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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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인 열전] '장거리 최강' 이승훈 "나는 아직 하수다"

기사입력 2010.11.15 12:35 / 기사수정 2010.11.15 22:41

이철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철원 기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안인 최초로 장거리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훈이 다시 스케이트 끈을 동여맸다.

올 초 금메달의 영광을 뒤로하고 쇼트트랙 대표 선발이라는 또 다른 꿈을 위해 잠시 '외도 아닌 외도'를 했던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돌아왔다.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아시아인으로서 더 많은 전설을 남기기 위해 '고향' 같은 쇼트트랙을 과감히 포기한 이승훈을 지난 5일 태릉 국제빙상장에서 만났다.

-지난달 열린 1차 공인기록회에서 부진했지만, 일주일 뒤 종목별 선수권대회에서는 페이스를 끌어올린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러면서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을 준비하기도 했었고.

뒤늦게 스피드스케이팅에 전념하기로 결심하면서 운동량이 부족했는데, 그것을 보충하려 무리하게 훈련을 진행했다. 그래서 지난 시합이 끝난 후 무작정 휴식을 가졌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시즌 초지만 5,000m와 10,000m 국내기록이 올림픽시즌보다 더 좋다. 지난 시즌과 컨디션을 비교한다면?

지금 몸 상태는 안 좋다. 이상하게 기록은 잘 나왔지만(웃음).

시즌을 코앞에 두고 급격하게 운동량을 늘렸기 때문에 전신에 피로가 쌓인 상태다. 시즌 초에는 다소 고전할 것 같다.

-1차 월드컵이 네덜란드에서 열린다. 스벤 크라머를 안 떠올릴 수가 없다. 재대결이 어떨 것 같나?

스벤 크라머와 월드컵 시리즈에서 붙으면 무조건 진다. 아직 스벤 크라머가 두수정도 위다. 밥드용을 비롯한 다른 네덜선수들도 아직 나보다 한수위다.

올림픽 땐 여러 가지 상황이 좋았다. 더 노력해서 그들을 따라잡아야 한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근데 이번 1차 월드컵 때 스벤 크라머 불참한다고 하더라.

-홈그라운드 경기라서 부담스러웠을까? 왜 기권했다고 생각하나?

(대표팀 락커룸에 함께 있던 모태범이 "이승훈이 무서워서 기권한 것 같다"며 농담을 하자 이강석까지 합세해 "홈그라운드에서 이승훈한테 깨지면 무슨 망신이겠냐. 일부러 피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웃음)아니다. 스벤 크라머 역시 지난 올림픽이 끝난 후 제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월드컵 시리즈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할 기회는 많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아직 스벤 크라머를 이기지 못한다.

-지난달 '이승훈 5관왕 도전'으로 기사를 썼는데 아시안게임 1500m 선발전에서 탈락해 기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4관왕 욕심은 있나?

내가 그래서 5관왕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하지 않았나(웃음).

사실 금메달을 많이 따고 싶은 욕심이야 있지만 4관왕도 욕심 없다. 내 주종목인 5,000m와 10,000m에 주력하고 싶다.

-최근 한국체육대학교 훈련장에서 만났을 때 남들은 지상훈련만 했지만 본인은 태릉으로 스케이트까지 타러 갔다.

간단하다. 못 타서 그렇다.

스케이팅 감을 찾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많은 훈련을 했다. 장거리 종목은 리듬감을 잡고 있어야 힘들이지 않고 좋은 기록으로 완주를 할 수 있는데 훈련 부족으로 자세가 잡히지 않았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기 위해 훈련량을 늘렸다.

- 쇼트트랙 선발전을 포기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착실하게 쇼트트랙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포기하게 된 이유는?

쇼트트랙 시합을하다가 부상이 올 수도 있고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게 선발된다 해도 스피드스케이팅 일정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어찌됐든 지금 나에게 주종목은 스피드스케이팅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많이 남아있다.

아직 한국에서 아시안게임 장거리 종목 금메달 없다. 최초의 장거리 금메달을 획득하고 싶다(한국의 동계아시안게임 장거리 종목 최고 성적은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현 단거리 대표팀에 있는 문준이 5,000m에서 획득한 은메달이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하는 것을 봤지만 무서울 정도로 운동에 집중한다. 절친 모태범도 "승훈이가 한번 집중하면 무서워서 말도 못 건다"는 말을 할 정도다.

내가 그랬나?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내가 부족하니까 남들보다 더 해야겠다'라는 생각만 갖고 있을 뿐이다.

-사실 운동선수의 최고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 금메달을 어린 나이에 획득했다. 기운이 빠질 수도 있을텐데?

목표가 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갖고싶다(웃음).

농담이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루고 싶은 목표는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따고 싶고 한국 선수가 이루지 못한, 아시안 선수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다 이루고 싶다.

나에겐 올림픽 금메달을 제외하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룬게 없다. 국제 대회에서 최대한 많은 메달을 따고 싶다.

-마지막으로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둔 각오와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인사부탁한다.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아시아 장거리의 최강자다운 모습을 확실히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됐는데 올림픽 때처럼 응원 많이 해주시고 힘을 주신다면 저는 갈수록 발전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근데 이 답변 너무 뻔하지 않아요?


이승훈은 지난 14일 네덜란드 히렌빈에서 열린 세계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시리즈 5,000m에서 7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이승훈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떠올리는 팬들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결과.

하지만 이승훈이 스스로 밝혔듯 아직은 만족스러운 몸상태가 아니다. 시즌 첫 대회에서 7위에 머물렀지만, 기록은 여전히 세계 최정상권을 유지했기에 이승훈의 남은 2010/2011시즌이 기대가 된다.

[사진 = 이승훈 (C) 이철원 기자]
 

엑스포츠뉴스 기자들이 이승훈에게 묻는다

-이철원 기자 "이승훈에게 쇼트트랙이란?"

옛사랑? 지금은 바람난건가?(웃음).

-이준학 인턴기자 "여자친구는 잘 있나?"

노코멘트.

-김경주 기자 "많은 여성들이 '얼짱' 이승훈에게 열광한다. 솔직히 좋지 않나?"

열광하시는 분들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난 전혀 모르겠는데.



이철원 기자 b3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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