했다. 월드컵을 위해 만든 난민촌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축구 하나만 보고 오기엔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사진=도하, 김정현 기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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