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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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동화' 전쟁·사랑·예술 모두 다 인생…광대 강하늘은 사랑스럽다 [엑's 리뷰]

기사입력 2020.02.10 10:02 / 기사수정 2020.02.10 10:28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세상은 아름답지만도, 그렇다고 비극적이지만도 않다. 인간의 세상에는 전쟁도 있고, 사랑, 예술도 있다. 무섭고 어두운 전쟁을 겪으며 절망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랑과 예술은 계속되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연극 ‘환상동화’가 6년 만에 돌아와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과 사상을 지닌, 자신을 전지전능한 신이라고 칭하는 사랑 광대, 전쟁 광대, 예술 광대가 등장한다. 전쟁 광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인간은 파괴하는 것에 재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술 광대는 인간이 가진 놀라운 재능은 창조라며 맞선다. 사랑 광대는 현실의 추함보다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아옹다옹하던 이들은 결국 사랑, 전쟁, 예술의 속성을 모두 담은 이야기를 만들기로 한다.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피아니스트인 독일군 한스와 카페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 마리를 주인공으로 세워 한 편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스는 전쟁 중에 청력을 잃었고 마리는 시력을 잃었다. 전쟁이란 가혹하고 얼어붙은 현실에서 이들은 서로의 결핍을 보완하면서 사랑을 만들어나간다.

이 작품은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가 아닌 전쟁, 사랑, 예술 모두 인간의 본성임을 말한다. 전쟁 광대의 말대로 다 죽는 줄 알면서도 뛰어드는 어리석은 존재가 인간이다.인간은 비명과 함께 태어나 고통과 함께 살고 결국 절망하며 산다. 그렇지만 파괴와 지배욕만 있는 건 아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달콤한 사랑을 추구하기도 한다. 가시 돋친 장미 나무에도 예술의 꽃이 피듯 창조하는 즐거움도 누린다. 아름답고 고전적인 대사들이 눈에 띈다.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 한스와 마리는 슬퍼하며 헤어진다. 하지만 이내 한스가 돌아와 음악을 연주하고 마리는 춤을 춘다. 전쟁의 포성이 들리는 현실에서도 음악, 춤, 그리고 사랑은 계속된다.

잔인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전형적이고 식상한 결말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세 광대가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극 중 극 형식을 택해 재미를 준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한 편의 환상 동화이기 때문에 뻔하고 교과서적인 엔딩이어도 관객의 마음에 파고들며 힐링을 줄 수 있다. 무대 세트는 다소 단출하지만 동화의 느낌을 부각하는 조명과 전쟁의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 등을 통해 극을 밋밋하게만 보이지 않게 한다. 코믹한 춤과 마임, 마술, 음악 등 여러 요소도 곁들였다.

배우들은 개성 있는 연기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독일 도르트문트발레단에서 활동한 윤문선은 빼어난 춤 선을 자랑하며 몰입을 높인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촌므파탈 용식 역으로 인기를 끈 배우 강하늘이 2015년 공연한 '해롤드&모드' 이후로 5년 만에 연극에 컴백해 화제가 됐다. 순수하고 감성적인 성격의 사랑 광대로 변신한 강하늘은 사랑스럽고 능청스러운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사랑은 존재 그 자체다. 내가 존재하고 이 세상이 존재할 수 있는 건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얼마나 오묘한 것인가 치유 못 할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라고 신이 난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같다.

전쟁 얘기와 예술 얘기만 하지 말고 사랑 얘기를 하라며 칭얼대기도 한다. 눈이 가운데로 몰리고 입을 크게 벌린 괴물이 돼 설날에도 출근하고 야근하라며 험한 말을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3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열린다. 100분. 만 13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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