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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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또다시 사우디에게 패배

기사입력 2005.08.18 08:16 / 기사수정 2005.08.18 08:16

손병하 기자

17일, 만원 관중이 들어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2006 독일 월드컵’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전반 3분, 사우디의 26번 알 인바드에게 빼앗긴 한 골을 만회하지 못한 채, 0-1의 뼈아픈 석패를 당하고 말았다.

대표팀은 공격 최전방에 기존의 이동국과 김진용, 정경호 대신 안정환과 차두리 등, 해외파를 기용하며 지난 담맘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했고, 한국 축구의 미래로 발돋움하고 있는 박주영도 나란히 공격진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 16년간 ‘무승’에 그쳤던 사우디 전에 대한 필승의 의지를 밝혔다.

한편, 김동진-백지훈-김두현-이영표로 구성된 허리 라인은 현재 대표팀의 선수 구성상 가장 공격적인 조합으로 편성되었고, 사우디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할 수비라인은 지난 동아시아대회에서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은 유경렬, 김영철, 김진규가 선발 출전했다.


해외파도 소용 없었다

경기 초반 사우디에 왼쪽 측면을 돌파당한 대표팀은 전반 3분, 왼쪽에서 허용한 첫 코너킥에서 사우디의 26번 알 안바드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우리 대표팀의 수비수인 유경렬이 상대를 놓치면서 아쉬운 첫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분위기 반전에 나선 대표팀은 이영표와 박주영이 효과적인 측면 돌파를 시도했다. 전반 7분 안정환이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박주영에게 내준 공을 박주영이 정확하게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지만, 백지훈의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면서 동점골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대표팀은 안정환과 차두리가 연거푸 좋은 장면을 만드는 등, 동점골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골로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전반 17분, 김동진이 센터 서클에서 차단한 공을 안정환이 박주영에게 논스톱으로 패스했던 장면이나, 전반 19분 김두현-차두리-김두현으로 이어지는 감각적이고 빠른 패스들은 상대 수비진을 허무는데 꼭 필요한 교과서적인 플레이들이었다.

이후 미드필더 라인에서의 몇 차례 패스 미스로 힘겨운 중앙 싸움을 펼치고 있던 전반 29분, 상대 왼쪽에서 얻은 코너킥에서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김두현과 안정환이 연이어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면서 동점골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대표팀은 이후에도 백지훈이 왼쪽에서 올려준 공을 차두리-안정환-박주영으로 연결되며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역시 동점골을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다.

또, 전반 39분 사우디진영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김두현이 골문을 향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지만 공은 골키퍼가 나와 무인지경이 되어버린 상대 골문에서 앞에 서있던 김동진의 발을 맞고 튀어나가는 등, 골 운도 전반 내내 따라주지 않았다. 수차례의 기회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키지 못하자 사우디는 전반 말미, 강한 공격으로 대표팀의 문전을 위협하며 추가점을 노렸다. 


후반, 동아시아대회와 다름 없는 경기 펼쳐

후반 교체선수 없이 경기에 나선 대표팀은, 백지훈이 중앙으로 쇄도하던 안정환에게 땅볼로 패스했지만, 안정환의 슛이 빗맞으면서 골포스트를 빗나가고 말았다. 또, 후반 3분에는 박주영의 패스를 받은 차두리의 슛과 안정환의 슈팅이 연이어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면서 동점골을 기록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후반 9분 차두리를 빼고 대표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는 정경호를 투입한 대표팀은 동점골을 뽑아내기 위해 양 날개로 포진한 박주영과 정경호의 빠르고 효과적인 측면 공격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에도 전반과 비슷한 공방이 이어지던 후반 27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크 왼쪽에서 공을 잡은 김동진이 크로스한 공이 그대로 사우디의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지만, 아쉽게도 오프-사이드로 선언되고 말았다.

후반 29분 본프레레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로 미드필더인 김두현을 빼고 최전방 공격수인 조재진을 투입, 포워드진의 숫자를 4로 늘리며 경기를 이기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오랜만에 A-매치 경기에 나선 조재진은 박주영에게 멋진 힐-패스로 기회를 만들어주는가 하면, 후반 33분에는 상대 아크 중앙에서 회심의 터닝슛을 날리며 사우디 벤치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던 후반 40분 아크 정면에서 박주영이 결정적인 기회를 다시 잡았지만, 상대 수비의 높은 태클에 걸려 슈팅이 바운드 되면서 결국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후반 종료 직전에 박주영이 다시 한 번 사우디의 문전을 향해 헤딩슛을 날렸지만, 역시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히면서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대표팀은 전반 3분 만에 내준 한 골을 극복하지 못하며 0:1로 패배를 기록하며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A조 2위로 마감, 내년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본선에서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었다. 지난 3월에 열렸던 담맘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해외파까지 소집하며 승리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인 대표팀은, 지난 동아시아대회에서의 모습과 달라진 부분을 보여주지 못한 채, 또다시 사우디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로서 대표팀은 지난 16년간 계속되었던 사우디전 ‘무승’징크스를 깨지 못했고, 사우디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원정 경기마저 승리로 엮어내며 한국전 무패 행진을 이어나갔고, A조 1위로 독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등 겹경사를 누리게 되었다.

대표팀은 이로서 최근 동아시아대회의 부진에 이어 사우디와의 월드컵최종예선 마지막경기마저 무득점의 졸전을 펼침에 따라, 앞으로 대표팀 전체에 적지 않은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의 경질설이 아직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우디전을 계기로 팬들과 축구 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축구대표팀은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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