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현세 기자) "KT로 이적한 선수들과 롯데 팬과 선수로서는 함께하지 못해도 내게 너무도 많은 추억을 안겨 줬기에 지금도 고마운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부산 사직야구장 관중석에는 늘 케리 마허(67, 미국) 씨가 있다. 영산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마허 씨는 특유의 수염과 푸근한 인상을 갖고 있는데 롯데 팬들은 그를 '롯데 할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롯데는 물론이고 여러 야구 팬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할 만큼 유명인사인 그는 상징적인 롯데 팬 가운데 한 명으로도 꼽힌다.
롯데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함께했던 마허 씨가 이번에는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롯데가 아닌 KT와 두산의 맞대결이었지만 그가 방문한 이유는 분명했다. 올 시즌 전후로 트레이드를 통해 KT에 이적한 신본기, 박시영, 오윤석, 김준태를 비롯한 롯데 출신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내게는 롯데를 통해 만난 많은 친구가 있다. KT에도 신본기, 오윤석, 김준태, 박시영, 황재균과 같이 롯데에서 멋진 추억을 함께한 선수들이 있는데, 그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왔다." 마허 씨는 "친구가 밤새 운전해 줘서 아침에 올 수 있었다"며 "사실 그래서 조금 피곤하기도 하지만 1, 2차전을 연달아 보러 오려 한다"며 웃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2로 이긴 KT는 2차전도 잡으며 우승 가능성을 키웠다. 황재균은 2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날렸다.
마허 씨에게는 롯데를 통해 만난 모든 인연이 소중하다. 그는 "나는 신본기 선수를 비롯해 롯데에서 많은 추억을 함께한 선수들이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더라도 사랑한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선수들에게도 정말 흥미진진한 경험일 거다"라며 "황재균 선수도 내게는 정말 환상적인 선수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KT로 이적한 선수들과 롯데 팬과 선수로서 함께하지 못해도 내게 너무도 많은 추억을 안겨 줬기에 지금도 고마운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며 웃었다.
지난해 초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고 치료에 집중해야 했던 마허 씨는 "올해는 매일 강해지는 걸 느낀다. 덕분에 사직에서 치른 모든 경기를 보러 갔다. 내년에는 건강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롯데는 나와 수년 동안 함께하면서 관계를 쌓아 온 구단이다. 내 건강에 대해서도 꾸준히 신경 써 준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롯데는 마허 씨에게 외국인 선수 관련 업무 제안하기도 하고, 마허 씨가 부산과 롯데 야구를 알린 공을 높이 사 시구자로도 두 차례 초청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00만 관중 입장을 기념해 마허 씨가 팬을 대표해 시구한 바 있다.
마허 씨는 또 "건강 상태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데, 야구장에 오면 힘을 얻는다. 나를 채워 주는 건 야구다"라며 "한국시리즈에 와 보니 월드시리즈에 온 것 같은 대단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1년에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경험이지 않나. 내년에는 롯데도 이곳에 설 수 있기를 바란다. 내게 롯데는 언제나 최고의 팀이다. 올 시즌에도 전준우와 손아섭이 멋진 안타를 많이 선물해 줬고, 이대호도 대단한 홈런을 수차례 보여 줬다. 한동희의 놀라운 성장을 지켜 보는 것도 정말 즐겁다. 롯데는 내게 멋진 추억을 매년 선물해 준다"며 웃었다.
사진=고척 김현세 기자, 연합뉴스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