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유쾌하고 당당한 성장기를 그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무공해 드라마로 사랑받았다.
0.948%의 시청률로 출발해 마지막회에서 17.534%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해외에서 리메이크 러브콜이 이어지는 등 인기를 누렸다.
보편적인 자폐 스펙트럼이 아닌 천재적인 능력이 있는 고기능 자폐를 다뤄 현실적이지 않은 면은 있지만, 장애는 극복할 대상이 아닌 인간을 구성하는 한 요소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해 의미 있다.
자폐성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는 '우영우'가 처음은 아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장애를 대하는 태도나 시선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린 드라마와 영화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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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탠바이, 웬디'(2018)- 감독 벤 르윈, 출연 다코타 패닝, 토니 콜레트, 앨리스 이브, 토니 레볼로리
"논리적인 결론은 단 하나, 전진."
‘스타트렉’ 시리즈의 마니아로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소녀이자 자폐증을 앓는 웬디(다코타 패닝)가 반려견 피트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 스튜디오가 있는 LA로 무작정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그린다.
부모가 죽고 언니는 결혼해 보호시설에 맡겨진 웬디는 스코티 선생님(토니 콜렛)의 조언에 따라 정해진 규칙대로 산다. 그러나 언니 오드리(앨리스 이브)로부터 집에 가고 싶어하는 바람을 거절당한 후 웬디의 삶에 균열이 생긴다.
웬디는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참가하려 하지만 마감일이 촉박하다. 각본을 직접 제출하기 위해 가출한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 파라마운트픽처스까지 600㎞의 낯선 여정에 나선다.
누군가에겐 소소한 일탈일지라도 웬디에게는 도전이자 여행이다. 규정된 한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나선 웬디는 많은 고난을 겪는다. 웬디는 무사히 시나리오를 제출할 수 있을까?
영화 ‘아이 엠 샘’(2001)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아빠(숀 펜)를 돌보는 귀여운 소녀로 나온 다코타 패닝은 이 작품에서 자폐를 앓는 소녀의 성장담을 펼쳐낸다. 강아지 피트의 연기력과 경찰관의 신스틸러 연기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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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아톤’(2005)- 감독 정윤철, 출연 조승우, 김미숙, 이기영, 백성현, 안내상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한국영화로 꼽히는 ‘말아톤’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이는 없을 터다.
한국에서 자폐 장애에 대한 관심을 부른 계기를 준 ‘말아톤’은 자폐증을 앓는 주인공이 꿈을 향해 도전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자폐증을 앓는 배형진과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실화 기반 영화다.
조승우가 자폐증을 앓아 스무 살이지만 다섯살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 윤초원 역을 맡아 열연했다. 우영우가 고래에 큰 관심을 가졌다면 초원은 얼룩말에 애정을 보인다.
자폐증은 병이 아니라 장애여서 약이나 수술로 고칠 수 없다. 감정 표현과 의사소통이 잘 안 돼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없어 사회생활이 어려운 게 큰 문제다. 장애인을 낳아 키우는 것의 힘든 점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초원이가 나보다 하루 먼저 죽는 게 소원”, “달릴 때만큼은 남들과 똑같다”라는 엄마(김미숙)의 대사를 통해 장애아를 둔 부모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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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인맨’-감독 배리 레빈슨, 출연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즈, 발레리아 골리노, 제랄드 R. 몰렌
“형이 내 형이어서 기뻐.”
자폐증을 지닌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와 동생 찰리(톰 크루즈)가 주인공이다.
찰리는 불화로 오랜 세월 연락조차 하지 않은 아버지의 부고를 듣는다. 아버지의 재산 300만 달러를 수탁자가 관리한다는 것을 안 찰리는 자기 몫을 찾기 위해 윌브룩으로 향한다.
윌브룩은 아버지의 오랜 친구이자 유산의 수탁자인 닥터 브루너가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수용시설이었다. 이 곳에서 존재도 몰랐던 형 레이먼드와 만난다.
