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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대기 히어로] 대구고 박태호 감독, 봉황대기 우승의 '조연배우'

기사입력 2010.08.18 01:56 / 기사수정 2010.08.18 01:56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수원,김현희 기자] “그래, 그래! 잘했어! 괜찮아!”

제40회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이 한창인 수원구장. 9회 말 투 아웃까지 군산상고에 0-1로 뒤지고 있던 대구고에는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그러나 주자 만루 상황서 타석에 들어선 9번 이준형은 좌익수 김건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로 3루 주자를 불러들이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이에 박태호 감독은 2루 주자마저 홈으로 뛰어들게 했다. 다소 무리한 주루 플레이였지만, 때에 따라서는 송구 에러로 결승점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웃.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태호 감독은 아웃된 2루 주자 권시훈을 격려하며, 연장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 온 10회 말 2사 2루 상황. 타석에는 4번 타자 김호은이 들어섰다. 연장 승부가 더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장국헌의 2구째를 받아친 김호은의 타구가 우중간을 정확히 갈랐다. 역전 결승타. 눈앞에서 우승을 내어줄 수 있었던 상황에서 대구고는 그렇게 2년 만에 다시 봉황에 품에 안겼다. 그제야 대구고 박태호 감독도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2009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국가에 우승을 안긴 박태호 감독은 그렇게, 개인 통산 7번째 전국 대회 우승을 품에 안았다.

선수들을 믿는 조용한 카리스마, ‘덕장 중 으뜸’

사실 봉황대기 대회 전까지 그 누구도 대구고를 우승 후보로 예상하지 않았다. 광주일고를 포함한 당대의 학교들이 봉황대기 우승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태호 감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2학년이었기에, 때에 따라서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한 ‘내일’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대붕기 준우승에 이어 봉황대기에서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 봉황대기 우승 직후 대구고 동문 관계자들과 함께 한 박태호 감독

물론 이러한 성과 후에는 선수들에게 ‘으뜸가는 공’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이들 뒤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이가 있다. 바로 박태호 감독이다. 경기 내내 선수들을 향하여 단 한 번도 큰소리를 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박 감독은 고교야구에서 대표적인 ‘덕장’으로 꼽힌다. 경기 외적으로 선수들의 어려운 사정을 들으면, 그의 능력 안에서 모든 것을 베풀어 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선수들에게 ‘경기 외적’인 모습을 많이 강조한다. 예의를 알고, 학생야구 선수다운 모습을 갖췄을 때 비로소 야구가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그는 봉황대기 우승 직후 들떠 있는 선수들을 향하여 ‘지나치게 흥분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패배한 상대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함을 돌려 이야기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감독상 수상 직후 군산상고 이동석 감독을 향하여 악수를 건네며, 선전한 라이벌에 대한 예의를 먼저 지키기도 했다.

“부산고 차정환 코치에 감사”

그리고 그는 ‘옛 제자’를 향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부산고 차정환 코치(대구고-영남대 졸업)가 모교 선수들을 위하여 ‘봉황대기 우승 티셔츠’를 제작하여 선물한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경기 직후 박 감독은 “차정환이가 우리 우승할 것을 알았는지, 우승 기념 티셔츠를 제작해서 선물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에 너무 감사하다.”라며, 범상치 않은 사제간의 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용장 밑에 졸장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대구고 유망주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우두머리인 박태호 감독의 ‘따뜻한 카리스마’에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제40회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이자 ‘조연’인 박태호 감독의 건승을 기원한다.

[사진=대구고 박태호 감독 ⓒ 엑스포츠뉴스 김현희 기자]



김현희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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