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2.21 17:41 / 기사수정 2007.02.21 17:41
승리 거둔 맨유와 마드리드…. 긱스-라울-베컴 등 노련미 앞세운 승부수 적중
[엑스포츠뉴스=이학민 기자] 레알 마드리드(이하 마드리드)가 홈에서 펼쳐진 06/07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전통의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을 3대 2로 꺾고 승전보를 울렸다. 그리고 같은 시각 프랑스의 리그 1 랑스의 홈구장인 펠릭스 블라에르에서 펼쳐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릴의 경기는 맨유의 1대 0 승리로 끝이 났다.
이 두 경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보면 한 골 차 승부가 났다는 것이 전부일 테지만 경기를 통해 나타난 공통된 분모는 노장들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매년 챔피언스리그에서 높은 기대치를 받고 있는 경험 많은 선수의 플레이가 이날도 승리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럼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경험’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맨유와 마드리드의 노장들을 만나보자.
승리를 결정지은 '맨유의 레전드' 라이언 긱스
긱스(34)는 맨유가 낳은 최고의 레전드 중 한 명이다. 현재 맨유에 남아 있는 선수로서는 게리 네빌, 폴 스콜스와 함께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이며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맨유에 공헌한 최고 선수임이 틀림없다.
맨유의 전성시대가 펼쳐졌던 지난 98/99시즌 '트레블'의 영광도 함께 이뤄낸 긱스는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팀의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순항을 이끌어냈다.
특히 긱스는 챔피언스리그 16강 릴과의 원정 경기에서 맨유가 릴에 확실한 경기력의 압도를 보여주지 못하며 고전하던 가운데 ‘노련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에게 귀중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긱스의 모습은 전반적으로 놀랄만한 활약은 분명히 아니었다. 전반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고, 후반 5분에는 루니가 세 명의 수비수를 제치며 연결해준 크로스를 자신의 왼발에 맞추지 못하며 득점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굳이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최근 리그와 FA컵에서 상승 무드를 달리고 있는 맨유의 세 번째 측면 옵션 박지성의 투입을 고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긱스를 끝까지 신뢰했고 긱스는 보란 듯이 그 신뢰에 대한 보답을 결승골로서 보여주었다. 퍼거슨 감독 또한 긱스의 노장 투혼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으리라.
긱스가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많지 않은 릴을 상대로 기습적인 프리킥으로 득점을 올린 데에는 역시 완숙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미의 절정이었다.
역시 '다른' 라울과 베컴의 클래스
레알 마드리드의 아이콘 라울(30)과 올 시즌을 끝으로 미국의 LA 갤럭시로 떠나는 베컴(32)은 자신들의 이름값이 왜 높은 지를 챔피언스리그 16강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라울은 전반 10분과 28분 연이어 득점포를 가동시키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특히 라울은 챔피언스리그 개인 최다 골을 기록 중인 상황에서 두 골을 더하며 챔피언스리그 통산 56호 골을 성공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프리메라리가에서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는 마드리드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에 있어 탁월한 활약을 펼쳐주며 적어도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마드리드가 타이틀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베컴 역시 빼어난 오른발 킥을 주 무기로 시종일관 바이에른 뮌헨을 괴롭히며 이날 마드리드가 기록한 세 골 중 두 골을 직간접적으로 도우며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사실 베컴의 미국행이 확정된 직후, 마드리드의 카펠로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베컴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밟힌 바 있다. 하지만, 마드리드가 탐탁지 않은 성적을 내게 되었고, 베컴을 ‘재신임’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베컴은 카펠로 감독의 '베컴 제외'가 얼마나 현명하지 못한 것인지를 이번 경기를 통해서 또 한 번 재확인시켜주었다.
이미 리그 복귀전이었던 지난 11일 소시에다드와의 경기에서도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기록한 바 있는 베컴은 이날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반니스텔루이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고, 라울의 두 번째 골 또한 베컴의 코너킥에서부터 전개된 찬스였다. 역시 큰 무대의 승패를 가늠하는 데에는 노장의 한 방이 강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축구계의 격언 중에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선수의 컨디션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선수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클래스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나이가 들어 전성기 시절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컨디션의 변화에 의한 일시적인 부진 일뿐 진정한 '하이클래스'는 여전히 유지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축구 중에서도 최고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서 타이틀 경쟁을 하고 있는 명문팀들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역시 축구의 뜨거운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역시 '영원한 클래스'를 자랑하는 노장들의 황혼을 불태우는 활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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