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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홍명보호, '투혼'으로 반전 드라마 완성

기사입력 2010.11.26 09:12 / 기사수정 2010.11.26 09:12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 유니폼 상의 내에는 '투혼'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한국 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이 단어는 그야말로 선수들에게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만든다.

최근 한국 축구는 '투혼'보다는 '패기'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젊은 피의 힘이 강하게 나타났다. 조광래호 축구대표팀 뿐 아니라 홍명보호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역시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패기 넘치는 축구를 구사하며 변신을 시도했다. 반면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며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는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먼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랬던 젊은 한국 축구에 모처럼 투혼이 실린 모습이 나왔다. 바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 이란전에서였다. 1-3으로 패색이 짙어지며 2회 연속 아시안게임 메달을 놓칠 뻔 한 위기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은 그야말로 전력을 다해 악착같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리고 후반 막판 15분동안 3골을 넣는 저력을 보여주면서 4-3 역전승을 거두고 3위를 확정지었다. 선수들은 얼싸안았고, 초반 이란을 응원했던 중국 관중들마저 '짜요(힘내라) 한국'을 외쳤다. 준결승전 패배로 실의에 빠지다시피 했던 선수들이 단 이틀 만에 '감동 드라마'를 쓴 셈이다.

사실 홍명보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첫번째 좌절이나 다름없는 패배를 맛봤다. 지난해 초 출범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본선에서 19년 만에 8강까지 올랐던 홍명보호는 야심차게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도전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준결승전에서 아랍에미리트에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패하며 허탈감을 느꼈다.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도 놓친 경기였기에 아쉬움은 컸다. 선수들은 목표를 이루지 못한 쓰라린 패배에 너도 나도 눈물을 흘렸고, 충격은 오래 가는 듯 했다. 박주영, 김정우 등 와일드카드 선수들이 다독이기도 했지만 선수들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아쉬운 기색을 잘 드러내지 않는 홍명보 감독마저 패배를 자신 탓으로 돌리고 상당히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역시 예상대로 크게 맛본 첫 좌절의 충격은 이틀 뒤 3-4위전에서도 이어졌다. 1970년 대회에서 이긴 뒤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이란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며 후반 30분까지 1-3으로 끌려갔다. 여기에 이라크 주심의 애매한 판정까지 이어지면서 선수들의 사기는 완전히 꺾이는 듯 했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은 투혼을 발휘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교체 투입된 윤빛가람, 서정진, 지동원 등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선수들은 힘을 냈고 추격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맨먼저 베테랑 박주영이 포문을 열었고, 이어 끊임없이 공격을 펼치며 동점골을 넣기 위한 노력을 다 했다.

그리고 지동원이 서정진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 동점골을 터트렸고, 이어 곧바로 윤석영의 크로스를 또다시 지동원이 머리로 받아 넣으며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악착같이 승리를 따내기 위한 열망, 투혼이 만들어낸 기적같은 골들이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패배 속에서도 선수들은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특징에다 잠재적으로 갖고 있던 투혼의 힘까지 발휘하며 승리를 쟁취했다. 비록 그들이 원했던 메달은 아니었지만 한국 축구 특유의 성질을 살려내면서 거둔 메달이어서 그 의미는 남달랐다. 좌절과 실패를 새로운 희망으로 승화시키며 홍명보호 선수들에게 큰 교훈과 경험을 안겼다.


[사진 (C) Gettyimages/멀티비츠]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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