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9.06 08:49 / 기사수정 2010.09.06 08:49
[엑스포츠뉴스=목동, 김현희 기자] "어휴, 너무 피곤하네요."
1년여 만에 목동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덩치 큰 한 선수'의 푸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푸념과는 달리, 고교야구 최강전(이하 왕중왕전)에 진출한 모교 후배들에 대해서는 더그아웃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제물포고에서 4번 타자를 맡았던 남태혁(19)의 이야기다.
지난해 청룡기 대회 직후 LA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한 남태혁은 1학년 때부터 4번 타자를 맡았던 슬러거였다. 특히, 1학년 시절 출전했던 제37회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는 홈런상을 받을 만큼,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LA 다저스는 그에게 50만 달러 상당의 계약금을 손에 쥐여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토미 라소다 전임 감독, '아빠'라 불러
올해부터 LA 다저스 산하 루키리그(애리조나 리그)에 속한 '애리조나 다저스'에서 활약한 남태혁은 미국땅을 밟은 첫 해에 톡톡한 신고식을 치렀다. 다저스가 소화한 55경기 중 40경기에 출장하여 3홈런 24타점, 타율 0.243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단기리그인 에리조나 리그에서 기록 자체는 큰 의미가 없지만, 고교 시절 명성에 비하면 그다지 나을 것도 없었던 성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여 팀 내 타점 1위, 홈런 3위에 올랐다. 꾸준한 출장 기회를 부여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한 남태혁을 1년 내내 관심 있게 지켜본 이가 있다. 바로 토미 라소다 前 LA 다저스 감독이다. 오렐 허샤이저 등을 이끌고 다저스의 1980년대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라소다는 박찬호의 스승이자 다저스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인 선수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남태혁이 그를 향하여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라소다 감독을) 아빠라고 부르거나, '탐(Tom)'이라고 불러요. 미국에서는 감독이건 코치건 간에 이름을 부르거든요.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웃음)."
▲ 지난해, 봉황대기 대회에서 만난 남태혁
내년 시즌, '싱글 A'에서 뛰고파
에리조나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잠시 귀국한 남태혁은 올 시즌 평가를 묻는 질문에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라고 답했다. 성적 자체에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즌 내내 햄버거와 빵으로 생활해야 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타향살이가 만만치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또한, 영어가 많이 늘지 않아 힘들었다는 뒷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러한 남태혁의 내년 시즌 목표는 '싱글 A 진입'이다. 어떻게든 내년에는 한 단계 높은 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라소다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남태혁이 내년 시즌에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상위 리그로 가는 일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싱글 A는 리그 특성상 동/서부 17시간 버스 이동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그러나 남태혁의 표정은 밝다. 그러한 어려움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한 단계씩 성장하면, 본인이 이야기했던 '메이저리그 홈런왕'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하는 남태혁이다. 과연 그가 최희섭, 추신수에 이어 향후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선수가 될 수 있을까? '제2의 푸홀츠'를 꿈꾸는 사나이, 남태혁의 앞날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사진=남태혁 ⓒ 엑스포츠뉴스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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