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부모님께도 줄 서서 받아 가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중고 사이트에 올라오니 서운했다."
SSG 랜더스 에이스 김광현은 지난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인터뷰를 자청했다. 평소에도 현장 기자들의 즉석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하는 김광현이지만 이처럼 먼저 취재진을 찾아와 이야기를 꺼낸 적은 거의 없었다.
김광현이 김광현이 꺼낸 주제는 'KK 위닝 플랜' 관련이었다. 김광현은 지난 2년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팬 서비스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올 시즌 KBO리그로 복귀하면서 승리투수가 될 때마다 팬들을 위한 선물을 무상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7경기에서 6승을 수확하며 벌써 여섯 번이나 'KK 위닝 플랜'이 가동됐다.
'KK 위닝 플랜'은 전부 김광현의 자비로 진행된다. 많게는 2~3000만 원의 거액이 한 번의 이벤트를 위한 선물 마련에 들어간다. 올 시즌 연봉 81억 원을 받는 KBO 최고 연봉 선수라도 팀을 승리로 이끈 뒤 선뜻 지갑을 여는 일은 팬들을 향한 진심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인천 지역 초등학생 2만 4500명에게 문구세트와 홈 경기 입장권, 1000명의 인천 지역 소외계층 어린이 홈 경기 초대, 쿨러백 1000개 배포, 와인 200병, KK 텀블러 1000개 증정 등이 이미 이뤄졌다. 지난 14일 문학 NC전에서 시즌 6승을 따낸 가운데 다음달 1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KK 우산' 1000개를 팬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광현의 선의가 악용되는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김광현은 지인으로부터 'KK 위닝 플랜' 선물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왔다는 말을 전해 듣고 착잡한 감정을 느꼈다.
김광현은 "'KK 위닝 플랜' 선물을 받기 위해 경기장에 아침 일찍부터 나와 줄을 서는 팬들을 보며 놀랐고 뿌듯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중고 거래 플랫폼에 선물이 올라와 있어서 아쉬웠다. 주변 지인들도 주지 못했고 부모님께도 줄을 서시라고 말씀드렸다. 꼭 갖고 싶은 분들께 드리고 싶었는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또 "구단 마케팅팀을 비롯해 선물을 나눠주시는 분들도 고생을 많이 하시고 나도 어떤 선물이 더 좋을까 운동하는 시간을 빼가면서 회의에 참여하고 만든 상품인데 온라인에서 되팔 리는 걸 보면서 조금 서운했다"며 "정말 리셀이 될 줄은 몰랐다. 어쩔 수 없는 일 같으면서도 아쉽다"고 토로했다.
김광현은 다만 'KK 위닝 플랜'을 기분 좋게 진행할 수 있는 이유가 더 많다는 입장이다. 승운이 따르면서 시즌 초반 다승왕 레이스에 뛰어든 데다 팀도 선두를 달리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승리를 거두고 더 많은 선물을 팬들에게 주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김광현은 "페이스가 말도 안 되게 좋다. 내가 선물 준비를 위한 전액을 내지만 기분 좋게 쓰고 있다. 선물 제작사도 가격을 많이 할인해 주셔서 더 많은 분들에게 선물을 드릴 수 있게 해주신다"며 "앞으로 인천 지역 중소기업에 내 이름을 빌려서 광고도 내는 부분들도 생각 중이다. 팬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정말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사진=SSG 랜더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