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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기자단] 엇갈린 구슬의 장난, 한선수를 날게하다

기사입력 2011.03.10 18:57 / 기사수정 2011.03.10 18:57

엑츠기자단 기자


[엑츠기자단=최유정] 프로배구 3년연속 최다투표 올스타 1위 선수, 그리고 프로출범 후 대한항공의 첫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꽃미남 세터 한선수(26). 트레이드 위기부터 삼성화재에서 대한항공으로 비행기를 바꿔 탄 이유까지 그에 대해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한선수는 삼성화재 선수였다?

2007-2008 남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 스파이크처럼 빠르게 통안에서 움직이는 구슬은 1지명 LIG를 가리켰고 2지명권을 가진 구슬은 당연히 대한항공의 이름이 적혀 있을 거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뜬금없게도 2지명권 구슬은 15%의 확률밖에 없었던 삼성화재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려 35%의 확률을 가지고 있던 대한항공의 구슬을 밀어냈던 것이다.





당시 문용관 전 감독은 팀의 가장 약체로 평가받던 세터(공격수에게 볼을 올려주는 역할)를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나 김요한과 함께 인하대 전관 우승을 이루었던 대학 최고 세터 유광우를 뽑겠다는 강한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구슬은 삼성화재 손에 2 지명권을 쥐어줬고 1라운드 2순위로 유광우를 픽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눈앞에서 놓친 세터 한을 풀듯 2라운드 2순위로 한선수를 입단시킨다. 구슬의 엇갈린 향방으로 팀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는데 예상대로였다면 유광우(인하대)는 대한항공행 이었고 한선수(한양대)는 삼성화재 행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2007-2008 시즌 당시 대한항공은 보비라는 걸출한 한국형 용병이 있어 팀 우승 체제를 갖췄다는 평까지 듣게되며 삼성화재와 정규리그 1위까지 다투는 시즌을 보내지만 다른 팀보다 세터가 약하다는 지적을 계속 받게된다.

이에 문용관 감독은 드래프트에서 놓친 유광우 세터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해 한선수, 진상헌 두 명과 유광우의  2:1 트레이드를 제안하게 되는데 신치용 감독은 이 트레이드 제안을 거절한다.

아스팔트 옆 작은 흙에서도 꽃은 피듯이 위기에서 기회는 다시 한선수를 찾아왔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정규리그가 끝날 무렵 대한항공 주전 세터였던 김영석은 경기 중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하게 되고 문용관 감독은 백업 세터였던 한선수를 기용하게 된다.

좌우 날개 공격 색깔을 무척 강하게 이끌었던 김영석, 김영래 세터와는 달리 한선수는 중앙루트를 좋아했다. 속공. 시간차. 신인만이 가질수 있는 겁 없는 대범함 까지…부상으로 빠진 김영석세터의 빈자리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세트 플레이에 능수능란함을 뽐내며 팀 감독의 눈에 확실히 자리 잡아 포스트시즌 주전 자리를 꿰차게 된다.

결과는 노련미와 경험이 넘치는 최태웅의 삼성화재가 정규리그 우승을 하게 되고 대한항공은 프로출범 후 첫 정규 2위의 기염을 토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에 대역전극을 당하며 챔프전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

역시 큰 경험이 없는 신인 한선수의 부담감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1위를 노렸지만 1위 경쟁에서 밀렸고 3위에게까지 2위 자리를 내줬으니 만년 '3위항공'이라는 표딱지는 아마 이시즌 때문에 더 강력하게 각인된게 아닌가 싶다. 팀의 성적은 무척 아쉬웠지만 한선수는 능력을 인정받아 대한항공의 주전세터로 자리 잡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주전의 달콤한 열매, 하지만 곧바로 닥쳐온 시련

2008-2009시즌 진준택 감독이 대한항공으로 부임 한선수는 2년차의 철저한 시련을 맛보게 된다. 바로 한선수의 기복이 큰 토스웍이 문제였다. 다른 포지션도 아니고 세터가 기복이 크다는건 팀의 약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세터는 팀의 중심이나 마찬가지이며 공격수의 기울기를 조절하는데 중심이 먼저 무너지면 공격수도 당연히 같이 무너지게 되고 승보단 패가 많을 수밖에 없게 된다.

