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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설' 포항, 성남 누르고 K리그 챔피언 등극

기사입력 2007.11.12 01:57 / 기사수정 2007.11.12 01:57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탄천, 박형진 기자] 5위에서 정상으로‥ 포항, 성남 꺾고 챔피언 등극

포항이 가을의 전설을 썼다.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7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포항은 슈벵크의 결승골로 성남을 1-0으로 누르며 1, 2차전 합계 4-1로 정규리그 1위 성남을 제치고 K-리그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포항은 공격과 수비에서 완벽한 조화를 과시하며 90분간 성남을 압도하면서 챔피언 등극을 자축하는 슈벵크의 결승골로 2차전 승리를 낚아챘다.

따바레즈-정성룡, 원정에서도 '펄펄'

공격축구를 표방하는 파리아스 감독의 포항은 원정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았다. 1차전에 비해 측면 공격을 활용하는 빈도는 낮았지만, 왼쪽 윙백을 맡고 있는 박원재는 필요한 순간 적절히 공격에 가담하며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박원재는 따바레즈와 멋진 2대1 찬스를 만들며 공격을 시도한 후 곧장 수비로 내려가 성남 공격을 차단하는 전천후 플레이어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파리아스 감독의 공격 전술의 핵심은 역시 따바레즈였다. 파리아스 감독은 장신의 고기구와 슈벵크를 전방에 세우면서 두 공격수가 2선에 있는 따바레즈에게 공을 공급한 후 따바레즈가 결정짓는 전술을 구사하였다. 따바레즈는 파리아스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전반 12분, 멋진 슈팅을 구사하며 포항의 포문을 열었다.

올림픽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인 정성룡은 전반 초반 성남의 결정적인 찬스 두 개를 잘 막으며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전반 5분, 김상식의 헤딩슛이 골문 안으로 거의 빨려드는 듯했으나 슈벵크가 침착하게 이를 막았고 정성룡이 공을 잘 쳐 내면서 포항은 위기를 넘겼다. 전반 14분에는 포항의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손대호가 중거리슛을 시도했으나 정성룡의 선방에 막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거친 몸싸움 속 성남의 공세

양 팀은 전반 초반부터 거친 몸싸움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했고, 이러한 전개 속에 전반 25분 사이에만 파울이 20개가 나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포항은 전반 초반 공세를 펼친 후 양쪽 윙백이 수비에 치중하며 사실상 다섯 명의 수비수가 성남 공격진을 꽁꽁 묶었고, 이 가운데 김동현과 최성국은 상대 수비의 몸싸움에 말리며 여러 차례 반칙을 범했다.

성남은 전반 15분 이후 사실상 주도권을 잡고 공격을 계속했으나, 포항의 밀집수비에 막혀 공격루트를 찾지 못하며 체력만 소모하는 결과를 낳았다. 몇 차례 슈벵크와 따바레즈의 역습을 허용한 성남 미드필더진은 쉽사리 공격에 가담하지 못했고, 전방의 최성국-김동현-남기일은 수적 열세 속에 공격을 슛으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번의 실수, 한 방의 슈벵크

포항은 플레이오프 3연승을 거두며 물이 오른 조직력을 과시하며 수세 속에도 실점을 하지 않는 완성도 높은 축구를 보여주었다. 1년 내내 1위를 고수하던 성남의 벤치와 서포터석에는 서서히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포항은 전반 41분, 박원재의 화려한 드리블에 이어 따바레즈가 골포스트를 맞히는 절묘한 슈팅을 선보이며 다가오는 승리의 기쁨을 예감하는 듯했다.

포항의 공세는 결국 골로 보답을 받았다. 전반 43분, 성남 수비의 실수로 골문 앞에서 공을 잡은 슈벵크는 성남 수비수 두 명 사이로 절묘한 슈팅을 날렸고, 이 공은 정확하게 골문을 향하며 포항의 선제골이 되었다. 성남은 이제 세 골을 더 넣어야 연장전까지 갈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물러설 곳 없는 성남, 조커를 쓰다

성남은 후반 시작과 함께 남기일을 빼고 이따마르를 투입했다. 팀의 주전 이따마르를 아껴두었던 성남으로서는 세 골을 만회해야하는 상황에서 별 방도가 없었다. 남기일의 전반전 활약이 워낙 부진한데다 조직적인 플레이마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따마르의 투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포항은 수비에 집중하면서 역습을 간간히 시도하는 전반전 전술을 이어가면서, '조커' 이광재와 오승범을 후반 초반 투입하는 변화를 주었다. 골감각이 좋은 이광재를 투입해 성남 수비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실점을 최소화하겠다는 파리아스 감독의 계산이었다.

이따마르는 브라질 선수 특유의 드리블로 포항 수비진을 괴롭혔지만, 원하는 골과는 인연이 멀었다. 이따마르가 포항의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30미터 가까이 드리블을 시도한 후 중앙의 김상식에게 공을 전달하였지만 김상식의 슛은 골대를 넘기며 크게 빗나갔다. 이어 전반 20분, 최성국의 단독 찬스를 정성룡이 달려나오며 막은 장면은 포항의 승리를 확신시켜주는 순간이었다.

이광재의 활약, 성남의 가슴을 짓누르다

조커 싸움에서 파리아스 감독은 김학범 감독을 넘어서는 듯 했다. 이따마르는 성남 선수들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찬스를 잡지 못한 반면, 이광재는 역습 찬스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선보이며 후반 27분, 28분 두 차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용대의 선방이 없었더란면 두 차례 슈팅 모두 골망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좋은 슈팅이었다.

이광재의 투입으로 포항의 공격은 더욱 살아나는 모습이었고, 세 골을 만회해야하는 성남은 공격에 집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성남은 귀하게 잡은 역습 찬스에서 이따마르 외의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하지 못했고, 이따마르는 좋은 찬스를 무모한 중거리슛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포항은 세 골을 만회해야하는 성남에게 단 한 번의 기회도 허용하지 않는 듯했다.

전의를 상실한 성남, '별은 포항의 가슴에'

끝까지 응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던 성남의 서포터들도 포항의 압도적인 경기가 계속되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성남의 주장 김상식은 주심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격한 모습을 보이며 정신적으로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포항의 서포터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응원의 목청을 높여만 갔다.

이광재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찾아왔지만, 더 이상의 골은 없었다. 그래도 충분했다. 네 번째 별이 포항의 가슴 위에 수놓아졌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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