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가요계 역주행의 아이콘은 꾸준히 등장한다. 2021년 상반기 가요계를 브레이브걸스 '롤린'이 뜨겁게 달구고 있듯 과거 빛을 보지 못한 곡들이 대중의 갑작스러운 소환에 이끌려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곤 한다. 그동안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주목 받으며 가요계를 난리나게 만든 가수와 역주행곡들을 되짚어봤다.
◆ '역주행 신화'의 시초, EXID '위아래'
'위 아래 위 위 아래' 반복되는 후렴구와 따라하기 쉽고 중독적인 안무가 인상적인 '위아래'는 지난 2014년 8월 발표 당시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EXID(LE, 정화, 하니, 솔지, 혜린)는 음악적 역량과 출중한 비주얼을 갖춘 걸그룹으로 좋은 평가 받아왔지만 확실한 히트곡을 만들지 못한 채 데뷔 3년차에 접어든 상태였다. 당시 멤버들은 '위아래'가 별 반응을 얻지 못하자 가수 활동을 계속 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을 정도로 결과는 참담했다.
'위아래'의 역주행은 EXID 멤버 하니의 직캠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시작됐다. 해당 영상은 각종 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면서 더욱 큰 힘을 얻었고 결국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본격적인 역주행이 시작되면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 Mnet '엠카운트다운', KBS 2TV '뮤직뱅크' 등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역주행 행보를 이어갔다. EXID는 '위아래' 히트를 시작으로 '아예(AH YEAH)' '핫 핑크(HOT PINK)' '덜덜덜' '알러뷰' 등 꾸준하게 활동을 펼쳤다. 또 멤버들의 예능 활약 및 연기 도전 등 개인 활동에도 힘을 쏟으며 EXID의 팬덤을 확장시켰다.
◆ 세대 초월 '트로트'로 국민 대화합, 김연자 '아모르파티'
'아모르파티'는 트로트 붐이 일어나기 전 모든 세대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모은 대표 역주행 곡이다. '아모르파티'는 지난 2013년 발표 당시 성인가요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EDM 장르로 인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참 세월이 흐른 뒤 KBS 1TV '열린음악회'에서 부른 '아모르파티' 무대가 SNS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역주행에 성공했다.
당시 김연자의 무대가 SNS에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던 배경에는 아이돌 팬덤의 힘이 컸다. 이날 '열린음악회'에 출연한 그룹 엑소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10대, 20대 젊은 팬들이 엑소에 이어 무대에 오른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에 푹 빠지면서 무대 영상을 공유했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것.
김연자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에도 출연하며 '아모르파티'의 차트 역주행을 넘어 국민적 히트를 이끌어냈다. 특히 2018년 KBS '가요대축제' 엔딩곡으로 선정, 아이돌 가수부터 트로트 가수들 모두 '아모르파티'를 열창하며 가요계 대통합을 이뤄내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남녀노소 모두의 '슈가맨', 양준일 '리베카'
양준일은 지난 2018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과거 1990년대 활동 영상이 확산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시대를 앞서가는 패션 스타일링과 노래가 단연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그룹 빅뱅 지드래곤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의 과거 비주얼이 젊은 세대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김숙, 윤종신, 김완선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예인들도 방송을 통해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양준일은 2019년 JTBC '슈가맨3'에 출연하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2015년부터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었으며 한인 레스토랑에서 근무하고 있던 중 '슈가맨' 출연을 위해 한국으로 온 사실을 밝혀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슈가맨3'에서 양준일은 데뷔곡인 '리베카' 무대를 꾸몄다. 훤칠한 키와 슬림한 몸매, 여기에 '탑골 GD'라 불릴만큼 변함없이 잘생긴 외모로 여전한 춤선을 자랑하는 양준일의 등장은 '슈가맨'의 완벽한 소환을 보여줬다.
'슈가맨3' 출연 후 양준일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쏟아졌다. 그의 팬카페 회원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그해 연말에는 팬미팅까지 개최하기도 했다. 양준일은 연일 각종 방송, 광고 등의 러브콜을 받으며 진정한 역주행 스타로 거듭났다. 그리고 지난해 1월, MBC '쇼! 음악중심'에서 '리베카' 무대를 꾸미면서 데뷔곡이 재조명돼 특별함을 더했다.
◆조롱감에서 화제의 곡으로, 비 '깡'
'깡'은 비가 지난 2017년 발표한 곡으로, 발매 초기에는 개연성 없는 가사와 비 특유의 과장된 안무 스타일로 대중의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심지어 지나치게 자아도취에 빠진 듯한 비의 표정과 자기애로 가득한 가사가 거부감을 들게 만든다는 혹평까지 듣기도 했다.
'깡'은 음악 팬들에게 외면 받았지만 유튜브에서는 핫한 콘텐츠로 급부상했다. 누리꾼들은 '깡' 뮤직비디오에 댓글을 달며 하나의 장을 형성해나갔다. 대부분 '깡'에 대한 비난이나 부정적인 반응이지만 하나의 웃음 코드로 자리잡으면서 뜨거운 화제를 몰고왔다. 일종의 '밈' 현상 속에서 누리꾼들의 입소문이 나면서 '깡'은 최고의 중독성을 자랑하는 콘텐츠로 인정 받았다.
결국 비가 직접 나서 '깡'의 밈화에 대한 생각을 밝혔고, 이는 더욱 큰 화제를 몰고오게 됐다. 지난해 MBC '놀면 뭐하니'에서 비는 "하루 몇 깡?" "1일 3깡은 기본" 등을 쿨하게 말한 것. 이는 그동안 조롱감으로 소비해온 '깡'을 유쾌하게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고,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던 '깡'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는 노래로 등극했다. '깡'의 역주행 덕에 각종 '깡' 시리즈 과자들의 월 매출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나비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비 역시 온갖 조롱과 놀림 속에서 기죽지 않고 소신을 지킨 결과, 과거 인기가 그립지 않을 만큼 남녀노소 사랑 받는 대세 스타로 또 한 번 발돋움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와 같은 신드롬적인 역주행 열풍의 배경에 대해 "대중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감동을 주며 따라 부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콘텐츠가 역주행을 하게 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중의 입맛에 맞게되면 콘텐츠의 제작 시기와 소비자들의 연령대와 상관없이 과거 콘텐츠를 재소환하는 것"이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가공해 제2의 콘텐츠를 제작해 즐기는것뿐 아니라 유행으로 번지게 만드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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