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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공격진, '일모도원' 수비진

기사입력 2006.05.13 07:40 / 기사수정 2006.05.13 07:40

손병하 기자
멀게만 느껴졌던 2006 독일 월드컵 개막(6월 10일~7월 10일 한국 시각)이 이제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 독일 월드컵까지 총 7번 참가하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뜨거운 함성과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딕 아드보카트(59·네덜란드) 감독이 지난해 9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한 후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성장보다는 잃어버렸던 정신력과 팀 조직력에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대표팀은,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을 자신하며 2002년 월드컵의 영광 재현을 다짐하고 있다.

다가오는 독일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어떤 경기력을 선보이며 국민을 울고 웃게 할지, 또 독일 월드컵을 향해 정조준하고 있는 대표팀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재미있는 사자성어와 함께 진단해 본다.

공격진: 풍전등화(風前橙火)-바람 앞에 촛불, 위태로움

지난 5일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란 중상을 당한 이동국(27·포항)의 공백이 뼈아프다. 박주영(21·서울)과 설기현(27·울버햄튼), 안정환(30·뒤스부르크) 등 많은 후보의 이름이 중앙 포워드로 거론되고 있고,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는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성용(33·성남)을 추천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지난 5일 인천 유나이티드 전에서 무릎을 다쳐 고통스러워 하는 이동국
이동국의 공백이 걱정되는 이유는 이동국 개인의 기량 측면에서의 아쉬움이 아니라, 애써 다져놓은 공격진의 조직력과 기본 틀이 어긋났다는 점에 있다. 5월 초 대표팀이 재소집되어 본선 첫 경기(6월 13일, 토고전)를 치르기까지 한 달 정도밖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인물의 추가 발탁은 어려울 전망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대표팀의 조직력이 크게 손상되지 않는 수준에서 가용인력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박주영의 중앙 이동이나,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큰 경기 경험과 한 방이 있는 안정환, 설기현 등을 배치하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안정환과 설기현 같은 해외파 공격수들은 최근 소속팀에서도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기량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국의 경기 스타일을 가장 닮은 선수를 내세워 전지훈련 중에 다져 놓은 공격의 틀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J-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조재진이나 최근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우성용의 기용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선수 개인 능력에서 한계가 노출될 수도 있어 선택이 조심스럽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축구도 실점하지 않으면 최소한 지지는 않지만, 득점하지 못한다면 결코 이길 수도 없다. 대표팀의 날카로운 창이 될 '공격진의 재구성'으로 아드보카트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하게 됐다. 주전 공격수의 부상과 지난 월드컵 멤버들의 부진으로 그야말로 풍전등화같이 위태로운 공격진이다.

미드필더: 화룡점정[畵龍點睛]-용의 마지막 눈을 그려 그림을 완성하다

대표팀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위치는 어디일까? 아마도 이 물음에 축구팬은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김남일(29·수원), 이을용(31·트라브존스포르) 등 '월드컵 4강 멤버'들이 건재한 대표팀의 허리를 지목할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쾌속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박지성은 물론이고, 부상에서 회복한 김남일도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대표팀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있다.

▲ 전지훈련에서 눈에 띄게 성장해 김남일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호
ⓒ 남궁경상
여기에 김두현(24·성남)과 백지훈(21·서울) 같은 젊은 선수들도 주전 경쟁에 불을 지펴 아드보카트 감독이 여러가지 전술 변화를 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특히 1-2월 전지훈련에서 눈에 띄게 성장해 김남일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호(22·울산)의 가세는 대표팀의 중원을 한 층 더 탄탄하게 했다.

또 이관우(28·대전) 같이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은 선수 중에서도 좋은 자원이 풍부한 위치기도 하다. 하지만, 대표팀의 허리에도 분명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유능하고 좋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 선수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엮어내느냐 하는 문제다.

예를 들면 박지성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돕기 위해서는 김두현의 수준급 패스가 필요하고, 우리가 본선에서 상대할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나 토고의 아데바요르 같은 특급 공격수를 막기 위해서는 이호나 김남일 같은 선수들의 강력한 중원 수비가 절실하다.

이렇게 미드필더 라인은 상대와 우리의 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능동적인 선수 기용이 필요하다. 좋은 선수가 많아 안심이 되는 자리기도 하지만, 그 좋은 자원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위치인 것이다. 화룡점정, 아드보카트 감독이 어떤 눈동자로 대표팀의 허리를 완성할지 주목된다.

수비진: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

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대표팀 수비라인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수비 조직이나 경기력 향상 같은 구체적인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위치별 주인공 선정에도 애를 먹고 있다.

4백을 사용하는 대표팀은 중앙 수비수로 최진철(35·전북)을 놓고 남은 한 명의 중앙 수비 요원을 계속 찾고 있으며, 주전이 확실한 이영표(29·토트넘)를 원래 자리인 왼쪽에 기용할 것인지, 아니면 오른쪽에 기용할 것인지도 확실하게 결정하지 않았다.

▲ 경험은 풍부하지만 노장이라 체력과 순발력 저하가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최진철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송종국이 빠르게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고 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부상 이전의 활약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왼쪽 윙백의 대안으로 조원희(23·수원)가 거론되고 있지만, 공격력에 비해 수비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어 가뜩이나 불안한 수비라인 전체에 짐이 될 수도 있다. 몇 차례 시험무대에 올랐던 이영표의 위치 변경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해 측면 윙백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앙 수비수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경험면에서는 최진철의 낙점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노장이라 체력과 순발력 저하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문제를 보완할 만한 카드를 찾지 못해 고민은 더 크다.

이운재가 거의 확정적인 골키퍼이지만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거의 '이운재 1인 체제'로 운영하다 보니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없다.

수비라인에서 처리할 문제들은 산적한데 독일 월드컵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 아드보카트 감독을 포함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갈 길은 더욱 바빠졌다. 일모도원의 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빠르고 정확한 선택이 절실히 필요하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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