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이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B조 예선 첫 번째 경기에서, 약체 방글라데시를 맞아 이천수 박주영이 세 골을 합작하며 3-0 완승을 거두고 20년 만에 금메달을 향한 상쾌한 스타트를 끊었다.
비록 FIFA 랭킹 158위에 처져있는 방글라데시와의 경기였지만 김두현, 조원희, 김동진, 이호 같은 주전 일부가 빠진 경기였다는 점과, 대회 첫 경기였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경기였다.
가장 반가운 소득 박주영의 부활
전반 3분 이천수의 선제골로 쉽게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였던 대표팀은 이후 9개의 소나기 슈팅과 7개의 코너킥을 뽑아내며 방글라데시 문전을 줄기차게 위협했지만, 추가골에 성공하지 못하며 다소 불마스러운 경기를 이어나갔었다. 방글라데시가 경기 내내 수비에 치중하긴 했지만, 1-0 이란 전반 스코어는 분명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후반 대표팀은 골을 몰아넣으며 경기를 단숨에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약속의 땅’ 카타르 도하에 다시 선 박주영이 있었다.
지난 2004년, 카타르에서 열렸던 아시아청소년 축구대회에서 한국 축구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었다. 바로 대회 MVP와 득점왕을 휩쓸며 대한민국에 대회 2연패를 안겼던 박주영이란 선수의 발견이었다. 특히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무려 4명의 중국 수비수를 무력화시키며 터트렸던 골은 아직도 많은 축구팬의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이후 한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에도 크게 기여했었지만, 2006년에 들어서면서 긴 슬럼프에 빠지며 그의 고속 성장을 바라던 많은 축구팬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었다. 독일 월드컵에서도 국내 K-리그에서도 박주영의 부활은 좀처럼 바라볼 수 없었다.
하지만, 2년 전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더 크게 알리게 해 주었던 ‘약속의 땅’도하에 다시 선 박주영은, 2년 전 그때를 연상케 하는 활발하고 감각적인 움직임과 득점력을 선보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날 후반 오범석과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1-0으로 답답하게 리드 하던 경기에서 단숨에 두 골을 터트리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고, 2골이란 결과물을 제외하더라도 감각적인 움직임과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베어벡 감독과 축구팬들에게 충분히 보답하는 경기를 펼쳤다.
상대가 뒷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경기를 치르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추가골이 쉽지 않았지만, 빠르고 정확한 슈팅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전반 10차례의 슈팅에도 한 번밖에 열리지 않았던 방글라데시의 골문을 두 번이나 열어 제치며 한국에 시원한 첫 승을 선사했다.
득점보다 더 반가웠던 움직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방글라데시와의 경기에서 박주영의 활약에 더욱 많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은 두 골을 기록했다는 측면도 물론 그렇지만, 골을 넣고자 하는 공격수의 1차적인 움직임과 동료에게 공격 패스를 연결해주는 넓고 여유로운 시야를 보여 줬다는 점에서 더욱더 고무적인 것이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박주영은 전반 공격수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경기력을 선보이며 득점에 대한 기대를 높여 나갔다. 그것은 바로 득점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빠르고 과감한 슈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이날 경기 전반전에서는 3분 만에 터진 이천수 선수의 슈팅을 제외하면 계속 한 박자 늦춰지고 쳐지는 슈팅의 연속이었다. 이는 더 완벽하고 자연스러운 기회를 잡기 위해 공격수들이 상대 문전에서 너무 세밀함을 중요시했기 때문이었는데, 그 세밀함과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니 철저한 잠그기를 하고 나온 방글라데시의 문전을 열기엔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은 특유의 감각적이고 한 박자 빠른 슈팅을 선보이며 방글라데시의 밀집 수비진을 뚫었고, 두 골이란 소중한 결과물까지 얻으며 화려하게 부활했음을 알렸다.
후반 15분에 터진 박주영의 왼발 슈팅에 의한 득점 장면도 무너진 신체 밸런스에 연연하지 않고 빠르게 슈팅 타이밍을 가져가서 나온 결과물이었고, 28분의 왼발 슈팅 역시 흘러나온 공을 바로 슈팅으로 가져갔기 때문에 방글라데시의 밀집 수비진을 뚫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골 냄새를 맡고 자리를 파고드는 동물적인 위치 선정도 매우 훌륭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후반 박주영은 7개의 슈팅을 기록했었는데, 이중 4개는 김치우나 최성국의 크로스를 직접 슈팅으로 가져갔었다. 특히 후반 20분 최성국의 크로스를 정확하게 받아먹었던 장면과, 34분 김치우의 크로스를 수비수 뒤로 돌아나가며 자리를 잡은 뒤 선보인 헤딩 슈팅은 예전의 그 감각이 돌아오고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공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득점력과 슈팅력 그리고 위치 선정 같은 기술적인 부분과, 골 마우스 앞에서의 침착함과 여유로움 자신감 같은 정신적인 부분에서 박주영은 무장이 잘 된 장수 같았다.
앞으로 일본과 이란 혹은 북한 같은 우승 가는 길에서 만날 호적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대표팀이기에,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박주영의 부활은 분명 반가운 것이었다. 박주영이란 잊혔었던 무기를 다시 장착하게 된 베어벡호의 금빛 질주는 더욱더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