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04 08:57 / 기사수정 2010.08.04 09:28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가끔 경기가 느슨해지고 일방적으로 진행되면 재미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 몇몇 선수들은 포기하고 말죠. 그러나 장내 아나운서는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재미없는 경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장내 아나운서의 역할이니까요"
경기장을 찾은 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흥을 돋아주는 장내 아나운서는 어느새 스포츠의 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장내 아나운서라는 존재가 뿌리를 내리기 전에는 응원단장과 차별성도 모호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장한 장내 아나운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박종민(33, SK나이츠 장내 아나운서)은 어느새 10년 동안 마이크를 쥐고 있다.
처음 시작했을 무렵에는 장내 아나운서가 무엇인지조차 몰랐었다. 하지만, 경기장에 투입돼 경기를 진행하고 관객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일을 하면서 이 일이 자신의 천직임을 깨달았다.
"현 소속사의 사장님이 대학선배였는데 그 분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장내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매우 생소했고 응원단장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애매모호했어요. 그러나 이 일에 빠져들면서 이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장내 아나운서의 길에 들어설 때, '백지'상태에서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실험하면서 이 길을 닦아나간 박종민은 어느새 프로농구는 물론,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장내 아나운서로 성장했다.
"이벤트 MC도 해봤지만 장내 아나운서만큼 재미있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에게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여러 가지 일을 해봤지만 장내 아나운서가 제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스포츠 캐스터도 흥미 있는 분야지만 이 길을 꾸준히 걷고 싶은 것이 제 바램입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선수들을 소개하고 경기도중 각종 기록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그리고 경기장의 분위기를 살리는 점도 장내 아나운서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지금도 실수는 매일하고 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관중들이 모인 현장에서 바로 멘트를 하기 때문에 편집은 존재하지 않죠. 그래도 지금까지 치명적인 실수는 피해왔습니다.(웃음) 항상 제가 하는 일에 집중하고 현장에 몰입하려고 애쓰고 있죠"
국내 장내 아나운서의 개척기를 걸어온 그는 "이 일에 잘 모를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SK 나이츠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프로농구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국제대회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제17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메인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국제대회는 국내대회와 비교해 어려운 점이 많아요. 우선 외국선수들의 이름을 외우는 점이 그렇고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죠"
국내에서 장내 아나운서의 길을 개척해온 그는 여러 명의 후배들도 거느리고 있다. 특히, 국내 어성 장내 아나운서 1호인 박수미(26)도 박종민의 수제자 중 한명이다. 이번 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박종민과 박수미는 중요한 경기를 진행해 왔다.
프로농구도 함께 해온 이들은 서로의 장단점을 지적해주는 선후배사이다. 자신의 선배이자 스승인 박종민에 대해 박수미는 본받을 점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박 선배는 경험이 풍부해서 그런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쳐도 대응하는 능력이 대단하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러운 건 장내를 휘어잡을 수 있는 성량과 목소리죠. 장내 아나운서의 생명력은 경기장에서 울리는 소리에 목소리가 파묻히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이 박 선배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본격적으로 이 길을 걷기 시작한지 이제 10년이 넘는 그는 앞으로도 스포츠가 열리는 현장에서 마이크를 쥐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농구가 처음 출범했던 때와 비교해 이제 장내 아나운서는 낯선 존재가 아닌, 스포츠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 데 고생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장내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후배들도 더욱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장내 아나운서의 역할은 정확한 정보전달은 물론, 게임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점이다. 이러한 과제를 충실히 해내려면 무엇보다 스포츠 자체를 사랑하고 자신이 맡은 종목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박종민은 힘을 쥐어 말했다.
"마이크를 손에 쥐기 전에 진정으로 스포츠를 사랑하고 현재 맡고 있는 종목 자체를 이해해야 좋은 장내 아나운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 자세와 지식 없이 마이크를 쥐게 되면 결코 경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장내 아나운서가 될 수 없어요"
[사진 = 박종민, 박수미, 홍미선, 김민령, 이창수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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