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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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중 속에 과제를 던진 서울-수원 경기

기사입력 2007.04.09 22:37 / 기사수정 2007.04.09 22:37

이성필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성필 기자]"E 석(본부석 건너편) 표 남는 것 있으면 파세요"

모든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암표상이 존재한다. 이들은 보통 "싸게 줄 테니 가져가라"는 말로 관람객을 유혹한다.

그러나 8일 FC서울-수원 삼성의 삼성 하우젠 2007 K-리그 5라운드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사뭇 달랐다. 암표상들이 저마다 암표를 팔라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그들에게 다가가 묻자 "E석은 매진이래요. 우리도 구하기 힘들다고요"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랬다. 프로스포츠 사상 5만을 넘는 관중이 찾아 경기를 즐긴 두 팀의 경기는 이미 경기장 밖을 구성하는 암표상들마저 쩔쩔매게 할 정도로 대단한 경기였다. 이날 공식적으로 경기장을 찾은 인원은  55,397명이었다.

경기시작 한 시간 반 전 서울월드컵경기장 밖의 풍경은 국가대표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벌어졌다. 매표소에 늘어선 줄은 끝을 보기 힘들었고, 두 팀의 상징색인 빨간색과 파란색의 물결은 넓은 광장을 가득채우며 이 곳이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K리그임을 확인시켰다.

남자친구와 처음으로 프로축구를 보러 왔다는 정진영(27)씨는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 숨막히는 줄 알았다"고 말한 뒤 "국가대표 경기 때는 몇 번 보러와 이런 상황을 이해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놀랍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경기장 내에 있는 대형 마트도 경기 전 먹거리를 사려는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이 늘어선 줄은 일반 쇼핑객들마저 놀라게 할 정도. 마트의 안전요원 역시 "일요일에는 원래 사람이 많지만 축구 관전 때문인지 더 정신이 없다"며 "프로경기 때문에 마트가 복잡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장 내의 분위기 역시 이런 팬들의 뜨거운 관심 만큼 열띤 모습이었다. 서울에서는 만 개의 빨간 풍선을 천장 위에 달아놓고 '풍선 폭포'로 관중의 눈을 즐겁게 했고 내려는 풍선을 받은 관중은 서울의 상징 '붉은'색 풍선을 들고 같이 호흡했다.

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에서도 '별' 모양의 카드섹션을 다시 한 번 준비해 승리의 의지를 다졌다. 지난해 수원과의 FA컵 8강 경기에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준비한 카드섹션은 세 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성공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었다. 

라이벌 수원 역시 1만 5천여 원정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들이 보여 준 열기는 전반 17분 하태균의 선제골이 들어가는 순간 절정에 달했다. 너무나 빨리 달아오른 경기장 분위기는 후반으로 흐를수록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날 모인 관중 수가 전날 여섯 개 경기장에 모인 관중 수보다 더 많았다는 점이 프로축구연맹이 '관중대박'에 웃고만 있을 수 없는 대목. 이날 경기의 화젯거리는 두 팀을 '라이벌'로 몰며 분위기를 띄운 언론의 보도도 있었지만 이들의 특수성을 감안해 본래의 일정에서 따로 뺀 프로연맹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전 날 열린 여섯 개 경기장의 관중 수는 4만 4487명, 최근 K-리그에 공격축구의 화두가 떠오르면서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지만 아직 아쉬움이 많다.

이날 경기장을 찾아 두 팀의 전력을 분석하던 모 구단의 관계자는 경기장 풍경을 보더니 "우리도 이 정도만 오면 매번 연승할 것 같네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날 경기는 분명 K-리그로 관중의 발길을 돌리기 위한 가능성과 과제를 한 번에 보여줬다. 잠자고 있는 흥행요소들을 깨우는 것, 프로연맹과 각 구단들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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