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장거리 이동에 이은 풀타임 출전, 풀리지 않았던 손흥민과 황의조를 이렇게 무리시킨 대가가 결국엔 승점 1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경기가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0-0으로 득점 없이 비겼다. 손흥민, 황의조 등 최정예 공격진이 모두 선발 출장했고 슈팅을 15개나 시도했지만, 득점을 터뜨리지 못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 황희찬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소집 예정일(7월 30일)보다 하루 지난 31일, 인천공항에 입국했고 곧바로 파주 NFC로 향했다. 뒤이어 김민재도 터키에서 합류했고 네 선수가 합류해 완전체가 된 대표팀은 하루 하고도 한나절, 경기 당일 오전 훈련까지 마치고 경기에 임했다.
손흥민과 황의조, 김민재가 선발 출장해 풀타임 활약했다. 김민재의 경우, 경기장 밖에서 바라봤을 땐 스피드와 피지컬을 활용해 이라크 공격진들의 역습을 물 샐 틈 없이 막아내 무실점 경기에 기여했지만 본인 스스로가 봤을 땐 실수가 있었다고 밝힐 만큼 시차 적응과 회복에 대한 여파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물며 손흥민과 황의조는 어땠을까. 이라크의 밀집수비는 물론 두 선수를 향한 이라크 선수들의 집중 견제가 들어오면서 두 선수가 활동할 공간 자체가 부족했다. 손흥민은 수비 가담도 열심히 해줬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공격 전환 상황에서 전방에 올라가는 타이밍이 늦는 상황도 나왔다. 후반 교체로 출전한 황희찬 역시 두세 차례 슈팅 기회에서 공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은 "몸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핑계다. 이틀 만에 유럽에서 넘어와서 경기하는 건 어려웠다"라며 컨디션 난조에 대해 언급했고 이번에 처음 유럽에서 귀국해 A매치를 치른 김민재도 "유럽파 선수들이 겪은 문제를 이번에 겪으면서 과거와 지금 이를 겪고 있는 선배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럽 진출이 늘어나면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국내 A매치에 대한 부담은 10년 전에도 꾸준히 이어져 온 문제였다. 장거리 이동과 시차 적응이 국내 A매치에 늘 어려움을 안겼고 박지성, 기성용, 구자철 등 여러 선수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국가대표팀을 은퇴하게 되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 선수들에 대한 체력 안배, 교체 출전 등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특히 다른 A매치 기간과 달리 이번 9월엔 유럽파가 다른 선수들보다 하루 늦게 입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회복, 적절한 출전 시간 조절도 전혀 없었다.
거기에 예정된 소집일(30일)에 입소한 이재성도 오랜만에 하는 장거리 이동의 여파가 경기장에서 드러나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득점을 터뜨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을 뺄 수 없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합류 시기와 선수 컨디션 등 종합적인 상황이 고려되었는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모두 뺄 수는 없었다. 손흥민과 황의조가 없는 한국의 공격진은 상상하기 어렵다. 당장 결과를 내야하는 최종예선에서 이들의 존재감을 대체할 선수는 사실상 없다. 현재 전술에서 이들의 존재감을 대체할 수 없다면 다른 전술로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와 역할을 주고 경기 내용에 변화를 줘야 했지만 그 과정은 2차예선을 거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레바논전까지는 넉넉한 휴식일이 있다. 주말 간 잘 쉬고 레바논전을 잘 대비해 승점 3점을 반드시 따내는 것이 벤투호의 수정된 목표다. 레바논전은 오는 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정-인천공항, 고아라 기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