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김새벽이 '소피의 세계'로 관객들과 마주한다.
김새벽은 2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소피의 세계'(감독 이제한)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3일 개봉하는 '소피의 세계'는 일상처럼 여행을 보낸 소피, 여행처럼 일상을 보낸 수영과 종구, 2년 전 그들이 함께한 나흘의 기록을 담은 작품으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섬세한 연출력과 따뜻한 정서로 주목받았다.
김새벽은 소피의 여행 블로그를 통해 2년 전 남편 종구(곽민규 분)와 겪은 갈등, 작지만 소중했던 일상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수영 역을 연기했다.
김새벽은 "사실 영화 찍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제가 작업했던 독립영화치고는 개봉 과정 같은 것이 정말 빨리 진행되고 있는 편인데, 개봉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쁜 마음이다. 영화 촬영이 끝나면 감독님이나 PD님, 촬영감독님 등 스태프 분들과 같이 한 동료 배우들까지 얼굴을 자주 보기 힘든데 이렇게 개봉을 통해 다들 모일 수 있는 상황이 돼서 좋다. 관객 분들이 저희 영화를 어떻게 보실 지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고 말한 김새벽은 "이제한 감독님을 다른 현장에서 먼저 만났었고, '참 좋은 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후에 감독님이 단편영화 작업을 제안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를 했었다. 그 때 현장에서의 좋은 기억이 남아있었는데, 장편영화 작업을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셔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수영이라는 인물의 내용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써져 있어서, 감독님과 (곽)민규 배우와 같이 잘 구현해보고 싶은 생각이었다"고 얘기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본 이후 '쓸쓸한 마음과 따뜻함'이 가장 많이 남았다는 김새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일상의 소중함들이 자꾸 눈에 보이고, 또 고맙게 느껴지더라. '우리 영화가 이런 힘을 가진 영화지' 싶었다. 저는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수영이 우연히 과거를 다시 복기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데, 그 과정이 흥미로웠다. 사람이 어떤 것을 정확히 기억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그것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굉장히 디테일한 감정 덩어리로 찾아오지 않나. 그런 과정이 영화 전체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보이는데, '나도 옛날엔 이런 일이 있었지' 생각이 들더라. 슬픈 지점도 있었고, 저는 큰 덩어리로 얘기하면 따뜻함이 더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 수영과 종구가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싸우는 장면은 롱테이크로 촬영됐다. 극 중 다소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종구의 캐릭터를 함께 언급한 김새벽은 "답답하긴 한데, 저는 이 영화가 정말 솔직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웃으며 "상대에게 감정을 쏟아내고 하는 것이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힘든 일이 있을 때 표현은 그렇게 해도 결국 뜯어보면 '나를 좀 이해해줘'라는 마음이 있다고 본다. 저도 다른 방식이었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에게 뭔가를 강요한 기억이 있다. 종구라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그런 식으로 발현이 된 것이라고 봤다"고 차분하게 전했다.
이어 "저희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실제 부부이시다. 그 두 분을 많이 보면서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다시 한 번 소리 내 웃음 지으며 "'이런 부부도 있다, 이런 상황도 있다'고 얘기를 많이 나눴었다. 그리고 민규 배우가 정말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저도 현장에서 편할 수 있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촬영 당시를 다시 떠올려 본 김새벽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유독 이 장면이 대사도 정말 길었지만, 그것이 또 현실적으로 와 닿었었다. 행동이나 지문 같은 것이 많이 쓰여 있었는데,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혹시 안 좋은 일이 있으신가?' 걱정할 정도로 몇 페이지가 넘어가는 신이었는데도 읽으면서 디테일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다른 신들도 그렇지만, 감독님도 이 신을 뭔가 중요하게 쓰신 것 같았고 저도 잘 구현하고 싶어서 부담감이 있었다. 민규 배우님이 제가 이해가 될 때까지 많이 맞춰봐 주셨고, 그렇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실제 촬영에 들어가니 '내가 왜 이렇게 못 외우고 힘들어했었지' 싶을 정도로 대사나 행동이 다 나오는 흐름이 있더라. 저도 앞으로는 무언가를 준비할 때, 겉에 있는 말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의미에서 많이 배웠던 신이었다"고 자신에게 남긴 점을 돌아봤다.
은은하면서도 개성 있는 분위기를 자랑하는 영화 속 집은 실제 이제한 감독의 집이기도 했다. 김새벽은 "집이 진짜 좋더라. 감독님에게 '언제까지 여기 사세요?' 물어보기도 했다"고 미소를 보이며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진짜 그냥 말없이 창만 보게 되더라. 아침에 눈을 뜨면 인왕산이 보이고 새들이 울고, 정말 한적하고 평온한 안락한 집이었다. 또 제가 고양이를 키우는데, 집 구조가 굉장히 독특해서 '고양이들이 이 곳에서 이렇게 다니면 참 좋아하겠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앞서 이제한 감독은 '소피의 세계' 시나리오를 쓰며 김새벽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새벽은 "제가 감독님에게 '저와 어디가 닮은 것이에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었다"고 웃으면서 "전 수영이만큼 이해심이 넓지 않다. 그래도 감독님이 어떤 지점을 생각하셨겠지 싶었고, '수영은 단단한 사람이다'라고 얘기하신 적이 있었는데 저는 스스로 약한 사람, 잘 깨지는 사람이라고 보지만 '그래, 내게도 단단한 구석이 있겠지'라고 조금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평소 영화 작업을 하면서 '믿음'과 '솔직함'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해왔던 김새벽은 "이 때까지 영화를 찍어오면서 매번 느꼈던 것 같다.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내가 믿고 솔직한 마음으로 임했던 현장과 그렇지 못했던 현장을 비교해보면 작업할 때 제 마음이 굉장히 달랐지 싶다. 그리고 그 마음이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런데 믿음을 얻으면서 할 때는 훨씬 더 용감해질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고, 사람도 신뢰하게 되는 것 같다. 솔직함 역시, 믿으면 솔직해진다고 보는데 그 부분은 친구, 가족, 사람을 대할 때도 모두 중요하고 많은 영향을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이번 현장은 그런 믿음과 솔직함이 모두 있던 현장이었다. 감독님도 모르면 모른다, 잘못하면 잘못했다, 좋으면 좋다 모든 것을 다 솔직하게 말해주셨다. 그리고 저를 한 번도 의심하신 적이 없었다"며 "오늘 하루도, 또 영화를 통해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마름모필름·찬란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