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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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결산] 허정무호, 그들이 패자가 아닌 이유

기사입력 2010.06.27 08:59 / 기사수정 2010.06.27 09:08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아쉬운 패배였다. 내리는 빗방울만이 흐르는 눈물을 가려주고 있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6일(한국 시간) 오후 11시 넬슨 만델라베이스타디움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1-2로 패배하며 8년 만의 8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대표팀은 전반 8분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즈(아약스)에게 불의의 선제골을 허용했다. 반격에 나선 대표팀은 후반 23분, 이청용이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가져가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회골 이후 많은 기회를 맞았음에도 아쉽게 추가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던 대표팀은 결국, 후반 35분 수아레즈에게 다시 한번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내주면서 안타깝게 8강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비록 아쉽게 패배했지만, 누구도 허정무 감독을 단순한 '패장'으로 취급할 수도, 대표팀을 실패자로 낙인찍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험난했던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월드컵 본선에선 우승후보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 유로2004 우승국 그리스를 상대로 당당히 조 2위를 차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대표팀은 일본과 함께 이번 대회 16강에 진출함으로써 아시아에 배정된 4.5장의 월드컵 본선 쿼터 축소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이 모든 성과는 아시아의 맹주로서 한국 축구가 리더십을 보여준, 의미가 큰 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허정무 감독은 '자국인 감독 최초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업적을 이뤄냈다. 비록 월드컵 본선에서 염기훈, 오범석 등 선수 기용의 문제가 대두된 적은 있었지만, 부임 기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늘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중요한 순간에는 과감한 선택으로 대표팀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시켰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당시 허정무 감독은 흔들리던 팀의 중심을 잡기 위한 방책으로 박지성을 주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단행, 대표팀 전체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어린 유망주에 불과했던 '쌍용' 이청용-기성용을 비롯해 이승렬, 김보경, 김재성 등을 과감하게 대표팀에 발탁하며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은 허정무 감독의 큰 공이다. 한동안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하던 차두리를 선발하여 월드컵 본선에서 활약하게 하고, 부동의 주전 수문장이었던 이운재를 대신해 신예 정성룡을 기용하는 등 대표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결국, 그는 축구 인생을 걸고 도전한 남아공월드컵 에서 원정 16강 진출이란 대업을 달성했다.

대표팀 선수들 역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아르헨티나전 1-4의 대패와 몇몇 실수 장면은 실망스러웠지만, 아시아 예선기간 보여준 압도적인 경기력을 비롯, 완승을 거둔 '前 유럽 챔피언' 그리스전, 선제골을 내주고도 결국 경기를 뒤집었던 나이지리아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명승부였던 16강 우루과이전 등은 아시아 축구의 힘을 세계에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에게도 2002년에 이은 또 하나의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8강 진출 실패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과다. 그러나 허정무호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였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허정무호의 훌륭한 업적이며, 앞으로 한국 축구의 더 큰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그들을 결코 '패자'라는 단순한 글자에 가둘 수 없다.


이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최선을 다해 월드컵 본선에서 뛰어준 허정무 감독 이하 태극전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진=한국 축구대표팀(C) Gettyimages/멀티비츠]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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