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산, 조은혜 기자) "제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시라고 했어요. 한국으로 오시던가, 제가 미국으로 가겠다고 했죠."
올해로 프로 3년 차인 한화 이글스 노시환은 올 시즌 급성장을 보이며 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107경기에서 103안타 18홈런 56득점 타율 0.271. 시즌 중반과 막바지 부상 이탈에도 이룬 성과.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를 비롯한 코치진과 노시환의 노력이 만든 결과였다.
노시환과 많은 소통을 했던 워싱턴 코치는 이제 미국으로 떠난다. 발등 부상으로 서산에서 지내고 있던 노시환은 목발을 짚는 불편한 상태로도 대전을 찾아 워싱턴 코치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노시환은 "기사로 소식을 접했는데, 사실 정도 많이 들었고 친구처럼 지내 계속 계실 줄 알았다. 가신다고 하니까 너무 허무한 느낌"이라면서도 "그래도 좋은 조건에 스카우트가 돼 메이저리그로 가시는 거니까 응원해드리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
워싱턴 코치는 노시환에게 마법사 같은 지도자였다. 노시환은 "경기 때 한두 타석 안 맞으면 코치님한테 가서 '뭐가 문제인 것 같냐' 물어보곤 했다. 그러면 코치님이 '어떤 부분이 아쉬운 것 같다, 이렇게 해봐라' 집어주셨는데, 그렇게 하면 무조건 안타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1-9에서 13-10,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던 6월 6일 창원 NC전 노시환의 만루홈런도 그렇게 탄생한 타구였다. 그는 "그때도 도저히 안 맞아서 코치님한테 어떻게 쳐야 하나 물어봤었다. 그때 코치님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시더니 영상을 보여주시면서 '이게 아쉽다, 타석에 들어가면 이런 식으로 해봐라' 했는데, 그렇게 하니 홈런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대전에서 워싱턴 코치와의 마지막 인사 시간, 노시환은 "나는 울지 않고 속으로 울었다"고 웃으며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시라고 했다. 아니면 내가 미국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난 네가 충분히 올 것 같다'면서 미국에서 보자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야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꿈꿨던 무대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단계를 밟아야 하는 과정에 있지만, 성장을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년 남짓의 짧은 시간, 노시환은 워싱턴 코치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알지 못했던 기술, 멘탈적인 부분 등 조언도 많이 들었고 안 맞을 때는 극복하는 방법도 배웠다. 올 시즌 의지를 많이 했다"면서 "같이 해온 것들은 머릿속에 아직 가지고 있고, 연락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한화는 워싱턴 코치가 떠난 자리에 올해 타격 보조코치로 함께했던 김남형 코치를 메인으로 세울 예정이다. 노시환은 "사실 워싱턴 코치님 얘기만 계속 나왔는데, 남형 코치님도 늘 영상 돌려보시고 고민하시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그래서 내년 걱정은 없다. 1년 동안 고생하셨고, 내년에도 잘해보자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발목 수술을 받은 노시환은 이제 깁스를 풀고 조금씩 발을 땅에 딛기 시작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꾸준히 하고 있고, 걸을 수 있게 되면 기술 훈련을 시작할 예정. "비록 최하위였지만 분위기 만큼은 1등이었다"고 올 시즌을 돌아본 노시환은 "올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이 더 기대가 된다. 팬분들께서도 많이 기대해주시는 걸 아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준비를 잘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