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1.24 13:49 / 기사수정 2011.01.24 18:06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한국 빙상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대회였다. 3개의 금메달을 휩쓴 한국 빙속은 금메달 6개를 획득하며 종합 5위를 달성한 한국선수단에 효자노릇을 했다.
그러나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이 유력시됐던 이강석(26, 의정부시청)은 '고개 숙인 남자'가 됐다. 자신의 주 종목인 500m가 열리던 날, 정빙차가 고장 나는 뜻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는 한 시간 반이나 지연되었고 몸 풀기와 휴식을 반복하던 중, 끝내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500m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를 2번이나 제패한 이강석은 올림픽 무대 앞에서 주저앉았다. 남자 500m 세계랭킹 1위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정빙차가 고장이 나는 모습은 그 전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여기에 대한 대비책도 없었고 몸 풀기와 휴식을 반복하다가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죠. 한동안 올림픽 후유증 때문에 훈련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6월말부터 다시 마음을 독하게 먹었고 '다시 해보자'란 마음으로 훈련에 임했죠"
이강석은 물론, 대표팀의 '맏형'인 이규혁(33, 서울시청)도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가장 주목을 받던 두 명의 스케이터가 몰락한 상황에서 금메달의 영광은 모태범(22, 한체대)에 돌아갔다.
그러나 좌절의 시간은 길지 못했다. 다시 스케이트 끈을 단단히 잡아맨 이강석은 2010-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시리즈 4차대회와 5차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처음에는 올림픽 좌절의 타격이 클 것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연이어 월드컵시리즈에서 우승하며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특히, 5차대회는 일본에서 열렸는데 자국 선수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 더욱 뜻깊었어요"
이강석은 이 대회 1차 레이스에서 일본의 강자인 가토 조지(26)와 나가시마 게이치로(29)를 모두 제치는 쾌거를 세웠다. 월드컵시리즈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이강석은 오는 30일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제11회 아스타나 알마니 동계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07년 중국 창춘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500m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이강석은 이번 대회에서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스타트와 막판 스퍼트를 대비한 훈련도 집중하고 있어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과 국내의 강자들과 다시 한 번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일본의 강자인 가토 조지와 나가시마 게이치로, 그리고 이규혁, 모태범 등과 금메달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단거리 전문 선수인 이강석은 남자 500m에 모든 것을 쏟을 예정이다. 이규혁과 모태범이 지구력과 경기 운영에 중점을 두는 반면, 이강석은 순간적인 힘과 순발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월드컵 파이널대회와 세계종목별선수권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남자 500m 올 시즌 월드컵 순위는 가토 조지가 1위를 달리고 있고 이강석이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월드컵 파이널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대회인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리고 있어요. 남은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알찬 시즌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강석의 시선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밴쿠버의 좌절을 딛고 3년 뒤에 열리는 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을 이루겠다는 꿈을 다지고 있다.
이강석은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 파이널, 그리고 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그에게 남은 마지막 고지는 올림픽뿐이다. 그랜드슬램을 이루기 위해 정복하지 못했던 올림픽 고지에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가 이강석을 다시 일으켰다.
"올림픽이 끝난 뒤, 목적의식을 잃어서 방황을 했는데 이제는 새롭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고지인 올림픽도 정복해 그랜드슬램을 이룩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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