2, 3년차의 한선수는 들쭉날쭉한 토스로 공격수가 이에 맞춰서 공격을 해야 했고 토스 속도는 빠를 지라도 볼끝이 떨어지는 토스를 자주 선보이곤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초반엔 잘 하다가도 세트 후반 20점만 넘어가면 토스 범실을 하는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세터를 중시하던 진준택 전 감독은 한선수의 장점인 재기 발람함이나 대범한 토스를 칭찬하기보단 안정적이지 못한 토스웍에 혼을 내기 시작했고 나중엔 주전에서까지 제외하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의 한선수는 코트보다는 벤치에서의 모습을 더 많이 볼수있었고 선발로 뛰어도 대범하고 자기만의 특색을 살린 토스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안정적인 볼 배급만을 원했던 감독과의 색깔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불과 물의 만남은 역시나 성적을 낼 수 없었고 결과는 용병과의 호흡 불일치와 한선수의 세터 자질 문제까지 불거져 여전히 대한항공은 3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대한항공은 2008-09, 2009-10 2시즌 연속 3위에 머무르게 된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다

방송중계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한선수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한선수는 놀라울 정도의 부쩍 큰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월드리그와 아시안게임을 뛰며 국제대회 경험 등이 큰 도움이 됐는지 3개월 넘게 펼쳐지는 정규시즌 내내 흔들리는 모습은 찾기 힘들 정도였고 요리조리 블로커를 빼주는 토스는 감탄을 일으킬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늘 1위에 있다가도 정석 자리인 3위를 찾아가겠지…하며 기대 안하던 팬들도 시즌 내내 팀이 성적 1위를 유지하자 경기장에 찾아가서 응원하는 팬들도 늘어났다.



▲ 올스타에도 뽑히는 영광까지 누린 한선수

한선수는 인기로는 자타가 인정하는 배구계 no.1 선수지만 실력 면에선 2% 부족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이젠 실력까지 인정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성장한 것이다.그 비결은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에게 있는데…그건 바로 칭찬이었다.

그는 한선수에게 가르치려기 하기보단 혼자 숙제를 풀어나가라는 방법을 제시했다. 잘하건 못하건 계속 잘한다 라는 칭찬을 먼저 해 기를 살리며 코트에선 실수를 해도 간섭하지 않으니 본인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게 되고 경기에 대한 책임감도 자연스레 따라와 흔들리지 않는 위기극복 능력과 노련미까지 생긴 것이다.

정규리그 1위와 세터 부문 1위. 그의 성적표

4년 만에 리그 정상 도전이 우여곡절 끝에 팀과 그를 최고의 자리로 이끌었다. 정규리그 순위 1위를 확정짓고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한선수는 날아갈 듯 기쁘다고 심경을 밝혔다.늘 우승컵을 드는 모습만 상상했다고 하는데…현실로 이뤄냈으니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편견을 깬 값진 승리였던 것이다.

드래프트에서의 뜬금없는 결과로 생각치도 못한 팀에 입단하게 됐고 대학교에선 동기에 밀려 프로에 들어와서야 국가대표가 될수 있었다. 주전보단 백업이 편했고 팀에서 방출될 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회가 왔을때 절대 놓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한선수의 성공요인이다. 더 이상 잘해야 되겠단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대한항공 그 중심에는 세터 한선수가 있으니 안심하는 팀이 되어버렸다.

이제 꿈을 더 크게가져 그의 바램처럼 4월 꽃가루를 맞으며 통합 챔프 우승컵을 든 한선수를 떠올려 본다. 꿈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진 = 한선수 ⓒ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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