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박윤서 기자) 6회말 투구를 마친 KIA 타이거즈 양현종(34)이 마운드를 내려가는 도중 손가락으로 벤치를 가리켰다. 무슨 의미가 담긴 제스처였을까.
양현종은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이글스생명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3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양현종은 6이닝(110구)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4-3 승리에 공헌한 양현종은 시즌 11승(6패)을 따냈다.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한 양현종은 매끄러운 투구 내용을 남기진 못했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뽐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승리가 유독 반가웠을 터. 양현종은 8월 5번째 등판 만에 첫 승과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 7월 29일 광주 SSG전 이후 무려 33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8월 마지막 등판에서 자존심을 회복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셈이다.
5회까지 공 93개를 던진 양현종은 다음 이닝에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6회말 정은원과 김태연을 모두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 종료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박상언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하며 투구수가 107개까지 늘어났다. 양현종은 계속 마운드를 지켰고 장운호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임무를 완수했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양현종의 행동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양현종은 주먹을 불끈 쥔 후 여러번 손가락으로 벤치를 가리켰다. 벤치 안에 있는 누군가를 향한 제스처처럼 보였다. 중계 화면에 잡힌 양현종은 더그아웃에서도 손가락을 가리켰고, 그 대상은 알고 보니 서재응 투수코치였다.
경기 후 양현종은 "5회말이 끝나고 서재응 코치님이 투구수가 많아서 교체하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셨다. 더 던질 힘이 남아 있었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 불펜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라고 이야기했다.
만약 양현종이 5회를 끝으로 등판을 마감했다면, 퀄리티스타트 없는 8월을 보내게 됐을 뿐더러 불펜투수들이 1이닝을 더 부담해야 했다. 양현종은 팀 에이스이자 투수진의 리더다. 역투의 완성을 알린 그의 제스처에서 책임감과 투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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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