형 레이먼드는 한번만 읽어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천재성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돈에 대한 개념도 없는 저능성을 동시에 지닌 고기능 자폐증 환자다. 찰리는 형의 유산을 탐내 형을 윌브룩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가까워지지 않을 것 같던 두 형제의 관계는 길을 따르는 여정을 통해 비로소 과거의 우애를 되살린다. 자폐증 환자인 형을 진짜 형으로 받아들이는 찰리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53회 카를로비바리 국제 영화제(관객상), 6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41회 미국 감독 조합상(감독상(영화부문)), 39회 베를린국제영화제(황금곰상)에서 수상했다.
할리우드의 명배우 중 한 명인 더스틴 호프먼은 이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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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굿닥터’(2013)- 연출 기민수, 김진우, 극본 박재범, 출연 주원, 문채원, 주상욱, 김민서, 천호진
"두 사람이 살 확률은 50:50입니다. 두 사람 다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 다 살려야 합니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열 살의 정신 연령을 지닌 박시온(주원)은 중심으로 소아외과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뤘다. 박시온이 천재 소아외과 의사로 활약하는 모습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와 겹쳐보인다.
세상의 편견에 둘러싸인 박시온은 매번 위기를 겪지만 이를 특유의 스타일로 헤쳐 나가며 선입견을 걷어내고, 사람들을 교화하기에 이른다.
구부정한 어깨, 덜덜 떠는 손, 푹 숙인 머리와 불안한 심리를 내비치는 눈동자와 표정을 지닌 박시온은 장애의 사회적 편견을 딛고 성원대학병원에 녹아들어 가며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이 와중에 접하는 차윤서(문채원)와의 러브라인도 박시온의 사회적인 학습과 정신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지침표다.
우영우와 닮은꼴로 꼽히는 드라마로 ‘굿닥터’의 인기에 미국판 굿닥터인 미국 ABC '굿닥터(The Good Doctor)'가 제작됐다. 시즌6 공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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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2021)- 연출 김성호, 극본 윤지련, 출연 이제훈, 탕준상, 홍승희, 정석용, 정영주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후견인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았다.
유품정리사 아버지 정우(지진희)가 심장마비로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고 정우의 이복동생이자 불법 경기 복서 상구가 후견인이 돼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루는 "너 말투가 왜 그러니, 로보트야?"라는 상구에게 "저는 아스퍼거 증후근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감정이나 언어의 다양한 의미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라며 설명한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그루는 우영우가 고래의 정보를 술술 읊듯 물고기에 대해 모르는 게 없으며 수의사도 모르고 지나치는 물고기의 상처를 순식간에 파악할 정도로 관찰력과 집중력이 대단하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배운 대로 실행하는 게 당연한 인물이다. 상구와 서로 익숙해 져가며 성장하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감독 최성현, 출연 이병헌, 윤여정, 박정민, 한지민, 문숙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한물간 복싱 챔피언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과 집을 나가 다른 살림을 차린 엄마(윤여정)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조하(이병헌)와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배다른 동생 진태(박정민)의 이야기다.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 처음 마주치며 일어나는 일을 담았다.
진태는 피아노를 배운 적도 없고 악보도 못 읽지만 곡을 들으면 완벽하게 연주하는 천재 피아니스트다. 피아노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은 진태는 카메라 앞에서 형이 즐겨하는 말인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무하마드 알리)를 언급한다.
말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한계를 넘어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신파로 흘러 다소 진부하긴 하지만 윤여정, 박정민, 이병헌의 연기가 이를 커버한다. 피아노를 만져본 적도 없었다는 박정민은 캐릭터를 위해 900시간이 넘게 피아노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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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증인'(2019) 감독 이한, 출연 정우성, 김향기, 이규형, 염혜란
“엄마, 나는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증인이 돼 사람들에게 진실이 뭔지 알려 주고 싶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작은 영화 '증인'이다. 문지원 작가는 ‘증인’ 속 지우가 성인이 됐을 때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할지, 그 이야기를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 재밌을지 묻는 제작사 관계자들에게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하며 집필을 시작했다.
‘증인’은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변호사로 승진할 기회가 걸린 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면서 시작한다. 순호는 이 사건을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내세운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지우의 증언은 의심받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법정에 선다. 지우는 뛰어난 청력과 기억력으로 범행 당시의 모든 상황을 기억해 범인의 자백을 받는다. 자폐성 장애아를 향한 편견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사진= 스틸컷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