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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와 그랜트, 그들의 '극과 극'

기사입력 2007.09.30 05:07 / 기사수정 2007.09.30 05:07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첼시의 전 현직 감독, 왜 이리 다를까?'

불과 보름전의 첼시는 조세 무리뉴 전 감독 주도하에 강팀의 면모와 좋은 팀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금의 첼시는 아브람 그랜트 첼시 감독 체제로 바뀌었지만 리그 6위 추락과 함께 팀 분위기가 무거워지면서 무리뉴 시절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무리뉴와 그랜트의 성향, 여론의 반응, 팀 내 비중은 서로 다를 만큼 뚜렷한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다. 이미 '무리뉴의 첼시'는 과거가 되었고 지금은 '그랜트의 첼시'가 들어섰다. 이들의 '극과 극'은 첼시의 역사와 프리미어리그 판도를 변화시키는 흥미로운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과연 그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

무리뉴 '나는 특별한 존재' - 그랜트 '나는 평범한 존재'

무리뉴는 2004년 첼시 사령탑 부임 당시 자신이 'Special One(특별한 존재)'라고 강조한 적이 있었다. 지난 26일 잉글랜드 스포츠 언론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나는 여전히 특별한 존재"라고 자신이 여전히 특별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언론을 통해 특유의 자신감을 앞세워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자신이 남들과 전혀 다른 존재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FC 포르투와 첼시의 감독으로서 거둔 성적 또한 특별했다. 포르투 시절에는 2002/03시즌 트레블 달성과 2003/0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구었다. 그리고 첼시에서는 2004/05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팀을 50년 만에 리그 정상으로 도약시켰다. 그는 3년 3개월 동안 첼시에서 2번의 리그 우승을 비롯해 총 5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다른 명장들이 거두기 벅찬 엄청난 실적을 올린 것이었다.

그러나 무리뉴의 후임 그랜트는 첼시 사령탑 부임 직후 'Normal One(평범한 존재)'라고 자신을 낮췄다. 35년 동안 지도자 경력을 이어갔지만 무리뉴의 화려한 경력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무리뉴가 포르투와 첼시에서 승승장구했을 시기에 그랜트는 이스라엘 대표팀을 맡아 팀의 전력을 급성장시켰지만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구는 데 실패했다. 자신의 첼시 감독 데뷔전이었던 2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0-2 완패 또한 그의 첼시 경력에 마이너스 작용을 했다.

여론의 반응, '무리뉴는 좋아. 그런데 그랜트는 싫어!'

잉글랜드 현지 여론은 무리뉴가 첼시 수뇌부와의 협의 하에 감독직에서 그만두자 이곳저곳에서 안타까운 반응을 전했다. 이에 첼시팬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벌어지던 날 'Jose Mourinho Simply the Best(조세 무리뉴는 단순히 최고)'라는 걸개를 관중석에 걸어 무리뉴를 적극 옹호했다. 이에 감동한 무리뉴는 26일 스카이 스포츠에서 "결코 첼시 팬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흐느꼈다.

이는 그랜트가 처한 여론과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더 피플지'는 23일 기사에서 그랜트를  'Stop-Gap(임시 방편용)'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 축구 스타 에얄 베르코비치(은퇴) 또한 25일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에서 '그랜트는 역겨운(Disgusting) 존재'라고 맹렬히 공격했다. 여러 잉글랜드 언론은 그랜트가 무리뉴를 내쫓은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의 측근이라는 점을 들어 아브라모비치의 꼭두각시라는 자극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첼시 팬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가 벌어지던 날 아브라모비치와 피터 캐년 첼시 단장을 향해 노골적인 야유를 보냈다. 그랜트 또한 이들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 리그 6위로 처진 첼시의 성적이 계속 하락세에 빠질 경우 그랜트 감독을 불신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아브라모비치는 무리뉴가 아닌 그랜트를 원했다.

무리뉴가 첼시를 떠난 배경은 아브라모비치와의 불화 때문이었다. 아브라모비치는 2005/06시즌까지 2시즌 연속 첼시의 독주를 이끈 무리뉴의 힘이 점점 커지자 이적 시장에서 무리뉴에게 선수 영입 권한을 주지 않으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아브라모비치와 친한 안드리 세브첸코가 첼시로 이적하자 무리뉴와 아브라모비치 & 셰브첸코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됐다.

아브라모비치는 무리뉴가 2006/07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실패와 2007/08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로젠보리전 졸전으로 침체 기미를 보이자 그의 사퇴를 적극 종용하여 감독직을 내놓게 했다. 그는 첼시의 기술 이사였던 그랜트를 무리뉴가 사임한 지 반나절도 안돼 사령탑에 앉혔다. 그랜트는 올해 초 첼시의 수석 코치로 영입될 뻔했으나 무리뉴의 거센 반대로 기술 이사를 맡아 왔다.

현지 언론은 그랜트 감독이 무리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용 감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아브라모비치는 26일 해외 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그랜트 감독을 계속 지지할 것이다"고 밝혔고 그랜트 감독 또한 "나는 첼시 수뇌부로부터 임기를 보장받았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의 입지를 좁혔던 무리뉴를 내치고 자신의 측근인 그랜트를 감독에 앉히며 진정한 '로만 제국 첼시'를 원했었다.

[사진=조세 무리뉴(왼쪽)와 아브람 그랜트(오른쪽)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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