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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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영웅' 안정환-이운재의 퇴장이 아름다운 이유

기사입력 2010.06.27 10:26 / 기사수정 2010.06.27 10:26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26일 밤(한국시각), 우루과이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경기 종료 시점까지 교체 카드 한 장을 남겨두고 있었다. 기세를 올리고 있는 분위기에서 동점을 만들어낸 뒤, 연장전에 들어가서 큰 역할을 해 낼 '옛 영웅'들의 투입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마지막 월드컵'은 너무나도 아쉽게 끝을 맺고 말았다. 바로 '반지의 제왕' 안정환(다렌)과 '수문장' 이운재(수원)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올드보이의 주축 선수이자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16강전, 8강전에서 한국 축구의 신화를 썼던 선수들이었던 이들은 선수로는 마지막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장식하기를 꿈꾸고 있었다. 안정환은 2년 가까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소속팀에서 실력을 끌어올리면서 막판에 극적으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운재 역시 2007년 아시안컵 도중 음주 파문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이듬해 K-리그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골키퍼 최초 MVP에 오르는 등 안정된 기량에 다시 대표팀 부동의 골키퍼로 거듭나며, 개인 네번째 월드컵 출전의 꿈이 영글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출전 기회를 단 한 번도 잡지 못했다. 조커로서 출전 기회가 점쳐졌던 안정환은 체력 테스트에서 다소 문제를 드러내며, 출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운재 역시 하락세를 보인 가량과 후배 정성룡의 급성장으로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16강전에서는 이들이 어느 정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큰 경기 경험이 워낙 풍부한 만큼 '필승 히든 카드'로 이들의 출전이 어느 정도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 35분,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마지막에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결국 남아공에서 이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는 후배에게 다가가 격려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어도 대표팀의 든든한 맏형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순간이었다. '정신적인 지주'와도 같았던 이들의 격려에 후배들은 조금이나마 힘과 용기를 다시 낼 수 있었다. 역사를 만든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만 조연으로서 이들은 제 역할을 다 해내고 있었고, 지켜보는 이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겠지만 이들은 "나보다 더 좋은 기량을 갖춘 후배가 있으면 당연히 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전 월드컵 때처럼 주인공이 되지는 못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다 한 이들은 어쩌면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에 보이지 않는 활약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안정환, 차두리, 이운재(C) Gettyimages/멀티비츠]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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