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3.02 08:57 / 기사수정 2011.03.02 09:04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던 점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한국에 다시 복귀할 때, 동료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향상돼 있었어요. 저와 우리 팀 선수들은 올 시즌 통합 우승을 보며 함께 달려왔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요"
여자배구의 명가를 재현하려는 현대건설이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프로리그 출범 이후, 아직 우승경험이 없는 현대건설은 올 시즌 단 3패만 당하면서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달 28일, 도로공사를 완파하고 2년 연속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현대건설의 중심에는 케니 모레노(32, 현대건설)가 있었다. 지난 시즌부터 인삼공사의 몬타뇨(28, 인삼공사)와 함께 V리그 여자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케니는 올 시즌도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재(3월 2일 기준) 케니는 득점 순위 4위(332점)와 공격종합 2위(45.59%)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득점 순위는 떨어져있지만 황연주(25, 현대건설)과 양효진(22, 현대건설)이 고르게 득점을 올린 것을 생각하면 케니의 활약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케니는 중요한 고비 처에서 팀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팀플레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선수로서는 드물게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맡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아닌, '현대건설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
국내리그에서 2년째 활약하고 있는 케니는 어느덧 한국 사람이 다됐다. 어지간한 한국말은 다 알아듣고 사소한 것도 챙겨주는 한국 문화에 융화됐다. 뭐든지 함께하려는 한국의 문화가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
"일본리그에서 뛸 때, 현대건설 선수들이 제가 소속된 JT마베라스와 연습경기를 하러 온 적이 있었어요. 일본은 뭐든지 혼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거든요. 개인연습도 혼자하고 밥도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국 선수들이 저를 보고 '왜 혼자 밥을 먹느냐'고 물어보는 거였어요. 막상 한국에 와보니 스트레칭과 식사, 그리고 사소한 것도 함께 하는 문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고 팀워크를 다지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줬어요"
케니는 이탈리아 리그와 일본 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다. 한국 리그에 오면서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많은 훈련 량이었다. 경기스케줄이 빡빡했던 1월 달과 비교해 2월은 여유 있는 일정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현대건설은 많은 양의 훈련을 소화하며 2월을 보냈다.
"한국이 이탈리아와 비교해 훈련량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언제든지 훈련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고 있어요.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아직까지 즐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훈련에 임하니 크게 힘든 것은 없었어요"
현대건설에게 1월은 '죽음의 레이스'였다. 다른 팀들과는 달리 10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1월 달 일정을 보고 12월에는 1월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이기는 경기가 많아서 그런지 시즌을 치르는 동안 즐거울 때가 많았어요"
같은 국적의 동료이자 최고의 라이벌 몬타뇨는 '어매이징'한 선수
현재 공격 부분 개인 순위 1위는 몬타뇨가 독식하고 있다. 케니와 같은 콜롬비아 출신인 몬타뇨는 득점 1위(482점)와 공격종합 1위(50.69%)에 올라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몬타뇨는 무려 53득점을 올리는 괴력을 보였다. 이 경기에서 몬타뇨는 프로리그 출범 이후, 남녀선수 통틀어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두 시즌동안 여자배구 최고의 외국인 선수 자리를 놓고 케니와 몬타뇨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몬타뇨는 정말 재능이 많은 선수이며 점프와 파워가 대단합니다. 신체적인 조건도 배구를 잘 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췄죠. 또한, 몬타뇨의 장점 중 하나는 어느 위치에서도 공격을 구사할 수 있는 점이에요"
가공할만한 점프력을 지닌 몬타뇨의 공격은 대부분 블로킹 위에서 이루어진다. 국내선수들에게 몬타뇨는 막기 힘든 선수로 인식되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케니조차 "몬타뇨를 블로킹으로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몬타뇨는 리시브가 안 좋아도 높게 볼만 올려주면 대부분 득점으로 연결시킵니다. 볼을 때리는 각도도 좋아서 수비하기도 어렵지요. 지금은 유효블로킹으로 공격을 무력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어요"
케니와 몬타뇨의 나라인 콜롬비아는 배구 국가로는 생소하다. 남미 배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김철용 감독(현 페루대표팀)이 이끌고 있는 페루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케니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은 많지만 이들이 한데 모여서 뛸 수 있는 스폰서와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콜롬비아에는 정말 재능이 뛰어난 인재들이 많습니다. 한국리그에서는 저와 몬타뇨가 활약하고 있고 그리스 리그와 동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어요. 그동안 스폰서가 없어서 별다른 활약을 못했는데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대표팀이 소집될 것 같아요. 그러면 몬타뇨와도 한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겠죠"
손에서 놓쳤던 챔피언의 꿈, "두 번 과오는 반복하지 않겠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하지만, 우승은 몬타뇨가 분전한 인삼공사가 차지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등극에 실패한 점이 무척 아쉬웠지만 좋은 교훈도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
"솔직히 그 때만 생각하면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파요. 지난 시즌 실패했던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정신적인 무장과 이기려는 열망이 상대 팀이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우리 팀도 실력도 좋았고 모든 것이 다 갖춰졌지만 경기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꼭 이겨야겠다는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하지 못한 점이 저를 다시 한국으로 이끌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각자가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죠. 어느 상황에서도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은 좋은 결과로 나타납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이러한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고 싶어요"
케니는 올 시즌도 매순간마다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 상황에서도 그의 플레이는 진지함이 넘쳤고 안이하게 넘어가는 것이 없었다.
가족 같은 현대건설 선수들과 우승의 참맛을 느끼고 싶다고 밝힌 케니는 "승리는 진행과정이 좋아야 이루어진다"는 뼈대 굵은 말을 남겼다.
[사진 = 케니 모레노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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