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8.29 22:37 / 기사수정 2007.08.29 22:37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리그 시작부터 계속 지켜온 성남의 선두 자리. 그러나 후기리그 시작과 함께 위태롭던 선두 자리는 결국 5경기 만에 수원에 빼앗기고 말았다.
성남은 다른 팀들이 리그와 컵 대회만을 치르는 동안 대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이하 ACL)을 치렀고, 다른 팀들이 컵 대회에서 여러 시험적인 포메이션과 선수기용으로 실험을 거듭했지만, 리그와 ACL,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 수 없었던 성남은 계속해서 주전들을 총동원해야만 했다.
이후 이어진 A3 챔피언스 컵과 피스 컵, 대표팀 차출까지 쉴 틈 없는 일정의 연속과 그 와중에 이어진 잦은 해외 원정은 성남 선수들의 발을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만들었고, 결국 악몽과도 같은 8월을 보내야만 했다.
체력에 한계에서 온 정신력의 해이
후기리그 들어 성남은 부쩍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전기 내내 실점이 6점에 불과했지만, 후기 들어 다섯 경기 동안 내 준 실점이 4점. 아직 후기리그가 채 반도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는 성남 수비에 큰 구멍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최근 경기 내용을 봐도 알 수 있는데 울산과의 홈경기에서는 종료 5분을 버티지 못하고 마차도에 골을 내주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야 했고, 포항 원정경기에서는 동점골에 성공 넣은 뒤 기쁨을 만끽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2분 만에 다시 포항의 황지수에게 골을 내주며 패배의 쓴 잔을 들어야 했다.
이러한 집중력 결여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주전들의 쉴 틈 없는 일정 때문인데, 왼쪽 날개인 장학영과 중앙 수비수인 김영철은 올 시즌 벌어진 성남의 리그 경기에 전 경기 출전하며 기염 아닌 기염을 토해야만 했다. 이런 강행군 속에서 체력의 부재를 느낀 수비 진영은 집중력 또한 떨어져, 전기 리그에 비해 많은 실점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많은 실점은 곧 성남의 패배로 다가왔다.
공격진 또한 마찬가지다. 성남 공격의 중추인 김두현은 피스컵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아시안컵에 대표 선수로 참가했다. 시즌 초 날카롭던 발끝은 점점 무뎌져 갔고, 그의 장기인 프리킥 후에 기뻐하기보단 고개 숙인 채 뒤돌아 가는 일도 많아졌다. 이러한 김두현의 부진은 성남 공격 전반의 부진을 가져왔고, 성남의 두 최전방 공격수인 이따마르와 김동현은 각각 (8월 28일 현재) 171일, 97일째 노 골이라는 진기록 아닌 진기록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선수 운용 능력의 폭을 넓혀야
수원과의 2군 경기를 치르다 보면, 혀를 내두를 일이 많다. 리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선수들이 2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인데, 배기종, 남궁웅, 이싸빅은 물론이고 컨디션 조절을 목적으로 안정환까지 2군 리그에서 경기를 치르곤 한다. 그러나 이 점은 수원의 전력이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2군에서 뛰더라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있고, 어느 포지션의 누구라도 붙박이 주전이 아니라는 긴장감의 부여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그만큼 다양한 선수 운용과 전술 운용이 가능해지고, 이것은 결국 선수들의 체력 안배는 물론, 경기 감각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긴장의 골격을 유지해 온 수원은 주전들의 잦은 부상 속에서도 큰 흔들림 없이 선두 성남을 내내 위협해왔고 결국 위태롭긴 하지만 1위 자리를 빼앗아 올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성남은 8월까지 리그, ACL 예선, A3 챔피언스 컵, 피스 컵까지 4개의 대회를 치르면서 선수 명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를 가졌던 선수 명단은 피스 컵으로 그나마도 다섯 명의 선수가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큰 공백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피스 컵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였던 박광민은 이후 단 한 차례도 리그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고, 남기일도 최근 엔트리에서 이름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비단 당장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다 하더라도, 실전 감각이 떨어진 이 들에게 좋은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김학범 감독의 이러한 경직된 선수 운용은 주전들에게는 체력적 한계에 따른 정신력의 붕괴를 가져왔고, 당장 이를 메워줄 후보 진영에서는 실전 감각 부족으로 인해 즉시 기용 가능한 인재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자신감을 찾아라
일단 가장 시급한 것은 잃어버린 자신감의 회복이다.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8월이 삐걱대고, 성남의 계획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9월엔 ACL 8강전이 기다리고 있고, 해외 원정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8월의 마지막 경기가 단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경남이라는 점은 성남에겐 좋은 징조다.
경남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이긴 하지만, 조직력을 위주로 한 성남의 플레이에 그동안 약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은 있다. 물론 성남에 산재한 문제점들이 단 한 경기로 해결되기엔 힘들다. 그러나 그런 만큼 차근차근 풀어나가야만 한다.
당장 선두를 되찾아오는 것에 주안을 두지 않더라도, 정말 성남다운, 성남스러운 호쾌한 공격 축구를 다시 펼친다면 선두쯤은 아무 문제없지 않을까?
[사진=지난 15일 수원에 패하고 무릎을 꿇은 성남 최성국 (C) 엑스포츠뉴스 김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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