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베테랑 골키퍼 이운재(수원 삼성)의 대표팀 은퇴로 이제 현역 A매치 최다 출전 기록 보유자는 이영표(알 힐랄)가 고스란히 물려받게 됐다. 119번째 A매치 출전, 그것도 이운재가 물러난 뒤 팀내 최고참으로 가진 첫 평가전이었지만 이영표는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하게 경기장에 나섰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 한 번의 실수가 아쉬웠다. 실수 잘 안 하기로 유명했던 이영표였지만 순간적으로 흐트러진 것이 화근이 됐다. 결국 이 실수 하나에 팀이 패배하면서 이영표는 고개를 떨궜다.
7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이영표는 변함없이 왼쪽 윙백으로 선발 출장했다. 초반부터 이전보다 활발해진 공격력과 안정적인 수비능력을 보여주며 '역시 이영표'라는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조광래 감독은 전방 공격에서 박주영(AS 모나코),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을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치게 하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시켜 변형 전술을 구사해 왔다. 이 상황에서 왼쪽 측면이 비어있을 때 이영표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이 역할을 이영표는 경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임무를 거의 100% 완수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전반 35분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미드필드 중간 지점에서 뒤에 있던 김영권(FC 도쿄)에게 패스하는 것이 너무 짧았던 것이 문제였다. 이를 놓치지 않은 이란의 누리는 재빨리 가로채 드리블해 들어가면서 공격 기회를 만들어 나갔고, 결국 누리의 패스를 받은 쇼자에이가 재치있게 오른발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 골은 결국 결승골로 이어졌고 한국은 이란에 0-1로 패하면서 역대 전적에서 8승 7무 9패로 열세에 놓이게 됐다.
선제골을 내주는데 빌미를 제공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는지 이영표는 이후 더욱 열심히 뛰면서 만회하려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러나 더 이상 뚜렷한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로 팀 패배까지 이어지자 이영표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영표의 실수는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 3-4위전에서 있었던 홍명보(현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실수를 연상케 했다. 당시 승승장구를 거듭해 4강까지 올랐던 한국이었지만 터키와의 3-4위전에서 홍명보의 어이 없는 실책에 하칸 쉬쿠르에게 역대 월드컵 최단 시간 골 기록을 내주고 말았다. 볼컨트롤을 미숙하게 하다 뒤에 들어오던 쉬쿠르를 보지 못해 허용한 결과였다. 결국 너무 빨리 한 골을 허용했던 탓에 이전만큼 위협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월드컵 4위로 마쳤다.
풍부한 경험 속에서도 결정적인 실수는 '옥의 티'로 남게 마련이다. 어쨌든 아시안컵을 앞두고 이영표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한 셈이 됐다.
[사진= 이영표 (C) 엑스포츠뉴스 DB]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