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정근우는 공식 프로필상 172cm다. 운동 선수로서 크지 않다고 늘 들어 왔다. 그래서 더 악바리 같이 치고 뛰었다. 남보다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이 많았다.
정근우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 은퇴 기자회견에서 극복해야 할 것이 많았다고 했다. 신체적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키만 아니라 세 차례 수술, 게다가 입스(yips)까지 이겨내야 했다. 많은 업적을 쌓고 무사히 은퇴할 수 있다는 데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 고맙다"고 자신에게 말할 만큼 그랬다.
정근우는 "어릴 때부터 키가 작다 보니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 노력했다"며 "매일 나가 스윙하고 수비 연습했다. 힘들고 지칠 때도 하루도 포기하지 않던 내 안의 나를 보며 고마웠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높게 오르려 했고 경쟁 통해 자리를 지키려 했다. 그렇게 프로 16년 통산 1747경기 뛰었고 타율 0.302,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 기록했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3회 수상(2006년, 2009년, 2013년)만 아니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우승까지 모든 감동적 순간마다 정근우가 서 있었다.
한국 야구 최고 2루수라고 평가받는 정근우가 롤모델이라고 꼽는 이가 많다. 대부분 신체적 공통점이 있는 선수가 많다. 그런데 정근우는 얼마 전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선수가 있다고 했다. "팬이 됐다"고 할 정도다. 공식 프로필상 163cm 김지찬이다. 비단 신체적 요소만 아니라 악바리 근성이 있다는 평가까지 닮았다. 정근우는 '키가 크지 않아 불리할 수 있는 여러 선수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질문받았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키 갖고 야구하는 것 아니니까. 얼마 전 어느 식당에서 김지찬과 우연히 만났다. 지찬이는 작년 청소년 대표 경기에서 뛰는 것 보고 팬이 됐다고 했더니 놀라더라. 수비만 아니라 타격까지 너무 잘하더라."
"그러고 나서 '지찬아 잠깐 와 봐. 형이 네 팬이야. 키 작아도 야구할 수 있어. 다만 조금 더 노력해야 돼. 네가 잘하는 수비나 모든 면에서 더 연구해서 잘해 주면 좋겠다'고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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